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격찬한 <꽃신(The wedding Shoes)>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김용익 작가

검토 완료

문정(mjeong)등록 2009.12.24 19:35

<꽃신> 표지 김용익 작가가 쓴 미국영국 중고교 교과서에 실렸던 단편소설이다. ⓒ 문정

얼마전 아는 분의 추천을 받아 간신히 손에 넣게 된 조그만 책이 있다. <꽃신(The wedding Shoes)>이란 제목의 짧은 소설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시를 읽는 느낌이다. 이 소설은  구절 구절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내용이 길지 않지만 여러번 읽을수록 그 맛이 더 진해지는 이야기로 진한 감동과 여운이 남는 아름다워서 눈물이 계속 나오는 그런 책이다.

저자는 이미 외국에선 꽤나 알려진 유명한 작가였다. 영어로 한국인 특유의 감수성을 표현하면서 '마술의 펜'이란 칭호를 얻었던 김용익 작가는 <꽃신>으로 한국작가로는 최초로 미국 중고등학교 영문학 교과서에 실렸었다. 뿐만 아니라  '뉴요커The New Yorker', '피플People'을 비롯한 전세계 주요 매체가 가장 아름다운 소설로 격찬한 바 있는 소설이다.

줄거리

꽃신을 만드는 신집의 딸을 좋아했던 정육점의 아들인 주인공 상도는 백정놈의 자식이란 소리를 들어야 했고 그렇게 자기에게서 멀어져간 신집 주인과 신집 딸의  6.25폭격으로 죽음을 맞이하여 끝내 만나지 못하는 내용이다. 꽃신을 주제로 한 이루지못한 풋풋한 사랑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신집 주인은 정성들여 만든 자기의 신발이 최고임을 자부하는 그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점차 문명의 이기와 자본주의의 물결이 밀려오면서 고무신에게 밀리기 시작하여 점차 가세가 기울어져가지만 신집주인은 그 자부심 하나만을 고수하며 현세상과 타협하지 않는다.

꽃신을 신고 함께 학교를 다녔었기에 그 집 딸을 자연스레 좋아하게 된 상도는 어느날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백정집 자식과는 혼인이 안된다.' 그러면서 그 뒤로 신집을 멀리하게 되고 딸과도 가까워지는 일이 점차로 줄게 된다. 그러던 가운데 6.25가 터지게 되고 많은 어려운 시기가 지나간다.

부산 시장에서 마주친 신집 주인은 시장 가판대에 아직도 꽃신을 여러켤레 올려놓고 팔고 있다. 하지만 사가지고 가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어느날이던가 아저씨대신 아주머니가 나와 계신 것이다. 아주머니는 아직도 그 꽃신을 한 켤레 올려놓고 팔고 있다. 어느 신사분이 흥정을 하자 주인공은 돈을 있는대로 다 퍼내어 그 마지막 남은 꽃신을 얼른 산다. 그러면서 따님에게 주라고 하며 그 어머니의 손에 쥐어주지만, 그 딸은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다.

<> 작가 김용익(1920-1995)

경남 통영 출생. 중앙중학을 거쳐 일본 동경 아오야마 학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48년 1차 도미하여 남플로리다 대학교, 켄터키 대학교와 아이오와 대학교 대학원 소설 창작부에서 수학했다.

1957년부터 1964년까지 고려대 이화여대 영문학과에서 강의했다. 1964년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서일리노이 대학교, 버클리의 캘리포니아 대학교, 피츠버그의 듀켄 대학교 등에서 소설창작을 강의했다.

1976년에는 미국 국가문학지원금을 받았으며 1981년과 1983년에는 펜실베니아주 문학지원금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1990년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하는 제1회 '해외한국문학상'을 수상했다. 1994년 고려대 초빙교수로 귀국했다가 1995년 4월 11일 지병인 심장병으로 서울 고려대병원에서 별세, 통영시 용남면 선영에 묻혔다.

김용식 전 외부부 장관의 친 동생이기도 한 김용익 작가는 평소 부귀영화와 안정을 거부하고 구속과 허세를 싫어했으며, 자신의 외모에도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던 괴짜로 통했다.

<한국의 달>, <행복의 계절>, <푸른 씨앗> 등 발표한 작품마다 미국과 영국, 독일, 덴마크 등 세계 각국의 교과서와 문단의 특별한 사랑을 받아 노벨문학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 김용익의 작품

단행본 : <한국의 달>, <행복의 계절>, <뒤웅박>, < 푸른 씨앗>, <겨울의 사랑>, <양산골에서 온 신발>
단편들 : <꽃신>, <변천>, <막걸리>, <해녀>, <종자돈>

<> 기억하고픈 구절

......비가 온 다음날 물이 괸 길에서 나는 그녀를 업고 넘어지지 않으려 애썼다. 그녀는 청개구리처럼 등에 꼭 매달렸는데 나는 내 허리 양 켠에서 흔들리는 꽃신을 얼마나 사랑하였던가......
...... 내가 만일 여자로 태어난다 할지라도 꽃신 신는 것 이외 좋은 일이 있을 성싶지 않았다.....
......장 모퉁이 가까이 갔을 때 가슴이 뛴다. 검은 우산 아래 놓인 판자, 두 켤레의 꽃신이 나를 보고 있다. 기뻤따. 그 기쁨을 나는 두 손에 꽉 쥐었다......
.......나는 꽃신이 다른 사람에게 다 팔려 가기 전 한 켤레 가지고 싶었지만 꽃신 아닌 슬픔을 사지나 않을까 두렵다. 나는 먹구름 속에 자취를 감추기 직전 길을 더듬어보는 눈초리로, 꽃신을 바라보았다. 꽃신이 세 켤레 남았을 때 나는 그 곳에 차마 가지 못했다. 예쁘게 꾸며진 꽃신의 코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가 훌쩍 뒤돌아설 것 같아 더 이상 찾아 못갔다......
......그녀는 이 꽃신을 가지게 될까. 다만 그녀가 어느 곳에 있건 꽃신을 받아주었으면 싶었다......

꽃신

김용익 지음,
남해의봄날,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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