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를 바꾼다는 그 엄청난 일

검토 완료

스텔라 김(melb stella)등록 2010.03.23 16:11
호주에도 로또가... 물론 있다.
"준비 하시고...쏘세요" 코미디언 송해 씨가 진행하는 '주택복권', 그 당첨자도 완전 수동으로 활을 쏴서 번호를 정하는 걸 보면서 한국을 떠나 호주에 왔던 1979년, 그때도 로또는 있었다. 이미 먼저 와 있던 분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드니에 사는 C모 씨가 로또에 맞아 몫돈을 갖게 되었다는데, 한 칸에 여섯 개 씩 번호를 칠 수 있는 로또를 사야할텐데 무슨 번호를 하나...생각하던 중 마침 눈에 띈 개미 한마리를 조심스럽게 손으로 집어 로또 종이 위에 올려놓고는 개미가 걸어가는 번호를 그대로 찍은 것이 당첨되었다고 했다. 아...개미가 운을 물어다 줬구나. 흥부의 제비가 아니라 C 씨의 개미 이야기로구나...웃었다.
얼마가 지나, 또 한 명의 한국인이 로또에 당첨되었다고 했다.
1년을 줄기차게, 매주 같은 번호로 샀는데, 어느날 일하고 있는 공장으로 부인이 전화를 걸어 왔단다. 로또 맞았는데? 떨리는 목소리의 전화를 받는 순간 그 사람은 조용히 자리로 돌아와 얼마 되지 않는 자기 짐을 싸고는 일하다 말고 중간에 보스에게 다가가 "나...오늘부터 여기 그만 둘거야..." 한 마디만 하고 나와 버렸다고 했다.
고학력자로, 외국에 와서 단지 그눔의 영어 때문에 공장에서 공돌이로 살던 생활...아주 속 시원하게 그만두었다면서 정말 통쾌했다고 ... 무슨 무용담처럼 얘기했다.
잭팟이 걸린 엄청난 돈은 아니었지만 그 두 명중 한 사람은 제법 큰 규모의 사업을 하고, 또 한 사람은 작은 가게나마 자신의 것으로 운영하며 긴 세월을 살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들이 로또 맞은 사람이라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세월이 많이 흐르기도 했지만 그들이 엄청난 거부가 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20 여 년 전에는 로또에 맞은 스물 한 살 호주 청년이 교통사고로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로또 1등에 맞은 이 청년은 돈을 받자마자 포르쉐 자동차를 샀고 있는대로 속력을 내며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때 느꼈다....운명이 바뀌긴 바뀌는 거구나... 로또가 사람 운명을 이렇게도 바꾸는 것이로구나...
또 하나는... 직장에서 몇 명이 어우러져 같이 로또를 사기도 한다.
번호를 정해 놓고 한 사람이 책임지고 돈을 거둬서 사놓고는 복사해서 나눠준다.
그런데 어느 날...주말을 보내는 그 일곱 명의 '로또 회원'(!) 들은 심장마비 직전까지 갈 만큼 흥분을 했다. 그들의 번호가 1등이 된 것이다.
핸드폰이나 인터넷이 없던 시절, 그들은 꾹꾹 참으며... 발설하고 싶은 흥분을 자제하며 월요일에 일단 출근을 했다. 그런데 그들은 정말 심장마비에 걸릴 일과 부딪치게 되었다.
로또 구매를 담당했던 사람이 하필 그 주에 깜빡!해서 사지 못했다는 것.
그 사람은 부담감에 못이겨 결국 직장을 그만두기 까지 했다.
나머지 사람들이 가슴에 가진 회환과 통증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실지로 내가 잘 아는 한국인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장에 번호를 쳐 놓고 매주 그걸 들고 가서 샀는데 어떤 주에 와이프가 집 치우며 그걸 어디다 두었는지 모르겠다고 해서 다른 번호를 쳐서 샀는데... 그 다음 날 소파 밑에서 찾은 그 번호가 바로 1등이었던 것이다.
아닌 척, 쿨한 척 "뭐...내 돈이 아니었으니까...그래서 그걸 못찾았겠지.."라고 말은 하고 있었지만 그 속이 어땠을까....

운명이 바뀌는 일....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닌 것 같다.
또 운명을 바꾸는 그 엄청난 돈이 꼭 좋은 위력을 발휘하는 것만도 아닌 듯 싶다.
호주에서 재미있는 조사를 한 적이 있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조사였다.
결과는... 대부분 영세한 사람들이 로또를 샀고, 이민자들이 주를 이뤘는데 그러다보니 당첨이 된 후에도 아시아, 유럽에서 온 사람들답게 친척 차 한 대 사주고, 아들 딸 좀 나눠주고 이웃 친지 불러다가 흥청망청 파티도 하고...그러다보니 그저 집 한 채, 차 한 대 남았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투자를 하는 방법도 잘 모르고... 행여 누가 내 돈 사기치려나 싶어 꽁꽁 숨기고...모두 그랬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개인적으로 좀 알던 어떤 호주 원주민은 가난한 동네에서 애들 넷 데리고 세일하는 옷, 신발만 사 입히고 신기며 살다가 로또가 맞아 부자 동네로 큰 집 사서 이사를 갔었는데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되돌아 이사를 왔다. 생활 환경이 도저히 맞지 않더라는 것이다.
시끌시끌 떠들며 놀지도 못하고, 동네 수퍼마켓도 비싼 것을 파는 곳 뿐이고...
돈으로 '집'은 살 수 있었지만 그 '클라스'를 살 수는 없었던 것이다.
서민으로 사는 행복을 절실히 느끼면서 옛날 집으로 돌아와, 다시 세일하는 신발 찾는 재미를 가지며 살아가고 있다.

로또.... 이곳의 광고판에는 "Don't dream it. Do it!"이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하지만 Dream it 할 수 있을 때까지가 좋은 게 아닌가 싶다.
Do it 그 후의 일은 ...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로또에 맞으면 이러 저러한 걸 할텐데...나는 로또는 사지 않으면서 로또에 맞으면...이라는 꿈을 이야기 한다.
꿈이 있어 좋은 것...그걸로 충분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호주에서 재미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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