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하게 독서하기> 일본전후사

일본의 역동적인 역사변화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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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kdh2966)등록 2010.06.18 11:44

<처절하게 독서하기> 일본전후사 나카무라 마사노리의 일본전후사 ⓒ 김동환


일본 전후사(나카무라 마사노리, 논형, 2006)

"일본의 역동적인 정치변화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1945년 9월 2일 도쿄만에 정박한 미국 전함 미주리 호. 펜을 잡은 일본 외무대신 시게미쓰 마모루의 손이 떨렸다. 일본이 지다니.. 세계 2차 대전 발발을 주도한 일본은 패배할 수 있는 국가가 아니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는 일본 군부가 진다는 것을 상상할 수 가 없었다. 그만큼 자랑스러운 가미가제 특공대의 활약은 누부셨다.

<처절하게 독서하기> 일본전후사 1945년 미전함 미주리호에서 일본이 패전 서명을 하고 있다. ⓒ 김동환


그러나 세계 2차 대전의 막바지, 일본군의 전선은 명백히 후퇴하고 있었다. 대륙을 깊이 침투해 들어갈수록 물자 공급이 쉽지 않고 저항은 거세져갔다. 최전방의 일본군 장교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45년 8월 6일 본국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세계대전 이래 본국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그제 서야 일본 국민들은 전쟁의 공포를 실감할 수 있었다. 8월 15일, 잡음을 내는 단파 라디오 방송에서 쇼와 천황의 '종전조서(終戰詔書)'가 흘러나왔다. 일본의 무조건 항복, 그 후의 역사를 일본은 '전후사(戰後史)라고 시기 구분을 한다.

한반도의 운명도 요동쳤다. 일본의 무조건적인 항복으로 인해 식민지에서 해방되는 기쁨도 잠시, 일본 만주군의 도발을 대비해 소련군은 즉시 만주군을 무장 해제 시키고 북한 지역에 대한 개입을 시작한다. 남한에서는 연합군을 대변하여 미군정이 들어와 점령 통치를 시작하는데, 이로서 사실상 분단의 비극이 시작되고야 말았다. 아마 유사 이래 가장 비참한 일이 아닐까 하는데 전쟁을 도발한 일본은 분단도 되지 않고, 전쟁 책임에서도 일정 정도 벗어나게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의 큰 변화가 일어났다. 전 세계에서 계급혁명이 일어나자 이를 큰 위협이라 판단한 미국은 세계각처에 반공(反共)기지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일본을 '간접통치'한 GHQ(연합국 총사령부)와 한국을 '직접통치'한 미군정의 역할 역시 이를 대변하게 되고,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중요성이 강화되었다. 자연히 이 시기 한, 일 국내에서의 적색운동은 강력한 탄압을 받기 시작했고 차츰 쇠락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패전 후 일본의 정치, 경제 상황은 처참하였다. 또한 전쟁 패배의 후유증은 국가 전체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었는데, 곧 이어 발발한 6.25 전쟁은 일본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엄청난 기회를 제공했다. 전쟁 물자를 공급하는 기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 일본은 이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경제, 군사 대국으로 돋움 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전후 일본은 꾸준한 노력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단 한 가지 일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미국에 대한 콤플렉스다. 전후 미국은 GHQ, 주일미군을 통해 군국주의자, 공산주의자를 정계 주류에서 쫒아내고 중도 세력을 양성하여 미일동맹을 안착시켰다. 그러한 요인과 일본인의 철저한 자발성이 동시 작용하여 일본은 하나의 거대한 보수적인 정치문화를 만들어나갔다. 바로 자민당의 장기집권이다. 일본의 정치발전에 근본적으로 저해되는 요소는 무엇보다 국제문제에 있어서 보수 일색의 집권당과 보수적인 투표행위를 고수했던 일본국민에게 있을 것이지만, 그 영향이 미국의 전후 처리와 무관치 않기 때문에 일본의 정치가와 국민은 미국에 대해 아주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나카무라 마사노리의『일본 전후사』는 일본의 소장파 학자로서 일본 전후사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시도했다. 또한 일본 전후사의 서술과정에서 관계되는 국제 역학을 무시하지 않고 반영시킴으로서 굉장히 잘 완결된 특징을 가졌고, 대학생인 내가 읽기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2009년 한국의 국민대학교에서 일본 민주당 간사장인 오자와 이치로의 강연이 있었다. 야당 총수가 아닌 집권당의 대표로 온 오자와 이치로를 보며 일본의 변화를 실감해본다. 일본 국민의 엄청난 변화 열망은 집권 자민당의 장기 독주를 마치고 민주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한마디로, 요동치는 일본이다. 그에 따라 일본의 대외 정세가 미묘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북아지대에서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미일동맹의 위상을 재조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처절하게 독서하기> 일본전후사 강연하고 있는 오자와 ⓒ 김동환


글을 다듬는 이때, 일본은 다시 오하토(오자와-하토야마) 체제가 8개월만에 종식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집권의 핵심공약이었던 후텐마 기지 이전 공약의 사실상 후퇴와 오자와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는 민주당의 인기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7월 선거에 대한 민주당의 두려움이 커졌다. 물론 일본이라는 국가가 어느 한사람에 의해 전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닐테지만 오하토 체제가 종식함으로서 일본개혁의 방향이 어디로 갈 지 좀더 두고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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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치론』(현대일본학회, 논형,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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