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스승이 있었습니다

검토 완료

김현숙(maria12)등록 2009.12.22 17:14
미국 시카고의 한 흑인 빈민가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시카고 대학 사회학자의 분석에 의하면, 연구 대상의 모든 아이들은 술, 마약 중독자 부모들 밑에서 희망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고, 이 아이들에게는 이미 미래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 후 30년이 지나 이 교수의 제자였던 사람이 지금은 어른이 된 그 연구 대상이었던 어린아이들을 찾아가 보니 놀랍게도 거의 모두 성공한 직업인이 되어 잘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정반대의 결과에 의아해하는 그 사회학자가 그들에게 성공의 이유를 물어보니 모두 이구동성으로 "나에게는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주신 스승이 있었습니다."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문제의 스승을 찾아가 보니 이제는 노파가 된 흑인 여성이었다. 그 할머니는 아주 간단하게 자신의 교육방침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나는 그냥 그들을 사랑했어요."

우리 둘째 아이는 고등학교 때 입시를 위한 교육의 소용돌이 속에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극심한 방황기를 겪었다. 그러나 아이의 방황을 잠재울 방법이라곤 없었다. 부모가 막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과 상의를 한번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선생님을 만나면 설득 당할 것 같으니 안 만나겠다고 해서, 아이가 원하는 대로 맡길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은 이미 결정이 되어있었다. 후회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맡겨주는 마지막 한 가지 방법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일이 풀려 선생님을 만날 수 있게 되었고, 아이는 선생님에게 두어 시간 동안 정신없이 얻어듣고 나더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 때 그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아마도 방황은 걷잡을 수 없이 길게 이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운명도 달라졌을 것이다. 선생님의 힘이 얼마나 큰지 지금도 그 선생님을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으로 가슴이 꽉 차 오른다.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생님을 만나지만 그중에서 한 분의 좋은 선생님만 만날 수 있어도 그건 축복이라고 한다. 우리 아이에게 그 선생님은 축복이었다.

나에게는 지금도 나를 끔찍이 사랑해주는 선생님이 계신다.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해주시는 선생님을 생각하면 늘 에너지가 가슴 가득 채워지며 48도의 온탕 속에 앉아있는 것처럼 따뜻해지곤 한다. 어쩌면 우리 아이도 그럴 것이다. 그 선생님을 떠올릴 때마다 나처럼 가슴이 훈훈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두고두고 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우리 곁에 나를 사랑해주시는 스승이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행복하고 멋진 일인가.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