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박과 김삿갓

주색에 여념없는 탐관오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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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욱(kkkworm)등록 2010.04.24 15:13
부산 대청동 용두산 공영주차장 뒷문에 보면 양산박이라는 술집이 있다.

원래 양산박이란 이름은 중국소설 수호지에 나오는 이름으로 북송시대 영웅호걸들이 모인 곳이다. 영웅호걸 108인들이 모여 부패한 조정에 대해 비판하고 반항하던 시끌벅적하고 술과 음악 호탕한 웃음이 가득한 곳이다.

그러나 부산 대청동 양산박은 시인, 의사, 학자와 같은 지식인들이 소박하게 막걸리 잔을 주고받는 곳으로 부산의 옛정서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곳이다. 특히 이곳의 벽면에는 여러분들의 애교가 서린 작품들이 흔적처럼 남아있어 보는 일들에게 세월의 흐름과 그들의 정서를 느끼게 해준다.

비오는 월요일 몇 분의 지인들과 막걸리 잔을 기우리다 문득 벽면에 쓰여 있는 싯구를 발견했다. 조선 후기 방랑시인인 김삿갓의 싯구였다.

辱說某書堂(욕설모서당 ㅡ 어느 서당을 욕함)

書堂來早知 ㅡ 서당에 일찍 나와서 알았네. (서당내조지)

房中皆尊物ㅡ 방안은 모두 존귀한 인물들 뿐(방중개존물)

生徒諸未十ㅡ 배우는 사람 모두 열이 안 되네(생도제미십)

先生來不謁ㅡ선생은 나와 보지도 않더구먼,(선생내불알)

위의 시는 방랑길에 들른 어느 시골서당에서의 일화에서 나온 것이다.
어느 추운겨울날 시골 서당에 찾아가 재워주기를 청했다. 그러나 김삿갓의 남루한 모습을 본 시골서당의 훈장과 서당 아이들이 거지 취급하며 쫒아낸다. 이에 화가 난 김삿갓은 시를 한수 써서 붙여놓는데 그 시 내용이 이렇다. 

이 시를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요즘 세상과도 너무도 비슷하다. 막말하는 정치인들, 무책임한 정부와 군, 무능한 지자체 단체장들, 주색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탐관오리들이 서당 선생과 아이들이라면, 추운겨울 굶주리고 남루한 거지 김삿갓은 서민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시를 김삿갓은 그들에게 선물하고 싶었을 것이다.

반골들의 집합소 양산박에서 비오는 저녁 막걸리를 마시며 김삿갓의 시를 다시 한 번 읊조린다.

덧붙이는 글 | 한토마에 게제한 내용입니다.


덧붙이는 글 한토마에 게제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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