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기득권"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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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win0419)등록 2010.06.27 17:48
어딜 가도 들린다. 누구나 문제라고 한다. 바로 민주당의 "호남 기득권" 이다. 친노도, 진보진영도, 리버럴 지식인도, 하나같이 목청 높여 소리친다. "민주당이 호남 기득권을 버려야 진정한 통합이 이루질수 있다" "민주당이 지역주의를 버려야 한다"

국참당이 갈라지면서 한 얘기도 "호남 기득권"이었다. 호남 기득권과 지역주의에 빠진 더러운 민주당과 함께 할수 없다는 것이다. 노회찬도 호남 지역주의를 비판한다. 심상정은 호남 지역주의가 얼마나 미웠던지 fta를 찬성한 유시민과 힘을 합치면서까지 선거 이후 민주당을 제압하고자 했다.

이쯤되면 진보, 개혁 진영의 제1공적은 한나라당이나 조중동이 아니라 민주당의 호남 기득권인것 같다.

그래 얼마나 민주당의 호남 기득권이 무서우면 이들이 이렇게 경계를 하고 비판을 하는 것일까? 무시무시한 호남 기득권의 실체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겠다.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 호남인들은 영남, 경기, 강원인들에 비해 출신 지역에 따른 이익을 누리고 있을까? 그런데 호남이 곡창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개발 독재 기간동안 개발에서 소외당하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은 한국 정치를 연구한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히려 개발의 특혜를 톡톡히 보아온 것은 수도권 일부와 경상도 공업지역이었다. 경제적 기득권이 호남에 있을 턱이 없는 것이다.

정치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 김대중 치세 5년을 빼고 호남이 정치적으로 기득권이나 지대를 누린적은 없다. 김대중 정부에서의 호남 인사 기용도 과거의 지나친 호남 배제를 뒤늦게나마 시정하는 차원이었으므로 기득권이라 말하기 곤란하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오히려 pk챙기기가 문제가 되었었다. 대한민국 현정사에서 기득권은 커녕 제 몫도 찾은적이 없던 호남, 이명박 치하에서 호남 차별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호남에게 기득권을 운운하는 것은 정신병자의 넋두리를 연상시키는 개소리다. 인간으로서 할 얘기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도데체 진보 개혁 진영이 한목소리로 비난하고 저주하는 "호남 기득권"의 정체가 무엇이란 말인가? 혹시 민주당의 호남에서의 지지를 말하는 것일까? 그래서 민주당이 그것을 포기해야 하는가?

이것은 참 곤란한 얘기가 아닐수 없다. 지구상에 지지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정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자신들을 지지해주는 호남을 거부하란 말인가? 호남이 민주당을 97%의 비율로 지지하는 이유는 한나라당을 도저히 찍을수 없는 절박감으로 인해 집권 가능한 개혁세력에 올인하기 때문이다. 입맛이 까다로운 인터넷의 개혁 네티즌들과 달리 호남은 이것 저것 가리지 않는다. 한나라당에 대항할 힘이 가장 큰 집단을 호남은 무조건 지지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은 당연히 호남지역의 의석을 석권하게 된다. 이것을 "호남 기득권"이라 부르는 모양인데, 기득권은 맞긴 한데 도덕적으로 잘못된 기득권은 아니다. 민주당이 집권 가능한 현실 개혁 정당이라는 사실이 한나라당의 호남 차별과 학살이라는 역사적 비극과 결합해 도출되는 당연한 현상이다. 만약 어떤 다른 정당이 민주당을 몰아내고 더 강력한 개혁 정당이 된다면 호남의 기득권은 그쪽에 쏠릴것이다. 이런 일이 열린우리당 창당후 있지 않았는가?

그러므로 민주당에게 호남 기득권을 내놓으라 마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가 아닐수 없다. 현실 정당에게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도 없는 정당한 기득권을 아무 댓가 없이 내놓으라?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그 기득권이 부러우면 자기들도 호남에서 당선될수 있는 현실 정당이 되면 된다. 아니면 호남인들의 강력한 반한나라당 성향 자체를 누그러 뜨리던지.

민주당에게 호남 기득권을 내놓으라는 주장은 또한 호남 유권자를 능멸하는 주장이다. 호남을 위해, 그리고 해당 지역구를 위해 한것도 없는, 허구헌날 정치 개혁이니 진보니 떠들면서 지역을 위한 봉사도 한적 없는 정당이 호남 선거에 출마한다? 민주당과 같은 독점적 지위를 계승하겠다? 이거야 말로 호남 유권자를 위에서부터 찍어내리고 무시하는 작태이다.

국참당과 진보정당은 호남 기득권 타령을 하기 전에, 우선 호남을 위해, 그리고 자기들이 당선되고 싶은 호남 지역의 지역구를 위해 무슨일을 할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민주당의 목을 흔들어서 무주공산의 호남 지역구를 날로 먹으려는 패륜적인 야심은 버려라. 당신들이 호남을 위해 아무런 고민과 노력도 하지 않고 단지 민주당을 쳐 밀어내면 호남은 당신들을 찍어야 하는건가? 호남은 당신들을 찍어야 하는 의무라도 갖고 있는 것인가?

인간이라면 양심을 가져야 한다. 악귀나 개돼지 짐승종자에게는 물론 양심이 없을테지만 인간이라면 최소한의 양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진보정당과 국참당이 본의아니게 악귀요개돼지 짐승종자로서 기능하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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