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쩨쩨한로맨스]적어도 재미만큼은 "쩨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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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홍선(i2krs)등록 2010.11.27 16:33

<쩨쩨한로맨스>포스터 ⓒ 크리픽쳐스 인터내셔널㈜(제작), 롯데쇼핑(주)


지겹도록 들어온 이야기, 그러나 <쩨쩨한 로맨스>는 뭔가 다르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선남선녀가 말 못 할 사정으로 동거[?]를 하게 되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티격태격 코미디, 하지만 싸운 정이 무섭다고, 그 사이 커져가는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고 그 이후 둘은 행복하게 잘 산다는 엔딩, 컥, 이 겨울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다.

근데 이제 너무 뻔하다. 동거 소재가 더 이상 센세이션 하지 않았으며 이미 우리는 그렇게 이루어진 극한값 무한에 가까운 커플들을 지겹도록 봐왔다. 21세기가 시작하고도 10년이 다 되가는 이 시점에 이젠 이런 소재는 철 지났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아마 <쩨쩨한 로맨스>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한 점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역전은 언제나 흥미롭다. 양상형 겨울시즌 로맨틱 코미디라고 생각했던 <쩨쩨한 로맨스>는 편견을 가볍게 깬다. 반 백수 만화가와 야매(?) 섹스 칼럼리스트가 의기투합해 찐한 성인 만화를 만들어 보자로 시작된 이 영화는 색다를 이야기를 참 전형적으로 말하는 통에 실망했던 한국영화에, 참 전형적인 이야기를 색다르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쩨쩨한로맨스>스크린 샷 ⓒ 크리픽쳐스 인터내셔널㈜(제작), 롯데쇼핑(주)


로맨스는 "쩨쩨"할지 몰라도, 재미만큼은 "쩨쩨"하지 않았다

일단 영화는 섹스와 로맨틱의 양날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보여준다. 중2병에 한창 시달리는 만화가 이선균의 밉상 짓과 쑥맥(?)이지만 섹스칼럼리스트를 자청하는 최강희의 내숭 연기가 영화 내내 웃음을 만든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양상형에서 조금 나은 주문형(?) 로맨틱 코미디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진정으로 내공을 발산 하는 것은....

바로 "만화"다. 엥? 혹시 이거 "애니매이션"이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애니매이션"이 극의 핵심이긴 하다. 척 봐도 바른 생활이미지가 풍기는 이선균과 최강희가 출연함에도 18금딱지가 붙은 이유 또한 만화, 애니매이션 때문이다.

<쩨쩨한 로맨스>는 성인영화를 만든다는 소재만큼 관련 이야기가 애들은 가라 수준이다. 섹스 관련 용어가 쉬도 때도 없이 나온다. 그렇다고 두 배우가 화끈함을 보여줬느냐? 그것도 아니다. 바로 섹스에 관한 여유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표현은 극중 삽입 되는 만화가 총대를 진다. '애니매이션'으로 만들어진 높은 수위의 장면들이 현실의 상황과 맞아 떨어져 재미있는 코미디로 탄생된다는 것이다.

<쩨쩨한 로맨스>스크린샷 ⓒ 크리픽쳐스 인터내셔널㈜(제작), 롯데쇼핑(주)


하지만 이 영화에도 몇몇 단점은 있다. "성인 만화"는 잘 그렸을지 몰라도 "섹스"라는 주제의 접근성이 쌩뚱 맞다. 성인만화가와 섹스칼럼리스트의 만남이라 다소 소 수위 높은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이 소재가 극중에서 잘 녹아들지 못한 채 겉도는 느낌이다. 잘나가는 서사에 급브레이크 같은 언질로 다소 교육적인 사족 같기도 하다. 또한 후반부로 갈수록 별거 아닌 이야기에 과장된 감정과 장황한 클라이막스를 보여주기 위해 템포를 늦추어 이야기를 쫒아가는 관객에게 아쉬움을 남긴다.

이런 소소한 단점만 제외한다면 <쩨쩨한 로맨스>는 유쾌한 영화다. 특히 이선균의 시크한 모습과 최강희의 최강 귀여움은 극의 단점을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을 정도로 높은 화학 작용을 보인다. 거기에 다소 불편한 소재이지만 말랑말랑한 이야기로 풀어놓는 영화의 온기가 기분 좋게 만든다. 영화 속 그들의 로맨스는 쩨쩨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재미만큼은 "쩨쩨"하지 않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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