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직하다 죽을뻔했다

귀신나올라~ 그래도 숙직실은 공무원의 애환이 담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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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만(limjm)등록 2009.11.17 14:53
 어김없이 초인종이 울리고 숙직실 안은 자동으로 맞추어진 형광등이 불을 밝혔다.
눈을 뜨고 시간을 보니 새벽 5시 반이다. 이불 밑은 전기장판 온기로 따끈따끈하지만 숙직실 안 공기는 차디차서 코끝이 시리다.

이불을 걷고 일어나 앉았다가 '에이~ 저 사람들은 잠도 없나' 중얼거리며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
한번 깬 잠은 더 오지 않았고 정신은 더 맑아왔다.

조금있으니 '삐리리리~ 삐리리리리~' 또 초인종이 연속으로 울렸다.
아마 밖에서 기다리니 지루하기도하고 짜증스럽기도하고 새벽바람에 춥기도 할 것이다.
초인종소리가 멈추니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버텼다.

6시부터 시작이니 10분전에 문을 열면 되는데 이 분들은 알면서도 이렇게 일찍 와서는 숙직자들을 괴롭힌다.
이 고객들은 아마 이것이 즐거움일 것이다. 6~70대 할머니들이다. 밤잠이 없어 매일 어김없이 이 시간대에 오신다.

시간을 보니 5시 40분이다.
TV를 켰다.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태국 '코끼리 사냥'이란 프로를 하고 있다.
'저 할망탕구들 버릇을 좀 고쳐야지' 하는 맘으로 50분이 되 길 기다렸다.

그러나 그 의지는 슬슬 무너져 내렸다. 추위에 떨고있을 할머니들이 안스러워 도저히 버틸 수 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쓰레빠를 끌고 나가 문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안녕하셔요.' 하면서 짜증을 내기 보다는 오히려 감사인사를 한다. 쫌 미안타. 결국 안으로 들어왔지만 또 안쪽문에 막혀 문앞에서 쪼그리고 앉아있는 신세이면서도...
이 할머니들은 50분이 되어서야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번 숙직 때는 숙직자가 혼자인 관계로 위급상황을 맞아 혼쭐이 났다.
새벽 3시경 갑자기 온몸에 열기가 느껴지더니 두드러기가 일기 시작했고 호흡도 가팠다.
일이 심상찮음을 느끼고 일어나 사무실안을 왔다 갔다 했다.
당장이라도 병원에 실려 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숙직자가 사무실을 비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야밤에 단잠에 빠진 동료직원들을 불러낼 수 도 없었다.
참으로 난감하였지만 찬물을 마셔가며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직원들이 출근하고서야 아픈 내색도 못하고 급히 나와 병원 응급실로 혼자 간 적이 있다.

관공서도 거의 그렇듯 숙직실은 정말 들어가기 싫은 곳이다.
매일 매일 사람이 바뀌어 이용하지만 이부자리는 하나이고 자주 세탁 하지도 않아 위생상태는 엉망이다.

그리고 내부 청소도 잘 되어있지 않고 여러 사람들이 이용하다보니 쾌쾌한 냄새에 창문도 없는 밀폐공간으로 밤에만 주로 이용하다보니 거의 문은 닫혀있고 벽체와 천장은 곰팡이와 거미줄로 장식되어있어 장롱만 없으면 사람이 기거할까 싶을 정도다.

이런 숙직실 환경에서 피부 알레르기는 자연스러울 것이다.
열악한 근무복지의 개선이 요망되는 부분이다.

이곳은 마창진 통합 논쟁으로 한참 Em겁게 달아오른 마산의 체육시설 사업소이다.
종합운동장과 야구장, 테니스장, X-게임장, 실내체육관, 올림픽극장에 실내수영장, 실내 배드민턴장 등 종합 스포츠 시설을 관리 운영하는 곳이다. 
숙직실이 있는 이곳은 실내수영장과 배드민턴장이 있는데 아까 그 할머니들은 수영장을 이용하시는 손님들이다.

밤새 얼어붙은 사무실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하여 온풍기를 켜고 자판기 커피를 한잔 빼서는 담배를 한 개비 물고는 밖에 나갔다.
찬 공기가 얼굴을 덮쳤지만 바람이 없어서인지 그다지 춥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침공기가 상쾌하여 기지기를 켜고는 앞마당을 한 바퀴 돌았다.

사무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으니 벌써 아래층에서는 쾅쾅 디스코곡이 흘러나왔다.
에어로빅이 시작된듯하다.
아래층을 둘러보기 위하여 내려가 계단문을 여니 귀가 따가울 정도로 음악소리는 크게 들렸고 활짝 열린 에어로빅장 안에서 화려한 의상을 한 묻 여성들이 신나게 몸을 흔들고 있었다.

잠시 여성들의 몸놀림에 시선이 꽂혀 멍하니 바라보다 남성 탈의실로 들어서니 후끈한 열기가 얼굴에 와 닿았다.
아침 이른 시간임에도 여기는 사람들의 북적거림으로 활기가 넘쳤다.

잠시 머물다 2층 베드민턴장으로 발길을 돌려 들어서니 여기도 빈 코트 없이 복식으로 경기를 하고 있었고 베드민턴 공을 내리칠 때면 어김없이 기압소리가 요란했다.
한쪽에선 이제 입문한 초보인지 중년의 여성1명과 남성 1명이 열심히 스텝연습을 하며 코치와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출입구에선 연방 큼직한 가방을 어께에 맨 사람들이 '안녕하셔요. 반갑습니다. 좋은 아침' 하면서 들어오고 있었다.
역시, 요즘사람들은 건강을 최고로 여기는 것 같았고 아침 손님들은 거의 중년이상의 사람들이었다.

물끄러미 넋을 잃고 바라보다 사무실에 내려왔다.
아까 틀어놓은 온풍기 바람이 제법 공기를 데워놓아 온기가 돌았고 7시 반인데도 소장님이 출근하여 막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 컴을 켰다.

내부 편지가 두통 와 있어 열어보았다.
그 중 하나는 한국지방자치단체국제화 재단이라는 생소한 기관의 '해외 정책·행정 동향보고'라는 문건이 있었다.
첨부된 파일을 열어보았다.

별로 영양가 없는 해외경제동향이겠지 하고 바를 땡겨 내려보니 '아니, 이런 것들이 어디서...'정말 생생하고 따끈따끈한 해외 행정 정보들이 수두룩하였다.
그리고 딱딱하거나 생소하지 않은 우리가 가끔씩 접하곤 하는 그런 아이디어 행정 사례들이었고 쾌쾌묵은 정보가 아닌 최근 10월 9일에서 11월5일 까지의 것들이었다.

잠깐 그 목록을 몇가지 소개하면
교통분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음주운전 적발 시 운전자 차량에 측정기 부착 의무화했다는 내용과 미국 뉴저지주의 눈 덮인 차 운행 금지, 관광분야는 일본 히로시마시 등 피폭도시 올림픽 공동유치 추진한다는 소식,  포항시, 중국에서 과메기 홍보행사 전개, 보건분야 일본 도쿄도의 신종 인플루엔자 신속검사 시스템 개발소식과 행정일반 분야의 프랑스 지방자치제 개혁, 2014년 지방선거부터 적용한다는 내용과 영국의 공무원 정년 전면폐지 추진이 눈에 띄었다.

환경분야에서는 일본 도쿄도 우량 산업폐기물처리업체 인정제도 실시, 일본 마쓰야마시의 친환경자동차로 택시운행, 미국 뉴저지주 일부 학교 에너지 태양열 시스템 전환 등이 있었다.

여기서 보다시피 외국의 행정이라고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음주운전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없는 곳이 없는 듯 하고 이의 방지를 위하여 다들 골머리가 아픈 것으로 여겨진다.
환경분야는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을 선도하는 등 일본이 범 국가적으로 가장 많이 신경쓰는 것 같다.

그럼 여기서 해외정책 우수사례 동향 중 한가지만 소개코자 한다.
필자가 공무원인 만큼 영국의 공무원 정년폐지 소식을 뽑아 보았다.

영국 정부는 2008년 고위공무원단(Senior Civil Service)이 아닌 일반공무원에 대해 그동안 65세로 운영되어 오던 정년을 폐지키로 발표한데 이어 지난 10월 1일 고위공무원단을 포함한 전공무원에 대해 2010년 4월부터 의무적 정년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발표했다고 한다.
                                              
그 배경으로 2006년 10월 'Employment (Equality) Age Regulations 2006' 을 통해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법정 기준 정년을 65세로 규정하고, 의무적 정년규정의 운영여부는 고용주의 권한으로 부여했다.

이에 따라, 영국 외교부(FCO), 노동연금부(DWP), 환경식품지역부(DEFRA) 등은 2006년부터 이미 정년제도를 폐지하였으며, 현재 중앙행정기관의 약 50%정도만 '의무적 정년제도'를 운영 중에 있는데 영국의 65세 정년규정에 대해 노인단체 등은 연령차별이라면서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연령차별을 금지하는 유럽연합(EU)의 지침에 위배 된다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유럽연합 법원(European Court of Justice)은 2009년 3월 정년규정의 법적 목적이 고용 및 사회정책과 관련되어 있을 경우 합법하다고 판결했다.

유럽연합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는 노령 공무원의 경험과 숙련된 기술을 폭넓게 활용하여 행정서비스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의무적 정년제도 전면 폐지를 추진키로 결정했다.

그 주요 내용을 보면 현재 의무적 정년제를 시행하고 있는 기관의 경우 소속공무원은 65세가 되면 퇴직하게 되며, 다만 정년 대상자는 계속 근무하기를 원할 경우 이를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있고, 이때 고용주는 성의 있게 검토하도록 하고 있으며

2010년 4월부터 공무원에 대한 의무적 정년제가 전면 폐지될 경우, 모든 공무원은 65세 이후에도 본인이 원할 경우 계속 근무가 가능해 지고 공무원이 퇴직의사를 통보하지 않는 한 계속 근무를 희망하는 것으로 간주 된다.

다만, 고도의 체력수준이 요구 되는 업무 등 상당한 이유가 있는 특수 직위의 경우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기관의 결정에 따라 정년제도가 운영될 수 있다고 한다.

연금의 경우 현재 2007년 이전부터 재직한 공무원은 60세부터, 그 이후에 공직을 시작한 경우는 65세부터 연금 전액을 받을 수 있으나 연금개시 연령 이후에도 재직할 경우 연금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정책에 대한 여론을 보면 영국의 공무원노조, 노인단체 등은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자기 의사에 반하여 퇴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있으며, 특히 노인단체는 공무원 뿐 아니라 모든 근로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Employment (Equality) Age Regulations'를 속히 개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영국 산업협회의 고용주 단체는 정년제도 폐지가 근로자들이 퇴직연령이 되어 명예롭게 퇴직하기 보다는 성과평가 등에 기초하여 불명예스럽게 조직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정년 페지에 따른 예상효과를 보면 오랜 경험과 전문능력이 있는 공무원들이 계속 국가에 봉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우수인력 충원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행정서비스의 수준을 제고하고 연금지급 연령을 늦춰 줌으로써 연금재정 안정에도 기여한다고 보고 있다.

위 영국의 공무원 정년폐지 관련 자료 출처는 Cabinet Office 와 BBC, FT 보도 자료라고 한다.
무수한 행정정보 자료들이 있지만 위 해외 지방행정 동향자료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다.
앞으로도 이 싸이트의 해외행정 정보들을 많이 접해야 할 것 같다.
왜?  나는 한국의 지방공무원이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임종만의 참세상에도 게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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