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삶의 가벼움은 남아있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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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maria12)등록 2010.01.27 20:43
우리네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벼운 것인가. 마치 솜털같다. 그동안 수많은 이들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버렸다. 아마도 뛰어내리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어서일 것이다.

조지 클루니가 주연했던 영화, <UP IN THE AIR>는 해고통보를 하는 전문 직업을 통해 시대의 비극을 조명하고 있다. 수십 년을 몸담아왔던 회사에서 갑자기 해고통보를 받자, 아름다운 다리 위에서 몸을 던진 여직원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가슴을 후볐다.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개발 분야의 핵심인력으로 꼽혔던 51세의 부사장이 26일 자신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그는 이날 가족들에게 출근을 한다며 나갔다는 것이다. 가족에게도 말할 수 없는 혼자만의 그 깊고 깊은 절망감과 고뇌는 가족이 아닌 살아있는 우리들마저 한없이 슬프게 한다. 남아서 살아가야 할 우리를 더없이 가슴아프게 한다.

그는 서울대와 미국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한 뒤 지난 1992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으며 그룹 내 반도체 관련 핵심개발 인력으로 손꼽혀왔다고 한다. 특히 그는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LSI 사업 분야 등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2006년 삼성그룹이 최고 엔지니어에게 수여하는 '삼성 펠로우'에 선정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파운드리 사업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주변인들에게 업무 부담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해왔다고 한다. 업무가 주는 부담감, 그것은 귀한 목숨을 앗아갔다.

예전에 남편은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는 윗사람들의 사고방식 때문에 몹시 힘들게 직장생활을 했다. 어느 해는 속이 쓰려 밥을 먹지 못해 죽으로만 살았다. 아무리 병원을 가보자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나 한 달 동안 계속되자 마지못해 따라나섰다. 검사결과 위 전체가 심하게 헐어있었다. 원인은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둘째 아이가 고등학교 시절, 아빠를 걱정하며 들려준 이야기가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아프다. 수능준비를 하면서 영어책을 읽다가 아빠 생각이 나서 가슴이 아팠다며 아이는 영어교과서에 나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느 부부의 슬픈 이야기였다. 남편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다고 하자 부인이 남편을 달랜다. 적금도 부어야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하니 조금만 더 참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래도 힘들다고 하자 그러면 일 년만 참자고 했는데 남편은 그 일 년을 견디지 못하고 몇 달 만에 숨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아이는 젖은 목소리로 그 이야기를 하면서 아빠가 힘드시면 참지 말고 언제든지 그만두시게 하라고 내게 당부했다. 다행히 그 힘든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5년 전, 남편은 정년퇴직했다.

인간적인 개성과 능력과 관심을 뒤로 하고 돈 때문에 일해야 한다는 것은 그지없이 슬픈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인 세상이다. 그것이 오늘 이 땅에 살아가는 가장들의 멍에다. 그 멍에를 누가 벗길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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