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소녀 '버디'의 성장통 극복기 (날자 날자 저 멀리)

제12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개막식

검토 완료

박철성(qpalzmabcd)등록 2010.07.09 15:17
 지난 2009년 '귀를 기울이며'라는 슬로건으로 진행했던 제11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가 올해는 '시네마천국' 이라는 슬로건으로 8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제12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개막식을 성대하게 가졌다. 사회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2009)에 출연했던 김범과 영화 '여고괴담5'(2009)에서 '소이'역으로 열연한 손은서가 맡았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김종현 집행위원장과 이번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마리안느 레드패스의 인사말에 이어 영화제의 개막작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Eep!)'의 주연배우인 살아있는 인형소녀 '케네디 쥬르댕 브롬리'의 무대인사가 참관객들의 뜨거운 환영의 박수 속에 있었다. 이날 배우 박하선, 방송인 임성민, 탤런트 정인기, 피아니스트 진보라, 가수 고호경, 차수경, 개그맨 김기수, 이승환, 서승만 등 많은 유명인들도 참석하였다.

특히 개막작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Eep!)'은 2010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상영작(레온틴 페티드, 유스트 드 브리스감독 - 네덜란드,벨기에, 상영시간 81분)으로 김종현 집행위원장의 "88만원 세대론'과 'G세대론' 사이에서 안타까운 성장통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과 뜨거운 위로를 얻기를 바란다."는 말처럼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에 날개를 다는 영상 축제! 라는 영화제 개최의의와 잘 통하는 영화였다.

제13회 몬트리올 국제어린이 영화제 대상수상작이기도 한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Eep!)'은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에서부터 시작된다.

평소 새들을 관찰하는 낙으로 살아가는 노인 '워리'가 들판에서 날개달린 사람처럼 생긴 알 수 없는 이상한 새 '버디'를 발견하여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리고 그의 부인 '티나'는 '버디'를 하늘에서 보내준 친딸로 여기고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며 키운다. 하지만 노부인 '티나'는 '버디'가 가진 날개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못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이상한 취급을 받으며 힘들게 세상을 살까봐 항상 걱정스럽다. 그래서 손대신 날개만 있어 숟가락질을 못하는 '버디'에게 노부인 '티나'는 발가락사이에 숟가락을 끼워 본다. 그러나 '버디'는 끼워진 숟가락을 번번이 차버린다. 여기서 늘 자신의 자식들이 세상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외톨이가 되거나 힘들게 살까 싶어 노심초사 하는 모든 부모님들의 심정이 드러난다. 그런데 이러한 부모님들의 심정에 아랑곳하지 않는 '버디'는 식사예절을 배우는 것도 거부하고 새의 본능에만 따라 입으로 음식을 먹고 곤충을 잡아먹는다.

어느 날 밤 노인 '워리'는 침실에서 함께 누워 있는 부인 '티나'가 '버디'의 날개가 나중에 사람들에게 화가 될까 싶어 걱정하자 '버디'의 날개가 나중에 무엇인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위로해 준다. 그래도 '티나'는 끝내 '버디'의 날개가 걱정이다. 더군다나 '버디'가"이브"라고 우리말로 "짹짹"거리는 말만 하자 '버디'가 언어장애아라며 힘든 세상을 살까봐 노부인 '티나'는 더욱 한없는 걱정에 빠진다. 하지만 결국 노부부는 '버디'의 본능적인 행동을 이해하고 지켜봐주기로 한다. 여기서 끝없는 부모님들의 자식에 대한 걱정과 이해가 연민이 되어 가슴 아리게 전해져 오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러한 부모님들의 관심과 걱정은 여기 영화에선 쓸데없는 간섭이며 참견일 뿐이다.

드디어 어느 날 '버디'는 남쪽으로 훌쩍 날아가 버리고 만다. 이때부터 두 노부부는 날아가 버린 '버디'를 찾아 무작정 남쪽으로 길을 떠난다. 도시 이 곳 저 곳에서 이상한 노부부 취급까지 받아가며 애타게 '버디'를 수소문하며 다닌다. 그러다 숙박할 곳도 없어 들판의 커다란 나무아래서 노숙을 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항상 아버지에게 '도움이 전혀 되지 못하는 딸'로 낙인 되어 외롭게 살아가는 꼬마소녀가 나타난다. 그리고 '버디'가 자신의 침대로 떨어져 함께 지내다 지금 여기 나무 위에서 잠자고 있다고 가르쳐 준다. 그러나 나무 위의 '버디'는 꼬마 소녀가 신겨 주었던 신발을 벗어 둔 채 날아가 버리고 없었다.

노부인 '티나'도 '버디'가 집에서 벗어버리고 떠난 신발을 같이 들어 보이고는 당황해하며 슬퍼한다. 여기서 벗어 놓은 신발은 세상의 구속에 대한 영원한 이별을 뜻한다. 즉 하늘 위로 날아가야만 '버디'의 숙명을 암시하고 있다. 신발은 지상에서 필요한 물건이다. 벗어놓은 신발은 지상위의 노부부와 같이 지낼 수 없음을 알려주지만 노부부는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결국 자식은 떠나야만 된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항상 곁에 두고 지켜보고자 하는 세상부모들의 보호심리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꼬마 소녀는 노부부에게 자신도 '버디'를 찾는데 동참하겠다고 제안하고 함께 동행 한다. 그러다가 어느 마을에서 평소에 믿음직스런 구조대원으로 알려진 구조대원이 막상 교회의 높은 종탑위에 앉아 있던 '버디'를 구해내지 못하고 독수리가 채가게 만들었다는 자책감과 함께 갑자기 겁쟁이가 되어버린 구조대원을 만난다. 결국 그도 '버디'를 찾으러가는 일행으로 동참한다. 하지만 꼬마소녀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소년을 만나 자아를 되찾고 항상 자신에게 무관심한 아빠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간다. 소녀의 가슴 아팠던 성장통이 해결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겁쟁이가 된 구조대원도 '버디'의 부러진 날개를 치료하여 다시 하늘 위로 날려 보내면서 자신감을 되찾게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 버린다.

이렇게 모두 노부부를 떠나고 만다. 이처럼 노부부만 남겨진 상황이지만 그래도 노부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남쪽으로 내려간다. 그러다 노부부는 드디어 남쪽으로 떠나려다 바다에 빠진 '버디'를 극적으로 구출하여 집으로 데려온다. 그런데 노부부의 온갖 정성과 보살핌으로 건강을 되찾은 '버디'는 굳게 닫힌 창문을 온 몸으로 부딪치며 저 멀리 남쪽으로 날아가고 싶어만 한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노부부는 새는 남쪽으로 날아가야만 한다는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노부부는 '버디'가 가고자 하는 남쪽으로 떠나보낸다. 한참동안 힘차게 날아가는 '버디'의 모습을 지켜보던 노부부는 혹시 다음 여름에는 혹시 돌아와 주지나 않을까하는 실날 같은 희망을 품는다. 이렇게 '버디'는 남쪽으로 날아감으로써 '버디'의 성장통은 끝난다. 그리고 노부부의 또 다른 부모로서의 '성장통'도 함께 끝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처럼 집 떠난 자식을 위해 온 몸을 바쳐 헌신하는 뜨거운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이 훌쩍 떠나버리는 '버디'처럼 부모의 가슴을 기다림과 허무 속에 파묻어 버리는 것이 아닌지 모른다. 그러나 자식은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벗어남으로서 자아인식과 발전이 시작된다. 그래서 이 영화의 결말은 부모는 자라나는 자식들과 청소년들을 '어떻게 대해야만 하는가? 어떻게 이끌어야만 하는가?' 에 대한 질문에 '성장통'을 어떻게 극복하여 이끄는가이다. 우리 모두 자식들과 청소년들의 본능을 믿고 지켜봐주는 성숙된 부모의식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실제로 현실에선 이루어지기가 요원한 희망이다. 그래서 우리들의 자식과 청소년들의 '성장통'은 어쩌면 계속되어 질지도 모른다.

개막작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Eep!)'의 주인공 '케네디 쥬르댕 브롬리' 은 2007년 MBC 스페셜 '인형소녀 케네디'  SBS '신동엽의 있다! 없다!'에서 이미 소개되었다. 2003년 2월 13일 1.1kg으로 출생한 '케네디 쥬르댕 브롬리' 원발성 왜소증으로 올해 9살로 67cm키에, 몸무게 4.5kg으로 캐나다 온타리오주 머스코가에 살고 있다. '케네디 쥬르댕 브롬리'은 태어날 때 너무 작아 인형 옷을 입고 인형 소파, 인형 화장대를 사용하며 자라 '인형소녀'로 불렸다. 참고로 지난 5월 8일 SBS의 '놀라운대회 스타!킹'에 출연한 세계 최단신 보디빌더 인도 펀자브지역의 세아드티야 로미아 데브(88년생, 키 83cm, 몸무게 0.5kg)도 '케네디 쥬르댕 브롬리'처럼 전 세계에 약 100명 정도만 있는 원발성 왜소증을 가진 사람이다.

제12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는 65개국에서 971편이 출품되었으며, 세계 39개국 135편의 장,단편 영화가 선정되어 상영된다. 어린이, 청소년, 가족, 성장을 주제로 Red, For Kids, 질풍노도, About Children, 가족이란 등 총 5개의 섹션으로 편성하였다. 또 '반짝이는 순간들-For Kids'와 장편 4편에서 문화 소외계층인 시각 장애우들과 어린이 관객을 위해 동화구연가가 대신 자막을 읽어주어 영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외에 '강우석 감독 특별전'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기념으로 축구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모은 '슈팅 필름' 등도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 온 미래의 영화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한 자리에 모인 제11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오는 15일까지 진행되며, 주 상영관은 종로3가의 롯데시네마 피카디리이다(5.6.7.8관).
덧붙이는 글 아시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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