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孝가 문제다?

혈연 지연 학연 연고주의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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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중(seijoong)등록 2009.11.19 12:17
               한국에서는 孝가 문제다?

부모에게 효도를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니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냐고 할지 모르나 효의 문화는 아마도 양날의 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상의 예를 들어 보자.
서울의 강남경찰서에 어떤 노인이 절도혐의로 붙잡혀 왔다. 인근 백화점에서 고급 시계를 훔치려다 붙잡혀 온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노인은 강남경찰서장의 아버지였다. 그 노인은 구속되었을 가, 훈방 되었을 가.

어떤 일본기업 한국법인 사장은 일본에서보다 한국에서 노사대립이 매우 심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일본에서는 孝보다 忠을 더 중요시 여기는데 비하여 한국에서는 충보다 효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일본사람들은 자식들에게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가르쳐 개인 보다는 조직을 중시한다고 한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효와 가족을 중요시하며 남에게 패배해서는 아니 된다고 교육하여 한국인은 조직 보다는 가족에 대한 생각이 더 앞서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구한말 교육에 종사했던 서양선교사들은 한국의 양반집 자제들이 나라가 망해 가는 것은 별로 걱정은 아니 하고 자기 집안만 잘 되기를 바라고 있어 이해할 수 없었다고 술회하기도 하였다. 오늘날에도 '가문의 영광'이라는 단어가 한국인에게 익숙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혈연중시 사상은 수백 년 동안 내려오는 한국의 전통이며 문화이기도 하다.  혈연주의의 사고방식이 지연 학연으로 확대되어 연고주의가 만연되어 있는 것 같다.

'가문의 영광'의  폐단
이씨조선부터 내려오는 사색당파 싸움은 혈연 지연 학연과 같은 연고주의와 무관하지 않으며 조그만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지고 다시 호남 영남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여당 야당 내에서도 갈등이 심한 것이 우연이아니라 우리나라 연고주의 문화와 관계가 깊다고 생각한다. 
지방에 사는 주민이 외국에 가려면 상경하여 외국행 비행기를 타야한다. 이러한 불편을 없애 주기 위하여 지방에 국제공항을 건설하였으나 탑승객이 없어 유령의 공항이 되고 말았다.  그 비행장 운영비는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되어 국가재정을 고갈시키고 있다.  특정지역의 주민들을 위하여 수도이전을 계획하다가 그것이 불가하여 세종신도시가 되어 나온 것도  우리 마음속의 뿌리 깊은 곳에 있는 연고주의 문화 때문인 것으로 생각한다.

문화는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막스 베버Max Weber)는 그의 저서(영역서,The protestant ethic and the spirit of capitalism)에서 예수교 구교도들보다 신교도들이 기업가, 기업경영자, 전문직뿐만 아니라 기업의 고위층 인사가 훨씬 많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신교도들이 은둔하지 않고 일상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며 이러한 적극적인 생활태도는 '신의 부르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한국은 정실 자본주의?
근래에도 이와 유사한 주장이 있었다.  1998년 한국 등 아시아가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 서양의 일부 경제학자들은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 때문이라고 하였다. 능력이 없는 기업인에게도 정치세력이나, 혈연 지연 학연이 닿으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능력이 있는 기업인이라도 은행에 연고가 닿지 않으면 돈을 빌릴 수가 없었다. 갑이라는 사람이 능력이나 여러 면에서 기업의 사장이 되어야 마땅하나 대주주와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연고가 없어서, 능력이 부족한 을이 사장이 되었다면 그 기업의 경쟁력은 유지될 것인가. 

한국의 이러한 혈연의 문화는 또한 사회현상에서도 나타난다. 바로 사교육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 자식이 잘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60-70년대는 논밭을 팔아 서울로 유학 보내고 오늘날엔 미국에 조기유학을 보내 기러기 아빠도 감수한다.  '가문의 영광'을 위하여 과잉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기학교 학생의 내신 성적 부풀리기는 엄청나다. 수년전 연세대학교 지원한 학생들의 내신 성적을 보면 332명이 수강한 과목에서 225명이 1등이고 전체지원자 5,554명중 60%인 3312명이 거의 모든 과목에서 '수'를 받았었다고 한다.

싱가포르는 1989년에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달성 후 5년 만에 2만 달러를 돌파하였고 일본은 6년 만에, 영국은 9년, 미국은 10년 만에 2만 달러를 달성하였다. 우리는 1995년에 1만 달러를 달성한 후 15년이 다 되어도  2만 달러 돌파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 나마 한국의 대기업들의 선전으로 이만큼 성장한 것이고  정치와 우리 국민의 수준으로는 불가능 한 것인지도 모른다.   매년 수십 조 원의 사교육비를,  수십 조 원이 소요될 세종시 혁신도시 등의 지방 개발비를 기술 개발이나 벤처기업 등에 사용했다면 우리나라 기술과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원인과 증상
몸에서 열이 나면 의사들은 열만 내리는 처방을 하는 것이 아니고 감기인지 폐렴인지 장질부사인지 등  열이 나는 원인을 찾는다. 열만 내리는 처방으로는 병을 고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사회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증상에 대한 처방에 열중해 보았자 치유가 불가능하고 그 원인을 찾아 치유해야한다.
이씨조선의 사색당파,  노사 간의 극한 대립, 여당 야당의 끝없는 싸움, 세종시 문제, 사교육비의 문제는 증상이며 그 원인, 그 뿌리는 연고주의인지도 모른다. 우리사회는 원인은 치료하지 않고 증상치료에만 급급하고 있는 것 같다.
유럽대륙은 과거 수백 년 동안 전쟁의 벌판이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은 수백 년 간 적이었으나 어떻게 유럽연합(EU)이 가능했을 가. 여러 이질적 민족이 살고 있는 미국은 어떻게 하나의 용광로 속에 녹아나 하나의 미국이 되었을 가.  우리는 단일민족인데 분열만 계속하는 원인은 무엇일가.

수백 년간 내려온 연고주의 문화는 모든 국민의 사고방식이 변해야 치유 가능하나 이 변화는 백년하청일지 모른다. 이 변화의 가장 빠른 방법은 지도자가 먼저 변화하여 국민을 선도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지도자의 역할을  드라마속의 이야기와 연결시켜보자. '선덕여왕'에 나오는  '미실'은 왕권을 무시하고 정권을 휘두르다가 마침내 반역을 한다. 그러나 정부군의 반격에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국경수비대가 자기를 도와주려 해도 이를 되돌려 보낸다. 내전의 확대는 신국 신라를 황폐하게 만들 것이라며 신국 신라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고 부하들에게는 항복을 하게 한다.
자기와 자기의 파벌이 패배하는 상황이 올지라도 나라를 위하는 마음과 행동을 잃지 않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

김세중 회계사, 한양여대 강사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월간잡지 "월간 공인회계사'에 송고했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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