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임도가 망가뜨린 숲과 주민의 삶

전남 곡성군 석곡면 월계리 산림파괴 현장

검토 완료

최성민(최성민)등록 2010.03.26 11:55
지자체가 실시된 지 어언 20년, 그동안 주민들의 민주의식 고취로 생활정치가 활성화되는 등 지자체가 어느 정도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긍적적인 평가를 할 수도 있지만, 지자체 공무원들의 정책판단 미숙에 따른 예산 낭비, 권력화된 지자체장의 일방통행식 통치, 이를 가능케 하는 일당 독점 지방의회의 감시 견제 기능 마비, 선거를 둘러싼 각종 비리 등으로 지자체는 본래의 순기능 못지 않게 여러 역기능이 판치고 있다.

내가 최근 살면서 목격한 전남 곡성군의 사례를 보면 '지자체 공무원의 막가파식 행정→ 지자체 의회의 묵시적 동의→ 지역 언론의 침묵'의 삼각동맹이 얼마나 지역의 자연과 주민의 삶을 파괴하기에 이르는지 잘 알 수 있다.

전남 곡성군 석곡면 월계리에 '고장골'이라고 하는 송림과 편백숲 울창한 골짜기가 있다. 50년 이상된 육송과 편백이 밀림숲을 이루고 사시사철 옥계수가 흘러내려 국내 여느 산골 보다도 좋은 경관이 잘 보존된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월계리 주민들과 출향민들은 생업을 포기한 채 고장골 지키기(원상회복) 투쟁에 나서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곡성군 산림교통과가 지난 2008년~2009년 사이 고장골의 산림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임도를 뚫어 그림 같은 숲과 계곡을 망가뜨린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조상대대로 전해 내려오고, 또 길이 간직해 후손에게 건강한 삶의 터전으로 전해주어야 할 자연 재산이 파괴된 것도 억울하지만, 숲이 내려주던 옥계수를 식수로 사용하다가 당장 비만 오면 흙탕물을 마시고 흙밥을 지어먹게 된 일이 길게 보면 건강과 생사에 대한 걱정거리가 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주민들은 출향한 젊은이들을 불러들여 주민대책위원회를 만들고 군청에 나가서 시위를 하고 각종 환경단체와 언론기관 및 국가권익위원회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자 곡성군 당국은 흙탕물을 마시게 된 주민의 건강을 보살펴주겠다는 제안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생수를 공급하는 등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또 군 산림과에서는 주민들과 주민들에 의해 임도개설 특혜 수혜자로 지목되고 있는 한 조경업체 사이에서 협상을 주선하는 등 군청 공무원으로서 어울리지 않는 업무에 매달리고 있다.  

(@IMG1 :저 '벼랑길'을 어떻게 산불끄러 다니라고 임도라는 이름의 길을 놓았을까? 아래쪽에 완만하고 넓은 길이 있는데도 특정 산주의 임야를 관통하도록 길을 내어 조경식재 허가를 내주었다. 임도 바닥은 예사롭지 않게 잔디를 깔았는데, 주민들의 항의에 따라 흙탕물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기 위한 땜질이다. 오른쪽 비탈 부분은 경사각이 35도~45도나 되는데다가 위쪽과 90도 각도로 이어져 있어 차가 다니기 힘든 무용지물이어서 임도를 낸 목적이 의혹을 사고 있다.)

월계리 임도 현장에 가보면 누구나 새로 낸 임도의 위치나 형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사실 임도를 새로 낸 구간에는 30년 전에 울창한 숲을 비켜 개천 옆에 낸 완만하고 폭 4m~5m의 넓은 임도가 있어서 새로 임도를 낼 필요가 없는 곳이다. 그런데도 곡성군은 쓰기에 좋은 기존 임도를 무시하고 그 위쪽 숲 한가운데를 뜷어 경사지를 헐어내는 등의 방법으로 임도개설 준칙에도 맞지 않게 임도를 낸 것이다. 특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내서는 안 될 위치에 무리하게 임도를 내기 위해 임도 중간 부분이 경사도 30도~45도나 되는 '벼랑길'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임도는 경사도 15도 이상이면 차가 올라가기 어려워서 임도로서 무용지물이 되는데, 이 임도의 경사각도라면 사람도 올라가기 힘겨운 길이다. 또 이 '벼랑길'은 윗부분과 90도 각도로 꺾여 이어져 있어서 산불 진화용 소방차가 다닐 수 없게 되어 있다.

이처럼 이상한 월계리 임도 개설에 대해 현장 사정을 잘 아는 주민들은  "브레이크 없는 덤프트럭과 같은 곡성군 행정이 빚은 파행의 전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을 상수원이기도 하며 지형상 임도를 낼 수 없는 곳에 주민들 몰래 밀어붙이기식으로 임도를 냈다는 지적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새로난 임도가 지나가는 임야는 특정 조경업체 소유인데, 이 조경업체로 하여금 새 임도가 지나가는 구간의 조경용 소나무를 이식해 가도록 하기 위해 군에서 2억 여원의 예산을 들여 무리하게 임도를 내줬다는 것이다. 서주섭 곡성군 산림과장도 "임도 개설을 기회로 조경업체에 조경수 식재허가를 내줬다"고 밝히고 있다.     

(@IMG2 : 완만하고 폭이 넓어서 주민들이 수십년 동안 유용하게 써온 기존 임도가 있는데도 곡성군은 이 길이 아무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3억5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벼랑길' 임도를 내로 냈다.)

주민들은 조경업체가 30년 전부터 고장골을 드나들며 헐값으로 조금씩 임야를 매입해온 점과 조경업체 산주와 군 산림과 관계자가 개신교 장로로서 오랜 기간 가까운 사이라는 점, 2년~3년 전부터 곡성군에서 집중적으로 소나무 이식을 해오던 중에 이곳 주민은 물론 면장도 모르게 임도개설과 더불어 소나무 파내기 작업이 은밀히 진행돼 온 점 등을 수상하게 여기고 있다. 또한 곡성군은 새 임도 끝 부분에 그 조경업체를 위한 헛개나무 농장 개발을 허가해 주었는데, 길이 없는 깊은 산속, 상수원 보호구역에 농약살포 우려가 있는 헛개나무 농장 개발을 허가하고 그곳까지 이르는 임도를 내준 것은 특정 업체를 위한 특혜가 아니냐는 것이다. 문제의 헛개나무 농장은 새로 낸 임도 끝에 있는데 새 임도를 놔두고 농장에서 기존의 완만한 임도로 이어지는 300m 가량의 길을 불법으로 내서 물의를 빚고 있기도 하다.

(@IMG3 : 새 임도가 '벼랑길'이어서 완만한 기존 임도를 쓰기 위해 불법으로 낸 이음길.)

주민들의 항의에 대해 곡성군은 이 임도가 당초 산불끄기와 산림경영을 위한 5개년 계획에 포함된 것이며, 기존 임도를 놔두고 같은 구간에 새 길을 낸 것은 하천길 임도는 "아무짝에도 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군측은 "헛개나무농장에서 기존 임도를 쓰기 위해 불법 이음도로를 낸 것이 새 임도가 불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는 주민들의 주장과, 새 임도를 35도~45도의 임도 개설 기준에 맞지 않게 무리하게 낸 점 등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또 장구한 세월 아무 탈 없이 잘 유지돼 온 숲을 뚫어 임도를 놓는 이른바 '5개년 계획'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즉 불요불급한 곳에 예산을 퍼붓는 것은 다른 목적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군측은 이에 대해 조경업체에 식재허가를 내줬으나 소나무 이식장소가 인근 밭이어서 소나무 반출은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헛개나무 농장 개발 허가도 해주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나무를 심지못하고 있지 않느냐고 궁색한 해명을 하고 있다. 군의 이런 설명에 따르면 해당 조경업체는 임도개설의 수혜자이기 보다는 일종의 피해자인 셈이다. 그런데도 군 관계자는 주민과 조경업체 사이에서 협상을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끼리 협상을 하라는 셈이어서인지 협상이 순조롭지 않다. 협상과정에서 주민과 조경업체 직원 사이에 폭행사건이 일어났는데, 군측은 조경업체 쪽의 고소취하를 조건으로 주민쪽의 고소취하를 유도해 냈으나 조경업체측이 고소취하 약속을 지키지 않아 주민들만 검찰에 불려다니고 있다.

곡성군의 이상한(?) 산림훼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곡성군은 지난 2007년부터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군내 산림의 아름드리 육송 소나무 상당량을 파다가 곡성 읍내 길가에 심어왔다. 산림 수종갱신과 읍내 조경을 위해서이다. 곡성군 산림과는 이 소나무 이식 사업을 하면서 10억원이라는 적은 돈으로 곡성 읍내를 확 바꿔놨다고 주장하고, 아름드리 소나무를 파낸 데 대한 비난에 대해서는 소나무를 목백일홍나무로 수종갱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IMG4 : 곳곳에는 산림파괴의 잔해인 소나무 등걸이 나뒹굴고 파내가기 위한 자연석도 쌓여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자연으로부터 차단된 도심과 달리 사방천지가 소나무로 둘러싸여 눈만 뜨면 소나무가 보이는 곡성에서 굳이 예산을 탕진하고 좋은 소나무숲을 훼손하면서까지 소나무들을 조금 더 가까이 옮겨 심을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또 목백일홍나무는 목재나 약재 또는 유실수로 쓸 수 있는 나무가 아니어서 수종갱신 수목으로 적합하지 않은데도 목백일홍나무로 수종갱신한 이유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월계리 산림파괴 대책위원회 위원장 강성태씨는 "..이때부터 소나무 파내기에서 얻어진 어떤 짭짤한 재미가 월계리 소나무숲 파괴로 은연중 이어진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곡성 월계리 산림파괴 사태는 비단 곡성에서만 일어나라는 법은 없다. 이미 산지가 많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거나 앞으로 일어날 개연성이 충분하다. 그 이유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무모한 행정을 저지하거나 견제할 효과적인 장치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곡성군 군수나 산림과 관계 공무원들은 월계리 사태 등 문제가 제기된 모든 행정 사항은 법과 규정에 따라 이루어졌으므로 절차상 아무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행정시행 과정에 있어서 적절성을 제대로 검토를 했으며 정책결정이 타당한 방향으로 이루어졌느냐가 문제이다.

(@IMG5 : 표시를 해놓고 채 파내지 못한 소나무들도 숱하게 보인다.)

곡성군의 이런 파행상은 규정만 충족하면 무슨 일이든지 괜찮다는 공무원들의 '규정 편의주의' 행태와 이를 지탱해주는 군 의회의 무지, 무관심, 묵시적 동의, 거기에다가 지역 언론의 눈감아주기가 더해진 삼각카르텔이 빚어낸 공동 작품이다. 곡성군 의회 의원들은 월계리 사태에 대해 자기 지역구가 아니어서 관심이 없다는 사람, 잘 모르고 있다가 군청 홈페이지에 오른 항의글을 보고 '뒷북치는 사람' 들이 태반이다.

지역 언론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곡성군청에는 20여 명의 출입기자들이 드나든다. 그러나 이들이 쓴 기사 가운데 1년 동안 군 행정을 감시 비판한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거의 모든 기사가 군청 홍보계통이 적어주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 옮긴 홍보성 기사 일색이다. 얼마전 광주 KBS에서 월계리 산림파괴 현장을 취재해 갔으나 방송에 나가지 않았다. 취재기자가 월계리 주민들께 들려준 불방 이유는 "흙탕물이 흐르지 않아서 (산림파괴 피해)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흙탕물은 지엽적인 것으로서 비가 와야 흘러내리는 것이고, 본질은 산림파괴인데 기자가 본질을 회피하는 게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IMG6 : 임도 들머리는 무슨 이유인지 사람들과 차량 통행을 돌로 막아 놓았다.)

곡성군청 출입기자들은 출입기자단협의회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있다. 그 가운데는 광주에 있는 몇몇 일간지의 곡성 현지 '계약직 보급소장'으로 기자를 겸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협의회를 주도하고 있다. 정규 기자라면 이미 정년이 지난 나이의 '만년 현지 주재기자'들로서, 군청 관계자들과 학연 지연으로 얽혀있는 친구지간이다. 이런 '관계'는 군 의회의원과 군청 공무원 사이도 마찬가지지만, 정년없는 현지인 '부업 기자'들과 공무원들이 '오랜 친구' 또는 '형님 아우' 사이로 묵계의 철옹성을 두르고 있는 곳에서 언론의 감시 비판 기능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비웃음 거리가 되는 상황이다.

(@IMG7 : 곡성군의 또 다른 산림파괴 현장인 석곡면 쪽박골. 소나무 파내기에 이어 소나무 이식에 필요한 마사토를 퍼가기 위해 1만평 안팎의 산 전체를 파내버렸다. 모양이 좋은 자연석은 누군가 가져가기 위해 따로 추려 놓았다. 토사가 흘러내리는 곳에는 목백일홍나무를 심었다. 목백일홍은 목재나 약재 또는 유실수나 향기있는 꽃이 피는 나무가 아니어서 아무짝에도 쓸 수 없는 나무로 유명하다. 곡성군은 오래전부터 목백일홍이나 철쭉 옮겨심기에 집착을 보이고 있다.)

중앙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감시의 눈길이 못미치는 사각지대, 골짝나라 전남 곡성의 깊은 산골짜기 월계리에서 브레이크없는 덤프트럭이 달리듯 자행되고 있는 산림파괴-이 숨막히는 옥죄임을 이겨내기 위해 이제 주민들이 스스로 나섰다. '곡성 군정 감시 주민모임'을 결성하기로 한 것이다. 곡성군청 홈페이지에 오른 '모집 공고'를 보자.

"...월계리 사태를 계기로 곡성 군정의 횡포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곡성군정 감시 주민모임'을 결성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군정감시 주민모임은 앞으로 곡성군정의 하나하나를 세심히 감시 분석하여 각종 매스컴을 통해 여론화하고 기관지도 낼 계획이며 필요시에 토론회 개최 및 시위 등 주인인 주민들이 합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심하게 비뚫어진 곡성 군정을 바로잡아 가는 데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곡성군정 감시 주민모임에는 곡성을 사랑하는 주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곡성군정 감시 주민모임에 참여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자격 : 곡성 주민 또는 곡성 출신 출향민. 곡성 주민이나 출향민이 아니더라도 곡성과 같은 자치행정 파행을 걱정하는 모든 국민.

2 연락처 :garden1962@naver.com

3 기타 : 정치 경제 언론 법조 종교 자영업 농민 등 모든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의 참여를 원합니다. 정해진 회비는 없으며 성금을 모집하여 운영경비로 충당할 계획입니다. 회원들에게는 곡성 군정 등 곡성에 관한 자료를 수시로 공급합니다. 또한 회원간 연대를 엮어 곡성 관광 및 곡성 특산품 구매, 곡성 귀농 등에 있어서 가능한 정보 및 도움을 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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