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조종사의 삶

빨간마후라, 하늘에 건다.

검토 완료

김성전(pilotksj)등록 2010.05.04 16:02
빨간마후라(첫 이야기)
김 성 전
2010년은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60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공군은 한국전쟁 발발과 동시에 오키나와에 조종사들을 급파하여 미군으로부터 무스탕전투기 운영 능력을 전수 받고 돌아왔다. 귀국 후 강릉비행장에서 한국공군은 출격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강릉은 한국공군 빨간마후라의 고향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인 2010년 공군의 첫 비행사고가 빨간마후라의 고향 강릉비행단에서 발생했다. 임신 8개월인 만삭의 아내를 둔 편대장,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신임 총각 조종사, 공군사관학교를 수석 졸업한 소위 잘나가는 비행대대장이 순직했다. 공군의 역사상 현직 비행대대장의 첫 순직이다.   
필자도 비행훈련을 마치고 첫 번째로 부임했었던 곳이 강릉비행장이었다. 그래서 이번 사고소식에 더 가슴이 미어  터진다. 사실 비행단장도 사관학교 동기생 중 절친한 친구라 더 가슴이 아프다.
물론 어느 후배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으나 2번 기에 탑승했다 유명을 달리한 신임 총각조종사의 죽음에 접하니 과거 한국전쟁당시 전투조종사선배들이 남겼던 전통하나를 소개하면서 전투기 조종사의 삶을 생각해 본다.
과거 총각조종사들이 강릉 비행장에 배속을 받으면 선배들이 술을 잔뜩 먹이고는 혹시라도 총각딱지 떼지 않고 비행사고 나서 죽으면 한 많은 총각귀신 된다고 거의 강제로 총각딱지 떼게 하던 생각이 난다. 물론 좋은 전통은 아니었지만 제대로 된 비행훈련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전투기 조종사가 됐고, 가장 사고가 많이 나는 무스탕 전투기 조종 훈련을 속성으로 받고 강릉비행장에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출격했다가 순직하는 동료들을 접하면서 만들어낸 전통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공군역사이다.
무스탕 전투기는 비행기 중량에 비해 엄청나게 추력이 센 엔진을 장착한 프로펠러 비행기이기 때문에 조종하기가 매우 어려운 비행기였다. 그리고 경험도 별로 없는 신임 조종사들이 바로 실전에 투입되니 경험 많은 선배 조종사들에 비해 순직할 확률이 매우 높았던 것이다. 전쟁 중이므로 동료가 순직해도 임무는 계속되고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공군 조종사 선배들은 신임 총각조종사들이 새로 배속되어오면 전투기 조종사들의 삶을 받아들이라는 의미에서 그러한 전통을 만들었던 것이고 필자가 강릉 비행장 근무 할 때만 해도 그 전통은 남아 있었다. 전쟁 중에도 장례식은 치르지만 계속되는 임무 속에서 죽은 자에게 살아남은 자가 베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살아있을 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일부에서는 악기상하에서 왜 신임 조종사를 비행시켰는가를 두고 말이 많은데 그것은 공군의 시스템을 너무 몰라서 하는 말이다. 공군조종사들은 고등 비행을 수료하면 가슴에 날개를 달아 주고 빨간마후라를 목에 두를 수 있는 자격을 준다. 그러나 실질적 의미는 악기상 상황 하에서 이착륙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고 평가에 합격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악기상의 기준이 다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신임조종사의 기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비행대대장이 교관이자 감독관 자격으로 신임조종사의 후방석에 탑승했던 것이므로 기상을 가지고 탓한다는 것은 전투기 조종사의 삶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유사시 조국 영공수호를 위해 악기상과 싸워야하고 죽을 확률이 매우 높지만 적의 미사일과 포탄 사이를 뚫고 들어가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선택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죽음도 하나의 숙명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전투기 조종사들은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치는 제사상의 제물일 뿐이다.
이번에 발생한 강릉비행단의 사고를 통해 빨간마후라의 운명적 삶을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자식의 죽음 앞에 초연할 수는 없겠지만 유족들도 전투기 조종사의 삶을 받아들여야만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조금은 밝히기 어려운 이야기를 통해 과거의 전투기 조종사의 삶을 보여주고 싶고, 사고에 대한 시각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