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중심의 학교를 수업 중심의 학교로

경기도교육청 교장실 없애고 교육지원실로 통합 운영

검토 완료

조성범(chamhigh)등록 2010.11.18 17:21
 경기도교육청이 내년 100개 초․중․고교에 '교육지원실'을 설치해 모든 행정업무를 총괄토록 하는 '교원 행정업무 경감 2단계 추진계획'을 발표해 교육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교장실과 교무실(교무행정), 행정실(일반행정)로 나눠진 현행 학교 행정업무 조직을 교육지원실로 일원화하는 것이 핵심 내용으로 알려졌다. 이는 '교원 행정업무 경감 2단계 추진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일선 학교의 교장실이 사라질 수도 있다. 지금처럼 폐쇄된 형태의 교장실은 없어지고 교육지원실에 개방형 칸막이 형태의 업무공간이 마련된다. 교육지원실로 모든 행정업무를 일원화하면 행정력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교사들은 학년 및 교과협의회를 중심으로 수업과 학생지도, 연구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란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공교육에 일대 혁신의 바람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간 우리의 교장실은 권위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교가 크고 호화로운 교장실 꾸미기에 경쟁적으로 많은 예산을 쏟아 부었고, 혈세 낭비라는 국민적 비난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일부 학교는 교수학습 활동비를 전용해 교장실을 아방궁처럼 호화롭게 리모델링했다가 징계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교장실은 폐쇄의 공간이었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에게 교장실 문턱은 너무 높았다. 교장실은 공사업자나 학교 납품업자를 만나는 장소로, 은밀한 뒷거래가 이루어지는 부패의 상징이었다.

이제 이런 교장실이 없어진다. 교사의 수업활동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학교는 행정기관이고 학원은 교육기관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우리 학교 현장의 실태를 말해주고 있다. 교사들은 행정 업무를 '잡무'라고 칭한다. 국어사전은 잡무를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일'로 정의하고 있다. 교사가 처리하는 행정 업무가 실제 교육활동과는 무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학생수업에만 전념하는 학원시스템을 교사들이 부러워하는 이유다.
이제 교사들이 수업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폐쇄적 공간인 교장실이 없어진다고 하니 교장선생님들의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왜 이런 조치가 불가피했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경기도 교육청의 이번 조치는 단순히 교장실을 없애는 것이 본질은 아니다. 핵심은 '교무행정 업무처리 전담팀' 구성에 있다. 교감이 총괄하는 전담팀이 공문을 처리함으로써 교사들이 잡무에 시달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이번 조치의 본질이다. 

교무실 명칭도 '교수학습 연구실'로 바꿔야 한다. 초등학교는 학년별, 중고등학교는 교과별 연구실을 마련해줘야 한다. 교사들이 상시적으로 교수학습 활동과 관련해 토론하고 연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 연구 활동에만 전념하게 된다면 공교육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만큼 교사의 책무성도 강화될 것이다.
이번 조치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교육청의 후속 조치가 조속히 시행되어야 한다. 우선 교무행정 보조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 교감 중심의 전담팀을 구성할 경우 소규모 학교는 전담팀에 지나친 업무 부담이 될 것이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인력 지원이 필수적이다.

또한 공문서 생산을 대폭 줄여야 한다. 교육청은 관행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교육활동과 관련이 없는 공문서 생산을 줄여야 한다. 지난해에 집행했던 계획서를 날짜만 바꿔 시행 공문을 하달하는 식의 관행을 없애야 한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학교장의 인식 변화다. 자신의 사적 공간을 뺏긴다는 박탈감과 소외감에 분노할 것이 아니라, 교사 학생과 소통할 방법을 고민하고, 교사들의 수업 활동을 지원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닫힌 교장실이 아닌 열린 누구에게나 문이 활짝 열린 교육지원실이 필요한 때이다.
모든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시스템의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당사자들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학교 시스템의 패러다임에 일대 혁신이 시작된 것이다. 공교육 혁신의 첫발이기도 하다. 행정 중심의 학교를 수업 중심의 학교로 바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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