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샛별, 세계은반을 수놓아라!

평촌중학교 김혜린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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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kjk4131)등록 2009.11.09 14:34
피겨 샛별, 세계은반을 수놓아라!
평촌중학교 김혜린 선수.

안양의 떠오르는 피겨샛별!
국가대표 상비군 김혜린 선수 (평촌중3)의 '2009 회장배 전국 피겨 스케이팅 랭킹전'이 궁금했다.
8일(일) 오후, 김 선수의 어머니께 전화로 랭킹대회가 언제인지 물었다.

마침 "오늘이 출전 날이라, 태릉선수촌 실내 아이스링크에 나와 있다"며 "5시쯤이면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필자에게 취재원이었던 김 선수지만 압승을 기원하며,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왜 이렇게 초조한지 알 수 없다.

아름다움의 극치.

그날 밤 10시경 전화벨이 울린다. 김 선수의 어머니였다.
"컨디션은 좋았는데 핑계 같지만 그만, 옷에 머리가 걸려서... 넘어지는 실수를 했어요."라는 말 속에 아쉬움이 역력히 묻어난다.

초반의 실수에 적잖이 당황했음에도 최선을 다한 결과, 지난해 9위 기록보단 7위로 진일보했음을 위로할 수밖엔 없었다.

연습 중 나비처럼 빙상을 질주하는 김혜린 선수 ⓒ 우리안양


문득, 김 선수를 찾아 탁 트인 도로 가득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과천 실내빙상 장으로 향했던 10월의 기억이 뇌리를 스친다.

서늘하다 못해 한기까지 엄습해오는, 은빛빙상 장에는 유연하고 날렵한 피겨요정들의 군무가 한창이었다. 우아하게 빙판을 질주하다가 순식간에 사뿐히 착지하는 예술적 트리플(공중3회전) 동작은 저절로 탄성을 지르게 한다.

한들한들 코스모스처럼 가냘픈 혜린양의 다이나믹한 동작은 볼수록 우아하고 활기차며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피겨요정의 탄생

자영업을 하는 관양2동의 김재훈(41세)씨와 이교영(39세)씨 부부의 3남매 중 장녀인 혜린양은,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을 즐겼다고.

워낙 어려서부터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딸에게 어머니는 스포츠댄스를 시켜야겠다고 내심 별렀다. 우연히 동네에서 펄럭이는 '스케이트 강습' 현수막을 본 후, 혜린양의 손을 잡고 안양 실내빙상 장을 찾은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혜린양은 숨은 끼를 발산하듯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은반 위를 자유자재로 수놓으며, 전국꿈나무대회 3위 입상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6학년 때 함께 연습한 동료들이 승승장구하자, 혜린양은 좌절하며 한 시즌을 슬럼프에 빠졌다고.

특기생으로 평촌중학교에 입학했지만, 6~7세에 시작한 선수들에 비해 늦은 입성과 한 시즌을 쉬게 된 공백은 앞을 가로 막는 태산이 되었다. 하지만 태산을 향해 투혼을 불태운 결과는 놀라웠다.
금년 1월 종합선수권 대회를 시작으로 금 은 동 매달을 획득하며 국가대표 상비군에 입성하는 쾌거를 거머쥐었다.

제2의 김연아를 꿈꾼다!

혜린양은 "김연아 선수와는 5학년 때 과천 빙상 장에서 같이 연습했어요. 얼마 전 쇼할 때 인사를 나누었지만, 엄청 부러운 선망의 대상이죠."라고 말했다.

혜린양은 한 달 전까지 안양 실내빙상 장을 누볐지만 코치를 따라 과천으로 이동했다. 하루 4~6시간 훈련은 기본이다.
피겨의 유연성과 탄력성을 두루 겸비한 혜린양은, 지상 스트레칭까지 7시간 맹훈련을 매일 반복한다.

김혜린 선수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귀엽다,. ⓒ 우리안양


자기와의 싸움을 거뜬히 소화하는 선수지만, 피겨의 아름답고 우아한 자태 이면에는 부상 또한 비일비재한 일상이다.

넘어지며 허리를 다치거나 멍들고, 스케이트 날에 허벅지가 긁혀 몸 성할 날이 없다. 늘 재활치료와 문리치료가 병행되는 부상의 상흔들은 피겨와 함께 가는 혜린양의 오랜 동반자다.

세계 피겨스케이팅을 주름잡는 김연아 선수를 보면 '죽음의 무도'가 생각나듯, 어느 곡을 잘 소화하는지 물었다.

"귀엽고 깜찍한 것이 아니라면......" 말끝을 흐리는 모습조차 볼수록 귀엽고 깜찍했다.

가능성이 무한한 선수!

한성미 코치는 "지도한지 1달 정도 됐는데, 혜린이는 힘은 좋지만 척추가 좋지 않아요. 치료하면서 컨디션이 좋을 때 트리플 뛰기에 열심인 노력파로 가능성 많은 선수죠."한다.

혜린양은 지난 6월~7월까지 7주간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받았다.

도약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은 말할 나위 없지만 전지훈련비와 프로그램 짜고, 부상치료와 스케이트, 유니폼, 대관료, 개인코치선택 등등 상상을 초월한 경제적 뒷받침은 고스란히 부모의 몫이다.

국가대표 상비군에게 지원되는 식비와 유니폼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혜린양은 떡이나 빵을 좋아 하며 쉬는 주말에는 쇼핑을 즐긴다.  예쁜 옷과 신발, 액세서리는 구경만 해도 스트레스가 확 풀릴 만큼 그저 즐겁다.  적잖은 부담을 갖았던 이번 대회는 해외대회 출전자격과 상비군에서 국가대표로 진일보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안타까움 또한 크다.

하지만 초반의 실수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혜린양에게 내일을 기약하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혜린양은 군포 수리고등학교에 입학이 허가된 상태다.
경제적 후원이 넉넉히 뒷받침되어 혜린양이 세계 은반을 수놓는, 이 나라의 동량으로 급부상하길 기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 기사 내용 일부는 우리 안양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기사 내용 일부는 우리 안양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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