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후보가 다르게 움직였다면 부산시장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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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호(phshin)등록 2010.06.07 11:44
야 5당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고 김정길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돌파하지 못했던 40% 지지선을 넘어 거의 45%의 지지를 받은 놀라운 결과로 부산시장 선거는 종료됐다. 하지만 김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대입 시켜보고, 경기 지사 후보도 다른 후보를 집어 넣고 생각해 보면 선거 결과는 어땠을까?

부산의 많은 야성을 지닌 민심은 거의 투표를 잘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투표해봐야 뻔한 결과인데 뭐하러 하는 가이다. 사실 무관심이 아니라 패배 의식에 젖은 자조적인 기권인 것이다. 그런데 김후보가 45%대로 득표한 것을 보더니 "아깝다"는 말이 많아지고 있다. 김후보에게 미안하지만 좀 더 쎈(?) 후보가 나왔다면 이겼을 것이라는 것이다. 즉, 문재인 씨가 나왔다면 그랬을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지나간 투표지만 가상 후보를 거론해 볼까한다. 다음 선거를 위해서 필요하지 않을까한다. 지난 총선에서는 대선 뒤의 여진이 계속된 터라 과거 참여정부 인사들은 어디서도, 심지어는 민주당 내에서 조차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지경일 정도로 홀대를 받았었다. 그런 가운데 유시민씨는 뻔한 결과를 알면서도 자신을 대구 지역구에 던져서 산화(?)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에게 나름 직접적으로 신선한 평가를 받는 모습을 견지했다.

이런 그가 그 지역구를 떠나 서울시장에 도전한다고 하다가, 한명숙 후보가 나오자 슬며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기 지사에 나온다고 선언했다. 자신의 선거 지분에 대해 상당히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이것이 바로 열렬한 지지층을 갖고있는 장점인 동시에 그 이상의 흡인력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되는 모습이다. 하여간 그는 경기지사가 아니라 대구시장에 도전했어야했다. 자신의 주군인 노 전대통령이 억울하게 죽음에 몰린지 1년도 채안된 상황에서 진정한 측근이었다면 자신을 다시 한 번 산화시켜 MB의 심장부에서 전사할 것을 택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그도 대구에서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40%가 넘는 지지를 받았을 것이고 잠자는 야성을 깨우는데 일조했을 것이다. 누군가 도전하지 않고 바뀌기만을 기다린다면 대구나 경북은 버림받은 야도가 된다. 강부자들의 친목 단체인 딴나라당의 거물들이 한 번도 호남에 몸을 던지지 않는 것처럼 똑같은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이다. 그러고도 지역감정이 없어지길 바란다면 공부 하나도 안하고 몰래 커닝해서 상위 점수 받으려는 도둑놈 심보와 다른게 뭐 있는가.

유시민 후보가 강력히 동반 자살(?)을 권유하며 문재인씨를 부산 시장후보로 나가도록하여 세웠다면 부산 시장 선거 결과는 틀림없이 달랐을 것이다. 문재인씨 역시 노 전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한 속죄와 억울한 평가를 받는 참여정부에 대한 재심(?)을 국민들에게 청구하는 자세로 나섰어야 했다. 그러면 훨씬 노풍은 강력했을 것이고 천안함 사건은 하나가 아니라 두개(?) 이상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그의 묵직한 표 흡인력은 김 후보 보다 강력하기에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경기지사는 누가 나왔어야 하는가?  전 지사인 손학규씨가 나왔어야 했다. 별로 전국적 대중 지도자 이미지가 없는 그에겐 오히려 이 번 선거가 그 이미지를 전국화하는데 절호의 찬스였다.  그리고 이 기회에 확실하게 딴나라당에서 환골탈퇴한 진정한 야당인의 모습도 보여 주었어야 했다.  다른 후보의 단일화 지원에 열을 올릴 일이 아니라, 비록 당선 가능성에 대한 표면적 여론에서 불리하더라도 그것을 돌파하는 강한 힘을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서 돌파하는 김두관 후보같은 뚝심을 보여줬어야 했다.  항상 이기는 쪽만 택하는 정치인은 양지만 쫓는 이미지를 국민에게 보여 주게되고, 고생하는 친 서민적 이미지가 별로 없게되어 친화적인 표 흡수력에 큰 제약이 따른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유시민 후보가 대구를 벗어나 경기도에 왔을 때의 모습이 바로 그거였다. 갑자기 양지를 찾는 모습처럼 비추었고 바로 거기서 한계가 드러난 것이었다. 대중의 지도자가 되려면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말아야한다.

서울 한명숙 후보, 부산 문재인 후보, 경기 손학규 후보, 대구 유시민 후보, 경남 김두관 후보로 라인업된 선거 였다면 결과는 한나라당 완전패망(?)이었을 것이다. 야당 대연합은 전국적으로 완벽하게 이루어 졌을 것이다. 겨우 3% 득표한 후보 때문에 졌다는 아웅다웅 할퀴기 논란도 없을 것이다. 서울 강남에도 야성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영원히 죽은 야도는 대한민국에 없다. 죽어 달라고 교묘히 호도하는 조중동과 그걸 기반으로 권력 잡을 생각에 몰두하는 기득권 정치인들만이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위와 같은 라인업으로 출전했다면 아마도 한나라당의 쥐띠들이 줄줄이 탈당하는 사태가 일어났을지도 모를 진도 9.0의 지진과 쓰나미가 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주류는 상위 1% 강부자가 아니라 99%의 서민이다.  서울 강남에도 야성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무소유의 정신으로 무장된 정치인들이 움직였다면, 조그마한 기득권에 연연치 않았다면 다른 드라마가 쓰였을 것이다.

10년만에 넘겨 받은 권력을 손쉽게 넘겨줄 딴나라당이 아니다. 바보들 같이 권력 쥐고 있을 때 권력 주변부 기생충 청산을 제대로하지 못한 참여정부와 누가 무슨 욕을 하든 법이 뭐라하든 야당으로 다시 권력이 넘어갈 일은 아예 싹부터 없애 버릴려고 혈안이 된 MB정권의 권력에 대한 소유욕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10년전 상영됐던 영화 "박하사탕"의 주인공이 "나 돌아갈래!"라고 울부짖으며 마주오는 기차에 부딫쳐 자살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6.2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언뜻 이 영화가 생각났다. 패망하여 흘리는 눈물은 다시 돌이키지 못하는 법이다. 승리한다고 도전하며 흘리는 눈물은 얼마든지 돌이킬 수있다. 길이 아니면 가지말 것을 다시 한 번 새겨 보기를 바란다.

분열을 넘어 뭉쳐도 안되는 진보라면 나를 먼저 버리면 된다. 아집이 없는 사심없는 단결을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겨레 필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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