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전쟁, 그 결과

부산시장 선거, 치열했던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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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우진(flytosk2)등록 2010.06.12 11:12

선거운동 기간 동안 타매채의 인턴기자로 활동하며 아주 가까이서 후보들을 지켜봤다. 선거는 전쟁이었고 총탄은 '말'이었다. 유리한 이미지를 누가 선점하느냐가 전쟁의 승리자였다. 참모들은 일정 하나하나에도 전략과 목표를 세웠고 의미를 부여했다. 끊임없이 이슈를 생산했으며 '말'을 만들어냈다. 2주간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방대한 양의 정책·공약을 시민들에게 전달하기란 실질적으로 무리가 있다. 결국에 선거판을 흔드는 것은 슬로건으로 대표되는 후보들의 이미지였다.

 

이번 6.2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이미지를 선점하려는 노력이 선거 시작 전부터 있어 왔다. 노풍과 북풍의 대결이라든지 현 정권 심판론 대 과거 정권 심판론 등의 이미지 대결은 정책 선거와는 거리가 멀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길 후보의 부산시장 낙선은 허남식 후보와의 이미지 전쟁에서 패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허남식 후보의 슬로건은 '일류부산, 일등시장'이었다. 반면에 김정길 후보의 슬로건은 '부산의 가장 김정길' 이었다. 선거운동의 첫 번째 프레임은 성장 대 복지의 대결로 짜 맞춰진 것이다. 그런데 이 프레임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두 후보 간에 능력의 차이가 나타났다.

 

허 후보는 일정의 대부분을 거리유세 현장에 집중했다. 특히 재래시장에 방점을 뒀다. '일류부산 일등시장'이라는 컨셉 아래 서민경제를 살리는 서민 일꾼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거리연설에서 그는 여당시장의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지방선거를 지역발전을 위한 능력 있는 일꾼을 뽑는 자리로 틀 지운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의 시정경험과 성과를 갖고 있는 현직 후보자에게 유리해진다. 

 

반면에 김정길 후보는 복지에 대한 프레임을 구체화 시키는데 미흡했다. 김 후보는 봉하마을에 다녀왔고 노 전 대통령 추모식에 참석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씨가 거리유세를 도왔다. 그리고는 거리유세에서 '변화와 희망'을 얘기했다. '바꿔야 한다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거의 혁명수준이다' 이 말은 김 후보가 거리유세를 하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이다. 노무현의 동지라는 컨셉과 변화라는 컨셉은 일치하기 힘들다. 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참패함으로써 국민의 심판을 수용해야 했던 참여정부가 변화와 희망의 대안이라고 말한다면 시민들이 수용하기 힘든 것이다.

 

결과적으로 허남식 후보가 지방선거를 일 잘하는 사람을 뽑는 자리로 바꾸어 놓았지만 김정길 후보가 계속해서 정치적 바람에 의존함으로써 시민들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처음부터 김정길 후보의 이미지로는 허남식 후보를 이길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두 후보의 능력이나 자질에 별다른 차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두 후보 모두 60대이고 풍부한 시정경험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려면 변화에 어울리는 젊고 패기 넘치는 인물이 필요했다. 6.2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허남식 후보가 민선 5기, 3선 시장이 됐다. 시민들은 '일 잘하는 시장'이라는 카드를 또 한 번 선택했다. 치열했던 이미지 전쟁이 끝났으니 이제는 이미지의 실체를 보여줘야 할 때다.

 

2010.06.12 11:09 ⓒ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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