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최대 자선단체 마사회자키클럽이 되고 싶어요"

한국마사회 영등포지점 봉사단체 '농촌을 찾는 사람들' 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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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애(cja3098)등록 2010.05.28 10:54
지난 3월 중앙일보가 기획 연재한 '선진 경마 현장을 가다'에 따르면 영국, 미국, 일본,  홍콩 등 경마선진국에서 경마는 문화이자 사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명절에 민속씨름을 하는 것처럼 경마의 고향 영국은 부활절과 크리스마스 연휴 때 전국 곳곳에서 큰 경마대회가 열린다. 일본 역시 경마 시행 초창기엔 도박의 성격이 짙었지만 지금은 레저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니 그들의 경마문화를 눈여겨 볼만하다.

홍콩은 더욱 관심을 끈다. 홍콩의 경마는 축제이자 기부행사로 자리 잡았고, 홍콩의 최대 자선 단체는 마사회(자키클럽)이라고 소개했다. 자키클럽은 홍콩사회에 책임을 느끼고 실행하는 봉사단체다. 이 단체는 경마를 건전한 레저문화로 정착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며 우리의 경마에 대한 인식을 떠올렸다.

우리나라의 경마는 88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건전 레저스포츠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경마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곱지는 않다. 한국 마사회 영등포 지점에서는 뜻 깊은 봉사단체를 만들었다. 농찾사(농촌을 찾는 사람들)란 이름을 내걸고 홍콩의 자키클럽을 꿈꾸며 야심차게 출발했다. 젊은이들은 너도나도 도시로 떠나 일손이 부족한 경북 청도의 한 농가와 자매결연을 맺고 생산에서 판매까지 전면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농찾사회원들이 경북 청도 감 농장을 찾아 잡초를 뽑고 있다. ⓒ 최정애


농찾사의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마사회 영등포지점 이상봉 소장은 "2년 전 옆집에서 감말랭이 구입을 권유했습니다. 친척이 시골에서 감 농장을 하는데 판매에 어려움이 있어 지인들에게 권하는 식으로 판매를 한다는 거였어요. 먹어보니 맛도 있고 가격 또한 저렴했습니다. 국적 불명의 먹거리가 식단을 위협하는 요즘, 우리 농산물을 믿고 먹을 수 있다는 데다 농촌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라며 농찾사 창단 배경을 밝혔다.

농찾사의 단장을 맡고 있는 한국 마사회 영등포지점 조문행 지점장은 " '농사기술이 부족한 도시인들이 농사일을 얼마나 거들어 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거의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이 다수인 농촌을 찾는 것만으로도 어르신들은 위로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왔습니다. 올봄 이상 저온으로 농작물 개화에 문제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스런 마음으로 지난 5월 11일 찾아갔습니다. 다행이 감꽃이 피는 시기와 이번 냉해와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더군요. 잡초를 뽑고 감꽃을 갉아먹는 약을 뿌리며 한민족의 근본인 농촌 기운을 한껏 느끼고 왔습니다. 일터로 돌아오니 그 기온을 받아 일이 더 잘 될 것 같습니다. 1지점 1농가 결연을 시작으로 여러 농가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농장 주인 김종문 어르신(오른쪽)과 농찾사 이상봉 매니저가 감나무 상태를 점검 중이다. ⓒ 최정애


현재 마사회 영등포지점 직원 250명이 참여하고 있는 농찾사는 매월 한 차례 경북 청도의 농가를 찾아 봉사활동을 펼친다. 발매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영주 씨는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이제 자녀도 제 앞 갈음을 하고 가정도 안정되니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병원에서 봉사를 하려고 알아보던 참에 제가 몸담고 있는 곳에서 농촌과 함께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반가웠습니다. 제가 다녀온 3월에는 감나무에 싹도 나지 않은 상태였지만 싹이 돋고 꽃이 피어 열매가 맺는 과정을 죽 지켜보겠습니다. 친정을 찾는 딸을 맞는 것처럼 반갑게 맞아주신 어르신이 눈에 선합니다"라고 말했다.

마사회와 인연을 맺은 김종문(경북 청도군 매전면 예진2리) 어르신은 "2,000평의 과수농장에서 나오는 감을 판매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갈수록 외국 농작물이 많이 수입되고 있어 더욱 힘들어져 수확 때가 되면 알음알음 아는 사람에게 연락해서 팔았다. 먹어 본 사람이 우리 사정을 알고 이렇게 일도 도우고 판매도 도와준다고 하니 정말 고맙다. 서울에서 이곳까지 봉사활동을 하러 오는 날은 마을 사람들도 부러워한다. 기력이 달려 올라가지 못하는 나무에 올라가 해충을 잡아주는 서울 젊은이들이 너무 고맙다. 올 가을 좋은 품질의 감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농찾사 회원들은 친정 부모님께 드릴 음식을 준비하듯 정성껏 준비해 갔다. ⓒ 최정애


'농찾사' 탄생을 보며 전남 장성군의 홍길동 스토리가 생각난다. 허균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문소설 <홍길동>에 나오는 홍길동은 조선 초인 15세기 중엽 장성군에서 태어난 역사 속 실존 인물이다. 장성군은 홍길동을 내세워 전국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문화콘텐츠산업에 뛰어들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홍길동 캐릭터 사업의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1개 회사와 캐릭터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문화사업의 새장을 개척한 이른바 길동이 사업은 장성군청의 한 공무원의 다음과 같은 제안에서 비롯되었다.

'홍길동은 분명 장성에서 태어난 실존인물이므로 홍길동 생가 복원 사업을 추진해야 함'

이 제안을 낼 당시는 별 주목을 받지 않다가 김흥수 장성군수의 안목으로 이 제안을 과감히 채택, 시행에 들어가 오늘의 결과를 낳았다. 한 직원의 아이디어가 한국마사회의 트렌드를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100년 경마역사를 눈앞에 둔 한국의 경마는 보다 선진화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직원과 경마고객이 함께 참여하는 농찾사의 모습을 그려본다. 그렇게 된다면 홍콩의 최대 자선단체인 마사회자키클럽으로 가는 길이 멀지 않을 것이다. 

잡초들아~ 감나무가 잘 자라게 도와주어야 농부 할아버지 이마에 주름이 생기지 않는단다.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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