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일야4대강방성대곡

기공식 축포는 조종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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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영(chogalma)등록 2009.11.25 17:40
시일야사대강방성대곡(是日也四大江放聲大哭)
- 기공식 축포는 조종 소리다 -

11월 23일 이명박 대통령은 광주광역시에서 '영산강 살리기 사업' 기공식에 참석했다. 국민적 동의와 국법 절차를 묵살하고 강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국민적 반대를 의식하여 이날 행사에서도 MB는 "정치적 논리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반대해서는 안된다"는 논지의 말씀을 구두선처럼 되풀이했다. 이것을 뒤집어보면, 반대하는 쪽이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씀은 천부당만부당하다. 

4대강토목사업은 정략적 산물

누가 그런 논리를 갖고 반대하고 있다는 것인가? 4대강 토목사업을 반대하는 쪽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4대강 살리기가 아닌 죽이기 사업"이며, 다른 하나는 "녹색성장이 아닌 미래 성장동력 신장의 기회를 빼앗고 궁극적으로 경제를 망치는 회색 토목사업"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2012년 4월 국회의원 총선과 12월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고도의 정략적 사업으로 환경도 죽이고 경제도 망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작 정치적 논리보다 더 나쁜 고도의 정략 차원에서 4대강 사업(한반도대운하사업 -> 4대강정비사업 -> 4대강살리기사업으로 이름을 계속 바꿈)을 서두르고 있는 쪽이 누구인가? 지난 9월 말경에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4대강 토목사업에 대한 당내 일각의 반론을 제압하려는 차원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정권 재창출에 절대적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역설한 바 있다. 이 말은 제2의 청계천 효과를 4대강에서 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적 논리보다 더 나쁜 정략적 산물임을 자복한 결정적 증거가 아니고 무엇인가. 

6개월만에 환경영향평가와 협의까지 완료해준 환경부,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에서 논의도 되기 전에 메이저급 건설회사에게 4대강 본류의 대규모 보 축조공사를 턴키 발주로 나눠 준 국토해양부, 비용편익분석은 말할 것도 없고, 역사유적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 ... 그리고 본격적인 공사 강행. 4대강에서 MB정부는 완정 불통정권으로 전락하였다.

진정한 녹색성장과 신성장동력

최소한의 법적 절차마저 묵살한 채 2012년까지 22조2천억원(설계변경 등으로 30조원 이상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음)이 들어가는 초대형 토목사업을 군사작전하듯이 화급하게 감행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한나라당 일부 비주류 의원들도 주장하듯이 4대강을 진정 살리려면 지류부터 하는 것이 순서인데 본류부터 파헤치고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3년 안에 모든 것을 끝내야하는 무슨 절박한 이유라도 있다는 말인가? 그것은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인 4월 국회의원 선거전에 이용하겠다는 저의가 아니고 무엇인가? 외국 지도자들이 녹색성장과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재정을 어떻게 투입하고 있는가를 진정 모르고 있단 말인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 22일 '지구의날'에 아이오와주 풍력발전설비 제도회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국가가 21세기 글로벌 경제를 선도할 것"이라면서 향후 10년간 녹색기술 개발에 1500억달러(약 200조원)를 투입하겠다고 천명했다. 며칠 전에는 2010년도에 에너지 절약을 담보할 첨단 융합기술인 스마트 그리드(IT접목 지능형 전력망) 사업에만 81억달러(약 1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새로운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을 통해서 500만개의 녹색일자리를  출하겠다는 비전도 발표했다.

어디 미국뿐인가?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 개도국들도 국가적 명운을 걸고 녹색융합기술 개발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녹색기술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가간 불꽃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절박한 시기에 MB정부는 국론분열을 자초하면서 엄청난 국가 재정을 4대강 파헤치기에 쓸어넣고 있다. 그것도 4대강을 살릴 수 있다는 믿을만한 어떤 검증 결과도 없는데 말이다.     

4대강 파괴는 독종 돌연변이 바이러스 만들 수 있어

권력게임의 제물로 전락한 4대강, 그 곳의 무수한 생명체들은 기공식을 알리는 무례한 인간들의 축포와 함께 목놓아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4대강은 당대를 살아가는 5천만 국민은 물론 후세들의 생명이며 혼을 지탱해주는 생태계다. 하지만 정말 불행하게도 오늘의 축포는 머지않아 생태계의 죽음을 알리는 조종 소리로 돌변할 것이다. 임계점을 넘는 생태계 파괴는 어떤 항생제도 무용지물로 전락시킬 돌연변이성 바이러스(괴물)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이것이 언제 이 땅의 생명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을지도 모른다.

지위고하를 막론한 선출직 공직자들(물론 공적 양심가도 있음)이 표를 모으기 위한 지역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얼마나 많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는가를 돌아보라. 예컨대 담수화를 포기하고 바닷물로 만든 시화호(파괴자들은 당초 목적을 포기하고서 수질이 개선됐다고 호도하고 있음), 또 그럴 운명에 처하게 될 새만금호, 여러 지방 공항들...그렇게 해서 가문의 명예를 높였는가는 몰라도 고통은 누가 떠않았는가?    
  
오호통재라, 시일야사대강방성대곡(是日也四大江放聲大哭). 4대강의 포크레인과 콘크리트 덩어리에 짓밟혀 죽어가는 무수한 생명체의 통곡 소리를 누가 멈추게 할까? 누가 피눈물을 멈추게 할까? 천지신명이시여!

조길영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 / 강원대학교 초빙교수 / 울산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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