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실 이야기

검토 완료

오병용(swat4321)등록 2010.03.21 09:29
 기자는 업무상 민원실을 자주 이용한다. 초본을 발급하는 일부터 서류를 접수하기 위해서도 하루에 한 두차례 동사무소나 법원 민원실을 방문하곤 한다.
자주 방문해서 민원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만큼 이야기 거리도 많다. 게다가 같은 사무실 직원들은 민원 접수량이 많은 경우도 있어 식사 시간 좋은 이야깃거리가 된다.

하루는 기자가 법원 민원실을 찾았다. 비교적 민원실이 한산한 시간대였는데, 접수 창구에는 낯익은 담당자가 있었고, 앞에는 한 아주머니께서 서류 몇 장을 들고 이것저것 이것저것 물어보고 계셨다.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탓에 뒤에 서서 듣다보니 아주머니는 법원 업무나 소송 실무에는 어두우신 듯 했고 그래서 인지 하나부터 끝까지 질문을 하고 계셨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평소 업무상 민원을 접수하는 직원들에게는 엄격하던 담당자가 아주머니의 질문에는 하나하나 대답을 해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주머니께서 도장을 어디에 찍어야 하는지 묻자 서류 날인란을 일일이 짚어주고, 준비해야 되는 서류의 수량과 담당부서의 위치까지 한번에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상세히 알려주고 있었다.
아주머니께서는 그렇게 적지 않은 시간동안 계시다가, 어느 정도 의문이 풀리신 듯 자리를 뜨셨고, 기자의 순서에 기자의 업무를 처리를 마무리 할 무렵 아주머니는 다시 오셨고, 기자의 업무가 끝나자 다시 자리에 오셔서 간단한 질문을 몇 가지 하셨다. 기자가 뒤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는 동안 언뜻 듣기에 전에 하셨던 질문을 다시 하시기도 하셨던 것 같다. 그래도 담당자는 무뚝뚝한 말투로 하나하나 답을 하고 있었다.

평소 업무상 방문하는 직원들에게 대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으나, 어쩌면 업무로 일하는 사람들과 평소 법원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어렵게 법원을 찾았을 때 민원부서 직원들의 태도가 달라야 함은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조금만 더 친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질문에 대한 대답이 불충분한 점은 전혀 없었기에 그냥 보기에도 참 기분 좋았던 기억이 난다.

반면에 다른 기억들도 많다.
그 중에 한 가지만 소개하자면, 같은 사무실 직원이 민원 서류 신청을 위해 동사무소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구비서류 준비에 시간이 걸린 탓에 오전 11시 30분 경에 접수를 하려는데, 담당자가 문득 하는 말이 이 시간에 오는 건 민폐라고 했다고 한다. 처리해야 하는 서류가 다소 많은 양이긴 했으나 접수부터 처리까지 십여분이면 충분한 양이었으니 이해할 수 없는 말이라 같은 사무실 직원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서비스 직종의 영역이 갈수록 확대되는 현실에서 은행이나 식당을 찾을 때 직원들의 태도는 어떨 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해 졌다.
그렇지만 민원기관의 친절함에 대해서 평가하기에는 아직까지는 망설여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민원인들에게 명령조로 말하거나 무시하듯 말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고, 위에서 본 것 처럼 도움이 필요한 민원인에게 하나 하나 답해주는 직원도 있다. 오늘 이야기에는 담지 못했지만 명절 귀성이 시작되는 날 마감 시간에 민원인들에게 명절 인사를 건네던 직원도 볼 수 있었다.

모든 직원들에게 서비스 직종의 정도에 해당하는 친절함을 요구할 수는 없겠지만 앞에서 본 담당자와 같은 직원들이 많아지면 민원실을 가는 일이 더욱 반갑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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