[R군의 영화씹어먹기]<엉클분미>이상한 나라의 "엉클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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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홍선(i2krs)등록 2011.01.02 15:34

R군의 영화씹어먹기-<엉클분미> ⓒ 황홍선


2010 칸 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황금종려상]에 빛나는 아핏차퐁 위라세타쿠의 <엉클분미>가 시네마 테크 부산의 "아듀 2010"의 프로그램으로 부산에서 최초 개봉되었습니다.

시네마테크 부산의 "아듀2010"프로그램 소개 ⓒ 황홍선


태국의 젊은 거장,아핏차퐁 위라세타쿠[헉헉, 이름 적는데 이렇게 힘든 사람은 처음 보네요--; 기타 아핏차퐁으로 통일하겠습니다.] <엉클분미>는 극심한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주인공 엉클 분미가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 사랑했던 사람들과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그의 농장에 처제 젠을 초대하면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줄거리는 정말 그깟 줄거리일뿐[?] 영화는 굉장히 난해합니다.

주인공 분미와 처제 젠이 오랜만에 만나 담소를 나누는 저녁식사에 죽은 아내의 영혼이 뜬금없이 등장하질 않나, 실종되었던 아들은 원숭이 귀신이 되어[포스터의 저 눈빛(?)이 바로 원숭이 귀신이자 분미의 아들입니다.]돌아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이 상황에 주인공 분미와 처제 젠은 태연한듯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죽음 그 뒤에 대한 깨닫는,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메시지적를 파고듭니다. 미학을 넘어 불친절할정도의 영상속에 가끔 보이는 현 편집 기술의 테크닉은 <엉클분미>를  아팟차퐁식 "이상한 나라의 '엉클 분미'"로 만듭니다.

<엉클분미>가 말하는 바는 이렇습니다.-언제까지 우리는 영화를 해석해서 봐야하는가?  굳이 그런 해석과 정확한 인과관계가 필요하다면 뭐하러 카메라를 들고 그것을 영상으로 담을까에 대한 "영화"자체의 존재론적 의문을 던집니다. 그래서 <엉클분미>는 해석 불가능의 이미지 연속이지만,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을 공유하면 그 뿐이라는 저돌적인 자세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영화의 세계관은 죽음이 다가오며 느껴지는 불안감을 전생과 영혼의 존재로 많은 것을 담아있지만 실상 그 이미지와 이야기가 정말로 난해하기에 아핏차퐁 자신이 아닌 경우에 이 영화를 100% 이해하기란 불가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엉클분미>의 감독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영화를 보시면 "그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걸 만들었나"VS"그는 어떻게 이런 생각으로 만들었나"입니다. ⓒ 백두대간


하지만 해석 불가능한 극단적 지점에서 영화는 묘한 매력을 내뿜습니다. 영화 초반부터 던지는 접근거부의 난이도 고개길을 버텨(?) 넘어간 경우, 불친절한 영상 언덕 넘어 형용할 수 없는 어떤 카타르시스를 던집니다. 이전 작품부터 정글의 대한 찬양을 그치지 않았던 아팟치퐁은 이번 작품에서도 초록 이미지의 향연속에[네이버 찬양이 아님--;(퍽)] 난독에 난독을 더해 오히려 그것이 서사의 힘이 되는 변화는, 이제서야 관객을 <엉클분미>의 세계속에 정중히 초대합니다. 처음부터 질문을 던졌듯이, 언제부터 영화는 모든것을 해석해야 좋은 작품이 되는것일까요? 영상으로 자신의 주관을 담아 그것을 관객들이 이해를 하든 말든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영상화법을 주장하는 것 또한 영화의 의미가 아닐까는 <엉클분미>의 변론이 시작됩니다.

말랑말랑한 친절함속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 <엉클분미>는 외면할 수 밖에 없는 惡(악)수겠지만,그 악수의 연속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모습은 모든것이 끝낼 때쯤 아핏차풍에게 제대로 카운터 펀치를 맞은 얼얼한 느낌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이미지가 던지는 사디즘일지 모릅니다. 보는것마저 고통스럽고 난해하지만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또 하나의 영화쾌락. 그것이 바로 <엉클분미>의 "재미"[?]입니다.

낯선과 혼돈, 불 친절한 세계관 끝에, 영화는 그래도 마지막 꽤 그럴듯한 결론을 내립니다. 어차피 전생이라는 건 대중사회가 만들어진 그럴듯한 환상속에만 있는 보편적 이미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아핏차풍은 도전합니다. 영화 초반 죽은 아내와 원숭이 귀신이 된 아들을 태연한듯 받아들이는 영화의 분위기처럼, 삶과 죽음, 현생과 전생이라는 건 그저 어패가주는 놀라움에 우리 모두 지레 짐작 겉먹고 과장 해석을 한 것은 아닌지 돌이켜봅니다. 삶의 끝이 왜 죽음이여, 죽음뒤의 세상은 왜 현생과 멀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어차피 거기에 도달해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는데, 종교와 과학사이 그것에 대한 이미지가 고착되고 두려워하고 그것에 대한 진심을 스스로 회피하는 것은 아닌지, 아핏차풍은 <엉클분미>를 통해 자신의 영상화법으로 권위에 도전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건설하게 됩니다. 관객이 거기에 대해 동의를 하든지, 반대를 하든지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고집으로 대중을 배제하며 나름의 신세계를 펼쳤다는 것, 그것이 <엉클분미>의 최대 매력이자 창작 의의였습니다.

<엉클분미>외에도 시네마테크 부산 "아듀2010"에는 영화팬들이 놓쳐서는 안될 좋은 2010년 개봉작들을 많이 상영합니다. ⓒ 황홍선


덧붙이는 글 시네마테크 부산의 "아듀2010"은 1월 13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타 자세한 상영시간표와 정보는 http://cinema.piff.org/artyboard/Mboard.asp?Action=view&strBoardID=9632_01&intSeq=9067 서 참고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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