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법고 치기를 멈춘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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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복자(bjkang86)등록 2010.06.27 10:47
퇴근길, 시간이 허락되면 종종 조계사에 들려 경내를 돌면서 하루의 부산했던 마음을 잠시 가라앉히고 집으로 가곤합니다.

경내를 거닐고 있을 때, 제게 불교교리를 강의하셨던 인연이 있는 환몽스님을 뵈었습니다.
합장으로 인사를 드렸더니 법고를 치러 가시는 중이라 하셨습니다.

저도 스님을 뒤따라 종각으로 올랐습니다.

인근 선방에서 좌선에 들 때면 범종소리와 법고소리에 수식(좌선에서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호흡을 조절하면서 숫자를 반복해서 세는 일)을 멈추고 법고소리를 세어보곤 했는데 오늘은 저의 스승이기도 하신 환몽스님이 직접 법고 치시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게되었으니 얼마나 영광인가.

지난가을 대흥사에서의 저녁예불 전에 사물 치는 광경을 여전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황혼이 내린 어두운 불당아래에서 무인스님을 비롯한 여러 스님들께서 범종루의 사물을 치시는 그 장엄함은 어떤 오케스트라도 견줄 바가 못된다, 고 여겨졌습니다. 처음으로 사물이 함께 울리는 광경을 접한 저는 제 심장이 함께 뛰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법고는 네발 달린 축생들의 영혼을 제도한다고도 합니다. ⓒ 강복자


범종을 울리는 환몽스님을 뵙고 있으니, 지난번에 환몽스님께서 들려주신 얘기가 새롭습니다.
"어느 스님께서 범종을 한 번 치시고는 다음 치실 생각을 안하시드랍니다. 그래서 옆에 계신 스님이 재촉하는 뜻으로 '왜 이어서 치시질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북채를 쥔 스님이 답했습니다. '파율破律의 악업을 짓고 지옥도에 빠진 아귀들이 이 범종소리를 듣는 순간에는 악업의 고통을 받지 않고 즐거움과 환희를 느낀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범종이 울리는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늘여 그들이 고통받는 시간을 줄어들기를 바랐습니다.'라고..."

아시다시피 사물四物은 법고法鼓·운판雲板·목어木魚·범종梵鐘을 아울러 이르는 말입니다.  이 네 가지는 스님들의 예불이나 공양시간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우주만물의 지수화풍地水火風을 의미하기도 한답니다. 법고는 땅을. 범종은 불을, 운판은 바람을, 목어는 물을 상징합니다. 또한 범종은 부처님의 음성으로 현생의 중생과 지옥의 중생을, 법고는 네발 달린 축생들의 영혼을, 운판은 공중을 날아다니는 새의 영혼을, 목어는 물고기들의 영혼을  제도濟度한다고도 합니다.

범종은 부처님의 음성으로 현생의 중생과 지옥의 중생을 제도합니다. ⓒ 강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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