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형 개헌을 통한 지방자치 개혁

지방행정과 지방정치의 통합적인 자기결정이 필요한 시점...

검토 완료

생활정치연구소(lifepolitics)등록 2009.11.05 14:06
현행 헌법상의 지방자치 관련 조항(두개 조항만 존재)
제8장 지방자치

제117조 ①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안에서 자
             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②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

제118조 ①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
          ②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참여정부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의욕적 추진...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가 본격 시행된지 15년 되었지만, 지방자치는 아직 헌법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중앙정부와 중앙정치에 예속되어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지방자치단체'라는 명칭이다. '지방정부'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쓰지 못하고 '자치단체', '자치단체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정부의 일부 사업을 위탁받아 집행하는 산하단체쯤으로 인식되는 명칭이다.(일부 지방의원들은 지방정부를 견제한다는 취지에서 '집행부'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스스로 지방자치의 격을 낮추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참여정부 들어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 의욕적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기본 시각은 행정중심, 중앙정부 중심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방분권 또는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이, 중앙정부의 위임사무 확대로 인식되고 있다. 법률개정을 통한 정부의 행정권한 이양은 국회와 행정부의 결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역간 불균형을 완화하는 것 역시 중앙정부의 시각에서 조정하는 문제이다.
어디에도 지방정부의 자체적 결정과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다. 지방정부에 대한 '감독권'이 여전히 행정안전부에 있다. 중앙정부와 중앙정치의 시혜적 권한 위임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는 지방행정과 지방정치의 통합적인 자기결정과정이다.

지방자치=지방행정? 지방자치를 협소하게 지방행정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현재 지방행정은 중앙정부의 위임사무와 지방사무를 집행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행정의 눈으로만 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수직적 상하관계로 보이게 되어있다. 최근 국토해양부가 보금자리주택사업지구로 부천 옥길동 일원을 지정하였다. 인구에 비해 땅이 좁은 부천시에 얼마되지 않는 금쪽같은 땅을, 부천시의 백년대계는 안중에도 없이 일방적으로 지정한 것이다. 부천에는 결정권이 없다. 그것이 행정의 현실이다. 행정집행의 상명하복 조직문화가 깔려있다. 지방자치=지방행정으로보는 시각은 공무원 중심의 접근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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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치 현실은 어떤가? 지방행정보다 더 철저하게 중앙정치에 예속되어 있다. 지구당은 국회의원 중심으로 편제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지구당에서도 지역문제는 뒷전이고 중앙정치의 이슈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편가르기에 앞장 설 수밖에 없다. 지구당은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이라기 보다 다음 국회의원 총선을 준비하는 조직이다. 지방정부의 수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의 공천권도 국회의원 중심의 정당구조에 예속되어 있다. 지방정치는 없다.

지방자치 역시 '정치'와 '행정'의 통합이라고 한다면,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자기결정권이다. 지방의회의 법령제정권과 조세결정권을 포함하여 지방사무에 대한 지역주민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 중앙정치와 중앙정부의 지배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국회를 통한 법률 개정에만 의지해서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정책도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가 본래의 의미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형 개헌을 통해 '지방자치의 헌법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행 헌법은 130개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지방자치는 단 2개의 조항만 규정되어 있다. 117조 지방자치단체(지방정부가 아닌 '자치단체')에 관한 조항, 118조 지방의회에 관한 조항이 전부다. 그나마도 실질적인 내용은 '법률로 정한다'고 되어 있다. 얼핏 보면 헌법사항인 것 같지만, 사실 따져보면 '지방자치는 헌법사항이 아니라 법률사항'이라고 헌법에서 못박아 놓은 셈이다.

반면 국회에 관한 조항은 26개조, 중앙정부에 관한 조항은 35개조이다. 그래서 국회에서 국회의원과 장관(국무위원)들이 서로 '헌법기관'임을 주장하며 싸운다. 그러나 광역시장, 도지사, 시장, 군수 등은 지방정부도 아닌 자치단체, 즉 '법률기관'일 뿐이다. 광역시장이나 도지사는 국회의원보다 훨씬 큰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적 지위는 낮게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서울시와 경기도 국정감사를 하면서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를 불러놓고 '헌법기관'임을 내세워 호통도 치고 한다.

행정구역개편도 당사자인 지방정부와는 상관없이 중앙정부와 국회의원들이 결정하게 되어 있다.
헌법-법률-시행령-시행규칙의 상하위 법률체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방의회에서 제정하는 법률은 '조례'라고 불리운다. 그리고 법률과 '조례'가 상하관계처럼 인식된다. 특정 지방의회가 자기 지역을 위해 제정한 조례가 아무 관계없는 다른 지역 출신 국회의원의 의원입법이나 법원결정으로 무력화될 수도 있다. '조례'가 아니라 부천시에만 적용되는 '부천시법'과 시행령이어야 한다. 만일 그것이 전국에 통용되는 중앙정부의 법과 충돌한다면 행정심판이나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통해 조정하면 된다.

지방재정 운용을 위한 조세결정권도 중앙정부와 국회의원이 결정한다. 조세에 대한 결정권이 중앙정부에 독점되어 있는 한, 지방재정의 자립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걷기 쉽고 세수가 큰 세금을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걷어들인 세금을 교부금으로 주면서 지방정부를 통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지방재정이 자립되면 중앙정부 말을 잘 안들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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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형 개헌을 통해 지방자치의 헌법적 지위확보가 필요하다

다가오는 개헌 논의가 중앙정치와 권력구조 중심으로만 흐르지 않고, 새로운 시대의 국민들 삶의 기본 가치와 질서를 대변하는 것이 되려면, 국민의 삶과 밀착되어 있는 지방자치제도의 헌법적 위상을 보장하는 지방분권형 헌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중앙정부의 국가사무와 지방정부의 지방사무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여 규정해 주어야 한다. 중앙정부와 국회는 외교와 국방 등 국가사무와, 미디어법 같은 사회 전체를 규율하는 원리 등에 집중해야 한다. 언제까지 중앙정부가 개인들 집지어주는 일에 몰두할 것인가? 지방의 자체적인 발전계획을 무시하고 직접 개입할 것인가? 명확한 구분을 통해 헌법에 규정된 지방사무에 대해서는 중앙정부나 국회가 개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국세와 지방세의 범위를 조정해서 명시해야 한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권한과 구성원리를 명시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회와 지방의회의 관계를 헌법으로 명시해 놓아야 한다. 그리하여, 지역주민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면서 상호협력과 상생의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

동시에 책임성도 강화해야 한다. 지방재정의 자립을 도모하는 만큼, 선심성 지방재정 지원도 줄여야 한다. 그래야 무분별한 국제행사 유치 등 낭비성 사업을 방지할 수 있다. 국세로 조성된 국가재정을 지방에 투입하는 것도 제한해야 한다. 잘못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결정으로 지방정부가 파산할 수도 있다는 정도로, 권한 확대에 따른 책임성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런 원리에 입각하여 현행 인구비례대표제인 단원제 국회를 지역대표제를 포함하는 양원제로 개편하는 문제, 그리고 행정구역개편문제 등이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가능하면 경찰제도와 사법권 문제, 정당법과 지방선거법의 개정권한 등을 명시하여 중앙정치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나 지방사무와 지방정치의 자율적 결정권한의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

                                                                       김진국(생활정치연구소 이사)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생활정치메타블로그(www.lifepolitic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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