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과 북한의 세습

북한의 3대세습, 남한의 이병철-이건희-이재용은?

검토 완료

주우진(flytosk2)등록 2010.10.08 19:58
북한의 권력 3대 세습이 가시화됐다.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가 붙으면서 근대 이후 유례없는 3대 세습이 기정사실화 된 것이다. 주체사상을 내세운 북한식 사회주의가 결국엔 김씨 일가의 권력세습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정당하지만 같은 시기 남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북한을 비판할 주체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 일련의 사태는 바로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학법 재개정안이다. 참여정부 시절 만들어진 사학법은 개방형 이사제도와 대학평의원회 등을 골자로 해서 족벌사학의 비리를 차단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이 법을 사학재단을 비롯한 여권 일부가 사학운영의 자율성을 거론하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자율성의 의미를 되새기다 보면 남한의 경제 세습이 북한의 권력 세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학 측은 개방형 이사제도가 건학이념의 수행과 자율적인 사학 운영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실질적으로 비리 차단의 제 기능을 발휘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들이 말하는 자율성이 과연 현실에서 실현가능한가를 되묻게 된다. 현행 교육과정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특목고나 일부 사립 고등학교를 제외하면 학교를 선택할 수 없다. 일괄적인 추첨을 통해 사립이나 공립학교에 입학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공교육 현실이 명문대 입학을 위한 준비과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진정한 교육자라면 학교의 자율성을 주장하기 이전에 천편일률적이며 암기형 인재만을 양산하고 있는 현재 교육 시스템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먼저 해야 옳다. 학교 운영과 이념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외치는 '자율'이라는 구호는 사학과 관련된 이익집단의 다른 의도를 의심케 하기 충분하다.

이들이 원하는 자율은 결국 경영상의 자율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경영의 자율이 반드시 사적 지배구조의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족벌경영의 비리를 목격해왔다. 지난 4월 공금횡령으로 교장이 구속된 한국 조리과학고의 경우 아버지부터 아들, 심지어 조카까지 교장과 이사장, 교사를 맡아 학교를 운영해 온 대표적 족벌사학이다. 그런데 능력 있는 아들이 하필 아버지가 교장으로 있는 학교에 교사로 취직했던 것일까.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그도안 너무 많은 족벌경영의 비리들을 목격해왔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3대세습은 비판하면서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가의 세습에는 왜 모두 침묵할까. 북한의 정치권력 세습에는 분개하면서 남한의 경제권력 세습에는 무감각하다. 의도가 뻔히 보이는 사학법 재개정안을 대놓고 밀어부칠 수 있는 나라, 경제 세습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나라는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개방형 이사제도는 세습을 방지하는 눈에 보이는 장치로써 지속되어야 한다. 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 보완하는 것이 옳다, 교육이 자본의 수단이 될 수 없는 사회, 그게 바로 공정한 사회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