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진보인사 솎아내기 중단하고 자체 싱크탱크 육성하라

진보인사들의 생존권박탈보다는, 보수의 실력을 키우는데 투자해야

검토 완료

허승욱(wwfjeff)등록 2009.11.20 14:48
참혹한 보수정권의 범 진보인사 솎아내기

의혹이 곧 사실 연결되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도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의 퇴출은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이야기로 치부되었다. KBS의 명진행자 정관용 현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평일에 진행해오던 KBS 라디오 열린토론과 주말 저녁 사회자로 명성을 쌓아오던 KBS 심야토론에서 하차할 때, 다음은 손석희가 아니냐는 전망이 있었지만, 손 교수도 의혹 발생 이후 1년 이상 <100분 토론>을 진행하며 그에 관련된 의혹만큼은 의혹선에서 끝날 것으로 전망되었다.

하지만 <시사인>은 손 교수가 <100분 토론>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보도했고, 이는 그가 지난 10월 22일 <100분 토론> 홈페이지에 사퇴의 변을 남기면서 사실로 드러났다. 손석희 교수는 결국 11월 20일 마지막 특집 <100분 토론>을 끝으로 8년간 진행해오던 <100분 토론>에서 퇴장했다.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는 11월 19일 마지막 <100분 토론>을 진행했다. ⓒ MBC


최근 법원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은 무효라고 판결했고 YTN 노조원들을 복직시키라고 주문했다. 정연주 전 사장을 퇴출시키고, 대한민국 유일의 24시간 뉴스채널인 YTN에 선거캠프 출신의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낸 것은 대표적인 보수정권의 언론장악시도라고 해석된다.

20일 언론들은 이명박 대통령 선거참모 출신인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이 KBS 사장에 내정되었다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 등 방송을 장악하려는 보수정권의 시도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지경이다. 헌재가 개정하라는 미디어법을 사수하고 있는 것은 정권 재창출이 방송에 달려있다는 보수진영의 인식을 잘 드러낸다.

이밖에 윤도현, 신해철, 정관용, 신경민 등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물러난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 진행자들을 무언의 압력을 통해 퇴출시킨 것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 일부 국회의원들은 대정부질문이나 국정감사장에서 실제 연예인의 이름을 거명하며 그를 퇴출하라고 행정부에 요구하기도 해, 퇴출되는 속칭 '진보인사'와 보수진영간의 모종의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심증을 굳게 하기도 했다.

진중권 전 중앙대 겸임교수도 한 학기에 무려 세 개의 강의를 그만두어야 했으며, 각 대학당국으로부터 보수진영의 입김을 암시하는 말을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련의 사례들이 연속해서 관찰될 경우 우리는 거기에서 과학적 법칙을 도출할 수 있다.

그들은 진보인사였나?

문제는 퇴출된 이들을 과연 진보인사로 분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에서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기준은 국민 수만큼 다양하겠지만, 이 기준이 매우 모호한 한국과 같은 사회에서는 경제적 기준이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진보와 사회주의자를 의미하는 좌파를 동의어로 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기준이라는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진중권 교수는 명백한 진보인사다. 그는 국가의 역할이 확대되고 그 국가가 사회주의적인 정책으로 복지비율을 높여 개인이 더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우석훈 교수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좌파인사고 언론에서 현 정권을 민망할 정도로 맹비난할 진중권 교수가 눈엣가시여서 강의를 주는 학교당국에 압력을 행사했다면 나름대로 적절한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상업가수인 윤도현, '학원광고' 신해철, '중립적 사회자'인 정관용과 손석희, '중립적 앵커' 신경민, '상업 예능인' 김제동 등을 퇴출시킨 것은 엉뚱한 수고를 한 셈이다. 그들은 모두 사회주의적 경제국가운영방침을 지지하는 이들이 아니라, 상식선에서 사회적 발언을 하는 이들이다. 윤도현, 특히 신해철은 전략적인 '진보장사'로 평가받기도 한다.

신경민 앵커도 아마 참여정부에서 <9시 뉴스> 앵커를 했다면 이 정부 아래에서 한 성격의 클로징 멘트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클로징 멘트 역시 상식에 기초하고 있다. 가장 불필요한 솎아내기는 토론 진행자들을 내보낸 것이다. 개인적으로 토론진행자들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자신의 학문을 하고 사회적 주장을 하는 토론패널이 토론을 빛내고 사회를 윤택하게 하는 것이지 진행자의 역할은 단순히 토론을 진행하는 기술자의 그것일 뿐이다. 물론 정관용 교수가 하차한 이후 <심야토론>을 진행하는 이의 진행실력이나 현정부에 대한 편향성을 보면서 훌륭한 진행자의 필요성을 느끼고는 하지만, 이들은 아무런 사회적 발언을 하지 않는 중립인사다.

거대권력의 비리를 취재해서 보도한, 예를 들면 삼성의 비리를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나 황우석의 사기를 세상에 알린 <PD수첩>의 피디들이 아닌 손석희 교수가 언론인 1위에 오른다는 것은, 국민이라는 토양이 좋은 언론을 키워내는데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아무 실익도 없이 미숙한 진행자에게 몇 되지도 않는 토론프로그램을 맡겨 국민들의 짜증만 키우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무력한 진보인사 퇴출

4대강 삽질에 소요되는 국민의 혈세가 20조 이상이라고 한다. 부자감세도 최소한 조 단위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인문사회과학분야에 천착하는 박사급 연구자들은 한 달에 몇 십만원받는 시간강사 자리를 받기 위해 각종 로비활동을 전개하고, 한국연구재단에서 주는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연구비에 가족들의 목숨이 달려있는 것으로 안다. 실제 올해 들어 비정규직법에 명시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2년 근무후 정규직채용조항으로 대학강의를 맡지 못한 여러 명의 시간강사가 아까운 학문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불행한 일이 여럿 있었다. 특히 진보적 학문을 하는 이들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인세수입으로 탄탄한 수익구조를 갖춘 우석훈이나 진중권 같은 스타지식인들이야 수업으로 버는 수입이 없어도 아무런 타격이 없지만, 아직 먹물들이 일할만한 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한 강사들의 생계수단을 매개로 행해지는 치졸한 솎아내기는 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짓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일 <100분 토론>에서 군사정부는 "잡아가서 고문했지만, 이 정부는 밥줄을 끊는다"고 한 것은 현실을 잘 드러내는 진술이라 할 수 있다.

진보인사 퇴출 대신 보수싱크탱크 육성하라

진보의 공격이 날카로울수록 보수의 방어논리는 견고해지는 법이다. 현실을 고수하려는 보수의 입장에서 사회변혁을 꾀하는 진보에 맞서기 위해서는 당연하다. 하지만 각종 토론에서 보여지는 보수쪽 패널들의 처참한 KO패는 한국 진보의 수준이 특별히 일취월장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는 단서로 보여진다.

따라서 '밥줄 끊기'보다는 보수의 논리를 탄탄하게 하는 연구자들에 대한 편향적 지원으로 진보와 경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걸핏하면 학계, 문화계, 언론계가 진보인사들에게 장악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보수인사들의 경쟁력이 부끄러울 정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보측 스타지식인들은 많은데, 보수쪽 지식인들 중 이들만큼의 인기를 자랑하는 이들을 찾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현재의 집행부가 어느 정도 편파적인 지원을 하더라도 이는 사회통념상 오히려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가능성은 없어보이지만 차라리 뉴라이트진영이나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에 관계하는 학자들을 지원하고, 특히 보수적 색채의 성향을 띠고 공부하는 역시 배고픈 대학원생이나 박사과정 학생들이 훌륭한 보수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물질적 도움을 준다면 토론 프로그램에서 '열사'의 탄생만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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