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 사람의교회!

2,100억 원짜리 건물을 짓기보다 한 사람의 헌신된 주님의 제자를 세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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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희(jhkim)등록 2009.12.12 17:23
지난 10월 초에 있었던 일을 잠깐 나누려고 합니다. <뉴스앤조이>는 사랑의교회 새 예배당 건축 문제 취재를 시작하기 전에 교회를 배려하려 했습니다. 이 교회의 건축을 지지하는 이들과 이것을 우려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둘러앉아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뉴스앤조이>가 독자적으로 취재해도 좋겠지만, 사랑의교회도 자기 입장을 충분히, 공정하게 설명할 기회를 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교회는 이를 거절하고, 대신 간단한 조찬 모임에 저희를 초대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목회적 차원에서 새 예배당 건축에 십분 공감한다. 그러나 사랑의교회는 한국교회, 한국 사회의 시선에 민감해야 한다"면서,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이야기해 달라"고 반복해서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비전은 아예 없는 것 같았습니다.

2개월 정도 시간을 달라고 하더군요. 지금 돌이켜 보면, 비판을 받을 때 받더라도 일단은 교인들에게 건축 헌금 약정을 받은 다음으로 넘기자는 계산이었던 것 같습니다. 교회는 얼마 전 건축 헌금 작정을 받았는데, 교인들은 1,300억 원을 헌금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목표를 초과 달성하자 오정현 목사는 그 주일을 '할렐루야 주일'로 선포했습니다.

10월에 교회 관계자들을 만났을 당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오정현 목사가 부임한 이래 설교 시간에 '민족'을 얼마나 강조하는지 모른다. 그간 강남 사람들이 '민족'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었던가?" 하고 반문하더군요. 수적인 부흥뿐만 아니라 질적인 변화도 있었음을 강조한 것입니다. 공허한 표현에 무한한 가치를 부여하는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오정현 목사는 '민족'이라는 추상적 구호 아래에서, 가진 자들의 이익만을 팽창시키는 정책을 지지하는 구체적인 정치 발언을 일삼아 왔습니다. 미국산 수입소 광우병 논란으로 촛불 집회가 일어났을 때 그들을 비난했고, 한반도 대운하 정책을 적극 지지했습니다. 그러니 강남 사람들이 10년 아니라 20년 동안 설교 시간에 '민족'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도 우리 민족에 유익을 줄 도리가 없습니다.

한복을 깔끔하게 차려 입고 외치는 오정현 목사의 '민족'이라는 단어는 옥한흠 목사의 '제자 훈련', '평신도를 깨운다'는 구호 속 내용의 허전함과 맥을 같이합니다. 수십 년 동안 '평신도를 깨운다', '제자 훈련을 한다'고 했는데, 어찌 교회가 송두리째 움직이는 데도 '깨어난 평신도', '훈련 받은 제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은 갖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러고도 아무 소리 안 하는 교인들은 대체 어떤 훈련을 어떻게 받은 것인지 의문입니다.

교회는 "교인 95%가 헌금 약정에 참여했으니 95%가 예배당 건축에 동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논리를 들이댑니다. 수평적 토론이 아니라 수직적 명령 하달만 있는 구조에서라면 95% 아니라 100%가 참여했다 해도 아닌 건 아닙니다. 오정현 목사가 그토록 반복해서 사용하는 '소통'이라는 단어의 허구성은 '민족'이라는 단어의 공허함처럼 여기서도 환히 드러납니다. 빈곤함을 숫자로 채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해당되는 적확한 표현은 '훈련'이 아니라 '세뇌'입니다. 교인들은 최면 상태에서 "나는 훈련 받았다, 나는 제자가 되었다" 하고 자기 암시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뛰어난 지성인들이 많을 텐데 그럴 수 있겠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단 집단에 가 보십시오. 어느 집단이든 교수 그룹이 제일 많습니다. 아무리 머리 좋은 과학자라도 예수만 열심히 믿고 나면 지구 나이 6,000살이라도 그냥 콱 믿어 버리게 됩니다. 지성을 무력하게 만드는 종교의 힘은 제자 훈련하는 교회라고 적용 안 되는 것이 아닙니다.

취재 과정에서 교회 정관을 요구했더니 거부했습니다. 요식 행위에 불과한 종이 쪼가리 정관은 있을지 몰라도 제대로 된 내용을 갖춘 정관이 있을 리 없습니다. 훈련 받은 제자, 깨어난 평신도들은 자기 교회에 정관이 있는지조차 모를 것입니다. 되레 그런 게 왜 필요하냐고 반문할 것입니다. 그러니 "예수의 제자를 만든 거야? 목사의 제자를 만든 거야?" 하는 의구심 어린 세간의 눈총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제자 훈련'과 '평신도를 깨우는 작업'을 통해서 옥한흠 목사와 오정현 목사만  30년 동안 모든 영광과 명예와 인간적 축복을 누린 셈입니다. 영광과 명예와 축복이라는 광속 엔진을 달고는 메가처치의 고속도로를 노골적으로 질주하겠다는 것입니다.

<뉴스앤조이>가 유독 사랑의교회만을, 그리고 다들 침묵하는데 유독 <뉴스앤조이>만 나서서 사랑의교회를 물고 늘어지는 까닭이 있습니다. 수많은 교회가 '사람이 주인 행세하는' 교회로 타락해 가고 있습니다. 사랑의교회도 어느새 사람의교회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다른 교회는 몰라도 사랑의교회만이라도 주님의 교회로 되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로 깨어나기 위해 훈련받겠다고 헌신하는 수많은 예수님의 사람들이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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