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스' 용두사미나 되나? 에코 하우스 짓기도 논란!

[예능 진단 12] <헌터스> 에코 하우스 짓기 공감 無, 재미 無

검토 완료

강경희(dkwnaaktmdfl)등록 2010.01.04 16:01

멧돼지 축출 프로젝트를 어이없게 끝을 낸 '헌터스' ⓒ imbc

<일밤>의 생태구조단 헌터스'(이하 헌터스)가 논란이 됐던 멧돼지 축출 작업을 접고 에코 하우스 짓기라는 콘셉트의 포맷을 첫 방송했다.

사실상, 그동안 멧돼지 축출 작업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라는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에 스스로 답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다름없다. 

첫 회에서 공존하는 법을 찾겠다고 말했지만 '헌터스'는 그 답을 찾지 못했고, 현실적으로 찾을 수 있는 길이 없었던 것이다. 이로써 <일밤>의 힘찬 개편은 어쩐지 불발로 그칠 것같은 예감이 든다. '딘비'와 '우리 아버지'와 달리 '헌터스'는 길을 잃어버린 셈이다.

환경 살리기에 눈을 돌린 '헌터스'

이에 <일밤>은 '에코 하우스 짓기'를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해 첫 방송을 마쳤다.

'에코 하우스 짓기'는  이휘재 천명훈 구하라(카라) 김태우 박준규 우승민 정용화 신정환 등 MC들은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라는 미션에 전격 도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밥 짓기라는 미션에 도전했다.

에코 하우스 짓기라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돌입한 '헌터스' 하지만 공감도 재미도 없어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 imbc

구조단은 수돗물과 전기 없이 밥을 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친환경 정수기를 이용해 흙탕물을 1급수로 만드는 과정에서 초반에는 의심했지만 깨끗한 물을 보며 기적 같은 체험을 하게 됐다. 이에 밥 짓기에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복병이 나타났다. 바로 불을 지피는 일.

건장한 남자 서넛이 모여 앉아 나뭇가지로 불 피우기를 시도해봤지만 불씨조차 보이지 않았다. 결국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구조단은 돋보기를 이용해 불을 지피기로 했다.

이에 무려 3시간 만에 불을 붙이는 데 성공해 기쁨을 만끽했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풀무질'을 해낸 천명훈은 '천용가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렇게 겨우 밥을 지은 구조단에게 다음으로 주어진 미션은 친환경 세제를 만들고, 쌀뜨물로 설거지를 해야 했다. 이처럼 다양한 환경 정보를 제공하고자 노력했으며, 구조단은 힘든 과정을 수행해 냈다.

논란은 여전, 반응은 반반

하지만 또 하나의 논란이 생겼다. 바로 나무를 이용해 불을 지피는 과정이 문제였던 것. 구조단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위해 불을 지피기 과정에 나뭇가지를 사용했는데, 이를 네티즌들이 다시 지적하고 나서며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네티즌들에 의견에 따르면 장작을 지피는 행위는 오히려 장작의 불완전 연소로 인해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각종 공해물질을 더욱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는 예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린피스는 '현실적으로 전기가 답'이라며 원자력에 찬성했다고 한다. 또한 지난해 저탄소 녹색성장 시범도시로 지정된 강릉시의 경우는 해마다 해맞이 행사에 참석한 관광객들을 위해 백사장에 장작을 쌓아 불을 지피던 행사도 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고 전해진다. 즉, 현실적으로 볼 때 장작때기는 에코 하우스 짓기의 취지에 위배된다는 의견들이 올라오며 논란이 되고 있다.

불을 지피는 과정에서 네티즌들은 장작을 지피는 행위는 오히려 장작의 불완전 연소로 인해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각종 공해물질을 더욱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 imbc


게다가 구조단이 체험한 부분들은 실생활에서 응용하기 힘든 체험이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때문에 정보적인 측면에서도 별로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없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정수기 체험은 신비하긴 했지만 장정인 남자들도 돌리기 힘든 수레를 어떻게 주부들이 실제 생활에서 응용할 지 미지수라며, 좀 더 현실적인 환경 지키는 방법 제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쌀뜨물을 이용해 친환경 세제를 만드는 방법은 유익했다는 의견도 올라오고 있다. 물론 지금 '에코 하우스 짓기'는 1회만이 방송되어 앞으로 좀 더 다양한 환경비법을 알려준다면 성공가능성을 남겨두었다. 또한 불을 지피는 과정에서 큰 웃음은 아니었지만 웃음을 준 점도 앞으로 구조단 멤버들끼리 좀 더 친밀감을 높여 호흡만 잘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지식 없는 도전, 논란만 낳는다!

이처럼 여전히 '헌터스'가 자리를 못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무리한 프로젝트를 겁 없이 도전했기 때문이다. 애초 멧돼지 축출 프로젝트는 시작 전에 논란이 있었고 이를 잠재우기 위해서 첫 회 멧돼지와의 공존 방법을 생각했다고 이야기했지만 현실적으로 답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4주 만에 전격 폐지하며 한계를 스스로 시인한 꼴이 되어버렸다. 여기에 또 한 번 환경으로 눈을 돌려 도전했지만 여전히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멧돼지 축출보다는 논란이 많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예능과 공익을 결합시키는 데 있어 '생태계', '환경' 등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프로그램을 기획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환경'이라는 아이템이 녹색성장과 더불어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예능의 아이템으로 선택하기는 쉽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일은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다. 즉, 환경을 살리는 방법을 좀 더 연구하고 제작진이 사전에 공부했어야 한다. 단지, 전문가에 의존해서만은 진정성을 살려낼 수 없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폐지를 선택하고 준비한 아이템인만큼 이번에도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즉, 근본적인 문제는 무작정 폐지와 신설을 하는 식의 안일한 제작태도가 아닐까.

이미 <일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잦은 프로그램을 폐지와 신설이다. 뚝심 있게 밀어 붙이기보다는 이 아이템이 안 되면 바로 폐지하고 다른 아이템을 시청자에게 보여주려 했다. 이번 '헌터스'도 마찬가지이다. 애당초 논란이 있었다면 이를 어떻게 딛고 나아가야하는 지를 보여주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여지없이 폐지를 결정했고 급하게 환경 아이템을 두 번째 프로젝트로 선정하는 우를 범했다. 사실, 이제까지 예능과 공익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MBC에서는 즐겨왔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까지의 예능과 공익의 결합 스타일은 '단비'와 '우리 아버지'와 같은 스타일이었다.

즉 사전에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감성에 호소할 수 있었지만 이번 멧돼지 축출이니 환경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제작진이 알아야 한다. 옛말에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시청률이 제자리걸음하고 있다고 해서 다양한 시도는 좋지만 프로그램의 존폐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멧돼지 축출 프로젝트를 깊이 있게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덧붙이는 글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