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 목표는 '선거승리'에 있다

잠자는 20, 30 어떻게 흔들어 깨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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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숙(choks00)등록 2010.04.29 17:58
그동안 진보진영 후보단일화를 위해 애써주신 시민단체대표들께 경의를 표한다.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단일화 성과가 있고 또 경기도지사 후보들이 단일화에 전격 합의함으로써 아직 희망의 불씨는 남아 있다고 본다. 문제가 어려울수록 남을 탓하기보다는 '내 탓이오'하는 자세로 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뷰스앤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7일 지방선거 판세 전망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8.4%가 여당이 신승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고, 압승 전망도 15.5%로 나타나, 응답자 절반을 넘는 53.9%가 여당의 승리를 점쳤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가 전혀 터무니 없지는 않다고 본다. 그 만큼 이번 선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왜 진보진영은 이번 선거에서 야권연대를 하려고 하는가? MB정부를 심판하고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연대가 목적이 아니라 선거에 승리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민주당, 시민단체, 진보언론 할 것 없이 마치 단일화만 되면 야권이 이긴다고 가정하는 것 같다. 여론과 선거전략을 공부해온 필자로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지방선거는 늘 현 정부에 대한 평가를 담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각 정당이 선거구도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우리의 선거법은 민주국가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소통의 제약이 심하다. 게다가 중앙선관위의 노골적인 편파성은 이번 선거를 야당에게 매우 불리하게 만들 것임을 짐작케 한다. 언론까지 통제되는 상황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약간 올라가리라 예상하지만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은 50%도 안될 정도로 낮았다. 천안함사건은 이미 장년층의 일방적인 여권지지로 표를 결집시키고 있다. 먹고 살기 바쁜 유권자들의 선거관심 또한 턱없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야권연대가 되어도 결코 승리를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이 간과되고 있다. 투표율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정당일체감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같은 지역주의 정당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한나라당은 지지기반에 변화가 있었다. 노무현정부가 좌파정부라는 언론의 비난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한나라당은 성장이데올로기로 지지자를 재결집시키는데 성공했다. 과거엔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을 더 지지했던 영남의 20대마저도 이제는 민주당보다 한나라당과 일체감을 느끼는 유권자가 더 많다.

그래서 아무리 이명박대통령이 죽을 쓰고 한나라당이 실정을 해도 여당의 지지도는 35%가 균형점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념적 정체성을 뚜렷이 보여주지 못하면서 20%지지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정당지지도 격차는 선거의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야권연대가 얼마나 무당파 유권자를 동원하느냐에 선거의 승패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한국선거에는 늘 세대투표가 존재하는 줄 오해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 이후 세대 투표는 사라졌다. 2005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세대는 의미가 없었다. 특히 2008년 총선은 이명박 정부 못지않게 민주당도 심판받은 선거였다. 무당파유권자는 여당만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불참을 통해 야당도 심판한다. 총선에서 투표율이 50% 미만을 기록한 것은 지난 총선이 최초였다. 친박연대의 약진과 선진당의 선전 속에서 민주당은 체면치레도 하지 못했다.

요즘 여론조사를 보면 세대변수가 다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친노후보들의 등장에 따른 노무현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미온적 태도로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가 무산되거나, 유시민 후보에게 불리한 단일화가 이루어진다면 무당파 유권자는 이명박대통령 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심판하게 될 것이다.

무당파 유권자의 대다수는 젊은 층이다. 이들은 정치적 관심이 낮아 투표 참여율도 낮다. 유동성이 높고 거주지에 뿌리를 내리지 못해 투표를 하려 해도 비용이 너무 크다. 이들을 어떻게 투표장으로 끌어내느냐가 이번 선거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꽉 막힌 상태에서 야권은 바람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바람은 감동이 있어야 분다.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야말로 그러한 계기를 가져올 가장 큰 이벤트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20, 30대를 투표장으로 불러내올 사람은 유시민후보라는 사실을. 유후보 만큼 노무현대통령을 상징하는 인물도 많지 않다. 이번 선거구도를 MB심판으로 가져가기 위해 그보다 더 좋은 인물이 어디 있겠는가. 이는 경기도 선거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가 살아야 수도권이 동반상승하고 전국적으로도 투표율이 올라갈 것이다.

물론 열린우리당의 당내갈등을 가까이 지켜본 사람으로서 민주당 인사들의 유후보에 대한 거부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사사로운 감정으로 대의를 그르쳐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경기도 민주당 기초단체 후보들이 기호 때문에 김진표후보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생각이다. 정당공천도 없고 인지도도 없는 기초의회 후보의 경우는 '가'번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하지만 20, 30대 유권자가 민주당 기호가 2번이라는 사실도 모른다는 생각은 유권자를 너무 얕잡아보는 것이다. 경기도지사후보가 바람을 일으켜야 기초단체장이나 의원 후보들도 그 투표율의 덕을 함께 보게 될 것이다. 만일 기호가 걱정된다면 국민참여당 경기도 지역 기초단체 후보의 사퇴까지도 협상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양비론이나 유시민 때리기로 단일화 자체를 목표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유후보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보진영의 선거 승리를 위해 언론과 시민단체는 공정한 단일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민주당은 영남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전국을 독식하고 있다. 경기도 한 군데 정도는 민주당이 통 크게 타당에 양보하면 더 큰 감동의 바람이 불지 않겠는가.

민주당의 다른 지역 광역단체장 후보들도 더 이상 이 문제를 방관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 선거가 아니라 진보연대 선거이다. 당파성에 갇혀 이 문제를 외면한다면 향후 선거 결과에 대해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가 자신들의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고 문제해결에 힘을 모아야 한다.

김진표후보가 단일화에 미온적이다가 후보등록을 한다면 유시민후보는 결국 출마를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유후보는 권력에 눈이 먼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마주 달려오는 기관차를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두 후보가 합의를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공정한 단일화만이 이번 선거 승리의 열쇠라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cafe.naver.com/chomagic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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