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가 '영화의 미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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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섭(neopenta)등록 2009.12.18 14:35
'영화의 미래'라는 엄청난 수식어를 단 채로 제임슨 카메룬 감독의 '아바타'가 개봉했다.

아바타 '영화의 미래'라는 엄청난 수식어가 붙은 영화 '아바타' ⓒ 네이버 영화


아직 영화를 보지는 않았고, 전문가들과 네티즌들의 평가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중이다.

뭐, 러닝 타임 내내 눈을 뗄 수 없었다는 찬사부터 시작해서 '늑대와 춤을'을 우주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혹평까지,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그냥 대작 영화라고 몇 달 전부터 떠들썩하던 영화가 개봉을 한 것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궁금할 뿐, 그러한 평가를 토대로 영화를 볼 것인가 말 것인가를 판단할 생각은 없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면서 좋고 나쁘고를 그다지 판단하지는 않는다.
(물론 '아, 돈 아까워'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나쁜 영화라 생각이 들기도 한다만...)

그냥 두어시간 시간 때우기에 적당했고, 뻔한 이야기일지라도 감동으로 다가올 수만 있다면 (사실 감동을 주는 이야기는 뻔한 이야기인 경우가 허다하다.) 돈 아깝지 않고 볼 만한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 영화에 대한 내 소박한 생각이다.

아바타 역시 돈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드는, 가볍게 볼 수 있고,
나름의 신선한 충격과 감동도 선사하는 멋진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작품을 보면서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다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아바타 앞에 붙은 '영화의 미래'라는 엄청난 수식어다.

얼마 전에 개봉한 3D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을 보려고 포항 지역 영화관 싸이트에 접속을 하니, 웬걸, 개봉작 목록에 '크리스마스 캐럴'은 없다.
전국적으로 3D 영화의 상영이 가능한 영화관이 몇 군데 없었던 것이다.
난 당연히 아바타 또한 그러하리라 생각하고, 영화 한 편 보려고 대도시까지 가야 하나를 고민했다.   

그런데 개봉 당일 웹 상에서 확인해 보니 포항 지역 영화관에서도 아바타가 3D로 상영된다고 개봉작 목록에 떡~ 하니 올라가 있다.
하긴, 돈 되는 장산데 극장 측에서 이걸 놓칠 리가 있나... 

문득 지난 한 해 한국 독립영화사의 한 획을 그었던 '워낭소리'가 생각이 난다.
독립영화 최초로 관객 수가 몇 백만을 넘은 작품이라고는 하지만,이 작품도 초기에는 상영관을 찾기 힘들어서 꽤나 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똥파리'라는 한 독립영화는 16개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데, (그 영화제의 성격은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난 그 영화의 이름을 어제 100분 토론에서 처음 들었다. 나만 몰랐나? ;;

똥파리 영화제에서 상을 16개나 받았다는데...난 전혀 몰랐다. ⓒ 네이버 영화


아무튼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돈 안 되는 독립영화'는 날로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고,
살아남는 영화는 극히 소수의 '흥행 대작'이라 불리는 작품들 뿐이다.
단순히 독립영화가 설 자리를 잃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독립영화에 담긴 다수가 아닌 소수, 강자가 아닌 약자들과 같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설자리를 잃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아바타' 앞에 붙은 '영화의 미래'라는 수식이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영화를 제작하고 영화 감독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지향하는 미래가 '아바타'와 같은 '흥행 대작'의 제작만을 꿈꾸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에서이다.

'아바타'는 기술의 발전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관객을 즐겁게 해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이지, 그 자체가 '영화의 미래'는 아니며, 그리 되어서도 안 된다.

아무튼 이번 주말, '아바타'나 보러 가야겠다.
시간도 많은데 '똥파리'와 같은 독립영화도 한 편 보고 싶다만,
도대체 독립영화는 어디서 봐야하는 거지?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cyworld.com/neopenta97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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