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선보는데 옷 벗기고 몸 만지고…"

현장에서 본 베트남 국제결혼 진상

검토 완료

유성호(shyoo)등록 2010.08.05 11:27
이 기사의 전반부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08년 7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직접 취재했지만 출고하지 않은 글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로 시집 온 한 앳된 베트남 신부의 죽음으로 인해 국제결혼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후속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하루 빨리 제대로 바로잡지 않으면 국제결혼은 우리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국제결혼 행태는 변함없기에 현실을 알리자는 차원에서 묵은 기사와 함께 최근 상황을 덧붙여 내보낸다. 폐기되어야 할 기사가 꿈틀거리고 살아나는 현실이 안타깝다.<기자 註> 

베트남 신붓감 집단 기숙 '간택훈련' 받아...결혼 못하면 비용 물어내야 귀향

2008년 7월 18일 베트남 경찰은 호치민시 딴푸 한 호텔에서 한국인 예비신랑 4명과 베트남 모집책등 국제결혼 브로커 조직 7명을 적발했다. 이와 함께 브로커들이 시골에서 모집해 온 베트남 처녀 121명을 함께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베트남 모집책 중 한 명은 호텔을 직접 운영하면서 그곳을 맞선과 예식장소로 이용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신붓감 모집을 하던 소위 '전문가'다. 메콩 델타 지역 시골에서 모집돼 온 121명의 신붓감들은 그곳에서 먹고 자면서 '간택훈련'을 받았다. 한국어 교육을 위해 통역까지 배치했다.

이번에 붙잡힌 여성 모집책인 리엔(40)의 신붓감 모집은 치밀하고 교묘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녀는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활동 장소와 시간을 수시로 바꿨고 때로는 야간을 이용했다. 그녀는 또 몇 명의 모집책을 고용해 시골을 다니면서 외국인과 결혼을 원하는 신붓감을 모아 오도록 했다.

호치민으로 모인 신붓감들은 한국어, 요리, 집안일 하는 요령 등을 배운다. 여기에 드는 모든 비용은 일단 모집책이 댄다. 그리고 신붓감이 결혼에 성공하면 그들로부터 돌려받는다. 만약 간택되지 못할 경우 집으로 돌려보내진다. 이 경우 고향집에서 비용을 송금해 줘야만 귀향이 가능하다.

때문에 121명의 신붓감들은 간택되기 위해 필사적인 경쟁을 벌인다. 18~25세 여성이 대부분인 이들은 일단 시험에 통과해야 간택 받을 자격이 생긴다. 시험은 일정 교육을 마친 후 1대 1 면접을 통해 '엄격히'(?) 치러진다. 예비 신랑들과 면접 때는 보다 나은 선택을 위해 몸 구석구석을 더듬으며 상처 등을 살피는 심각한 인권유린이 자행된다. 

현지 경찰은 이들 여성들이 "우린 시골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더 이상 못사는 시골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외국인과 결혼해 인생을 바꾸고 많은 돈을 고향집에 보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겉은 호텔이면서 안은 신붓감 대기소인 이곳을 오래전부터 이상히 여겨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고 밝혀 이 같은 불법행위에 대해 기획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와 관련해 베트남 현지 언론에는 종종 한국인 체포 소식이 실린다. 이들은 대부분 '신부간택' 현장에서 붙잡힌 예비신랑들이다. 단순 맞선인 줄 알고 왔다가 브로커들의 농간에 어쩔 수 없이 휘말린 경우다. 한편으론 수십에서 백 여 명에 이르는 앳된 신붓감을 앞세운 브로커의 은밀한 유혹을 물리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들 한국인 예비신랑들이 현행범으로 붙잡히는 이유는 다중맞선 자체가 불법인 점도 있지만 심각한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맞선 방법과 브로커들의 만행 때문이다. 맞선 현장에서 붙잡힌 한 여성 경찰 조서 내용은 충격적이다.

'까마우가 고향인 트이(20). 그녀는 옷을 벗어보란 소리에 윗옷을 올렸지만 충분치 않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하나 둘 씩 옷을 벗었다. 한국 남자(예비신랑)가 유심히 살펴보고 몸 구석구석을 만졌다. 두렵고 수치스러웠다'

한국남성 다중 맞선보다 현행범 체포...여성 옷 벗겨 보는 등 인권유린 심각

2010년 3월 15일 2명의 한국인 남성이 포함된 5인조 불법 국제결혼브로커 조직이 호치민 탄손냐트 국제공항 주차장에서 체포됐다. 이들은 대담하게도 공항 주차장에서 18~25세 베트남 여성 18명과 한국인 남성 2명 맞선을 주선하고 있었다.

맞선을 보다 붙잡힌 한국인 김 모씨(49)와 또 다른 김 모씨(49)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신붓감을 구하기 어려워 베트남 부인을 얻기 위해 브로커를 통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브로커를 이용하는 이유는 국제결혼 수수료가 지나치게 고가인 탓도 있다. 한국국제결혼중개업협회가 권장하는 베트남 국제결혼 비용은 계약금 140만원, 행사금액 1060만원, 성혼수수료 200만원 등 상한이 1400만원 대. 미화로 1만~1만2,000달러 선이다.(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네팔 등 거리가 멀어지면 1500~2000만원 대로 치솟는다.)   

그러나 브로커를 이용할 경우 4000달러 정도에도 결혼이 가능하다. 한국에서 맞선 보는 남성만 보내기 때문에 현지 한인브로커가 필요없다. 수수료는 한국에서 이들을 보낸 결혼중개업자(미등록업체)가 1600달러, 베트남 브로커가 500달러, 신붓감에게 베트남 돈으로 10만원 정도가 쥐어진다.

한 건만 성사시켜도 '짭짤한'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에 브로커들이 준동하는 것이다. 이날 잡힌 베트남인 중 한명은 이미 동종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불법 국제결혼 브로커 사업의 매력을 우회적으로 보여줬다.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자 베트남 경찰 당국은 "처벌 수위가 너무 낮기 때문"이라며 법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브로커로 잡더라도 인신을 구속하는 법률이 없기 때문에 벌금 정도만 물리고 있다. 외국인일 경우 본국으로 추방하는 정도가 전부다.

변하지 않는 브로커 불법 맞선...베트남 경찰 "처벌 강도 높여야"   

브로커 짓을 하다가 걸리면 1차에서는 약 88달러, 2차 위반 시 120달러 벌금이 부과된다. 대신 한 사람만 결혼을 성사시키면 540달러 가량을 소개비로 받는다. 이 때문에 한 번 이 일에 맛을 들인 브로커들은 벌금을 물더라도 재범을 하기 마련이다. 양 모씨(54)는 두차례 경찰에 붙잡혔으나 계속 브로커 짓을 하다가 2009년 끝내 한국으로 추방됐다. 

베트남 경찰은 "단체 맞선이라도 불과 몇 분만에 끝나기 때문에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브로커 발본색원을 위해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관계 당국에 건의하는 등 점차 자국민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결혼은 브로커들 만행에 애먼 한국 총각들이 범법자가 되고 어린 처녀들의 인권이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다. 아울러 인신매매 성격이 강한 결합으로 인해 다문화가정의 건강성에도 영향을 미침에 따라 우리 정부도 적극 개입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황 씨의 여권과 그의 어린 신부의 주민증. 이들은 1967, 1987년 생으로 20년 차이다. ⓒ 유성호


신부의 나이 21세. 황 씨와 정확히 20년 차이다. 신부 역시 한국말을 단 한 마디도 쓰지 않고 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한국어를 할 줄 알아야 인터뷰를 통과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부의 침묵은 술 취해 비틀거리는 신랑과 어줍잖은 한국어 단어 몇 개의 한계 때문으로 보인다. 어린 신부는 불안과 경계의 눈빛을 늦추지 않았다.

어린 신부는 잠시 후면 남편과 헤어져야 한다. 결혼을 했다고 당장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는 없다. 양국에서의 행정절차가 한달 남짓 걸린다. 한두 달 후면 어린 신부는 귓가를 스치던 익숙한 언어를 뒤로 하고 생소한 한국말 속에서 외로움과 친해져야 하는 순간이 온다.

기댈 곳이라고는 오로지 남편뿐이다. 그런데 지금 술에 취해 머리만 쥐어뜯는 남편을 바라보는 그녀의 마음은 어떨까. 그녀의 무표정 속에는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여 있는 듯 보였다.

결국 이들은 단 한 마디말도 나누지 못한 채 다시 방으로 올라갔다. 잠시 후 이들은 짐을 싸 들고 내려와 호텔을 떠났다. 여전히 한 마디 말도 없이 몸만 움직였다. 택시에 몸을 싣고 떠나는 이들의 뒤에는 소통 부재가 주는 '침묵의 공포'가 따라가고 있었다.

탄손냐트 공항에서 자정 무렵 있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나서는 한국 남편을 따라 배웅하는 베트남 신부. ⓒ 유성호


이들은 현재 우리 땅 어디쯤에서 잘 살고 있을까. 투박한 인상의 황 씨는 어린 신부와 사이에서 낳은 아기와 땅을 지키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까. 베트남 새댁은 가정을 꾸려가며 내조와 아이들 양육 등 엄마와 아내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국제결혼에 관한 뉴스가 나오면 늘 그들이 생각난다. 부족하지만 행복을 소중히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부부이길 상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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