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만나는 타인

세상은 메비우스의 띠와 같은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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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whatnew)등록 2010.05.04 16:08
거리에서 만나는 타인들

                                                                                          김영래

신문이나 TV등에서 거리에 출렁이는 사람들의 얼굴을 볼 때가 가끔 있다. 그 속의 사람들은 모두 남이다. 혹시 자신이 찍혔더라도 알지 못하면 타인의 무리에 불과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목적지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갑자기 궁금했다.
언제 그랬냐하면 시골 초등학교 총 동문회를 주관하면서 주소록을 정리해 전자우편을 보낼 준비를 하는데 그렇게 많지 않은 동문들의 주소가 참으로 제각각이었다.
내 고향은 충청북도 제천시 금성면 양화리라고 하는 100여호가 될까 말까하는 작은 시골마을이고, 집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것도 아니고 이 골짜기 저 골짜기 흩어져 있다.
더구나 행정구역을 달리해 월림이라는 마을의 아이들까지 모여 70년대 학교가 가장 활기찼던 때에도 한 학년이 두반인 경우가 없었고, 전교생이 약 200명이였던 초등학교였으니 대부분의 선,후배를 알고 지냈다.
지금은 폐교가 되어 지적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어 다행스럽게 흔적이 남아 있긴 하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 아니어서 좀 위태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각 졸업생 기수별 대표로부터 주소록을 건네받아 전자우편에 관해 우체국에 문의를 했더니 컴퓨터 워드프로그램 파일로 작업을 해야 된다고 해서 좀 귀찮기는 해도 별 도리가 없어서 일일이 입력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나는 8회니 1,2,3회 정도의 선배는 잘 몰라도 그 이후의 선배들이나 우리 뒤 후배들의 이름이나 얼굴은 대충 생각이 났다.
그런데 내가 사는 소도시에 주로 주소를 두고 있는 사람이 많이 있지만 서울이나 경기도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나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참 신기한 것은 강원도 산골에서부터 경상도, 전라도 바닷가까지 거의 한 두명씩은 가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도시도 아니고 무슨 면 무슨 리까지.
아 그 선배! 그때는 그랬는데 참 멀리도 가서 사네. 어쩌다 거기까지 가게 됐을까?
그때는 그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그 후배 녀석은 나한테 덤벼 몇 대 줘 박은 기억이 있는데, 허허 지금은 어엿한 중견 건설회사 사장을 하고 있네.
이런 저런 생각이 샘물처럼 솟았다.
그러고 보면 이 작은 시골에서 그 먼 곳의 시골까지 흘러가 삶의 터전을 잡고 있으니 거리에서 만나는 익명의 사람들 연줄을 타고 타고 하다보면 대부분 하나의 인연쯤에는 걸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자동차를 타고가다 접촉사고라도 나면 변해버린 얼굴이 선배나 후배일 수 있는 확률이 꽤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창밖으로 욕이라도 할 생각이라면 아예 접어야겠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또 어느 먼곳에서 온 누구의 동창생이고 내가 알고 있는 그곳의 사람과 이웃으로 살고 있었을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세상은 메비우스의 띠로 연결된 하나의 띠일 것이다. 
매일 아침 내 집에 우유를 배달해 주시는 사람,
내 옷을 세탁해 주는 사람, 시장에서 생선을 파시는 사람,
여행 중 낯선 곳에서 만나 길을 물어야 사람 등등.....
거리에서 출렁이며 무리지어 가는 얼굴을 알지 못하는 타인도 속속들이 들여다 보면 아는 사람들이다.
내 선배이거나 후배이거나 혹은 그 아들, 딸 혹은 사촌, 사촌의 사촌, 팔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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