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돈을 줄여라?'혹은 '잔돈을 먹어라?'

검토 완료

공찬현(hyenachan)등록 2009.10.27 20:31
'계산대에서 동전 내지 말고 포인트로 결제하세요. '

롯데마트가 11일부터 고객이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1000원 미만인 잔돈을 포인트로 대신 결제할 수 있는 '동전 자동결제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실시한다. 롯데멤버스(포인트카드) 회원이면 롯데마트의 전국 58개 매장에서 자신이 적립한 롯데포인트를 잔돈처럼 쓸 수 있게 된다.

이 서비스는 각 매장 계산대에서 현금결제 고객의 롯데멤버스 카드를 조회해 적립 포인트가 충분하면 결제액의 1000원 미만 단위 금액을 포인트로 결제 처리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8120원어치를 구매하고 1만원짜리 지폐를 내면 120원을 포인트로 결제하고 거스름돈으로 2000원을 받는 식이다. 고객이 포인트 결제를 원치 않으면 종전처럼 1880원을 거스름돈으로 받을 수도 있다.

- 한국경제 송태형, 롯데마트 "동전이여, 안녕"…1000원 미만 잔돈 포인트로 결제 중에서(2008.08.11)

작년 8월 11일부터 롯데마트에서는 '동전 자동결제 서비스'를 시행했습니다. 결제 후 1000원 미만의 잔돈이 생길 경우 롯데 포인트 카드에 바로 적립할 수 있고 반대로 적립 포인트를 이용해 잔돈을 결제할 수도 있는 정말 기발한 방법입니다. 안 그래도 현금 결제할 때마다 생기는 잔돈들...여기저기 굴러다니다가 솔직히 잃어버리기도 하고 그러는데 롯데마트가 다음에 쓸 수 있도록 안전하게 잘 보관해준다고 하는거죠.

롯데마트의 '동전 자동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면 여러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동전을 휴대 하지 않아도 되는 간편함이 있죠. 요즘같이 물가가 높을 때는 동전가지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이 없어 동전이 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군다나 남자들의 경우는 동전지갑을 가지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주머니에서 넣게 되는데 걸어다닐 때마다 짤랑거리면 꽤나 신경이 쓰입니다.

두번째로는 계산대에서 동전을 거슬러 줄 때 걸리는 대기 시간 단축된다는 점인데요, 롯데마트측에서는 하루 6만1000여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평균 대기시간이 5초 가량 단축된다고 하니, 서비스의 질 또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세번째로는 동전발행 및 유통비용의 감소를 들 수 있습니다. 화폐가치가 크지는 않지만 유통을 위해 발행하는 동전의 발행비용은 연간 4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이 절약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고객의 편의도 생각해 주고 사회적으로 비용 절감까지 추구한다니 '동전 자동결제 서비스'는 정말 일석이조가 아닐까요?
롯데마트, 정말 기특한 생각을 했구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 1년...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말 롯데마트가 나와 국가만을 위해서 이런 멋진 일을 했을까???"
찬찬히 생각해보니 뭔가 석연치가 않더군요.
아무생각 없이 사용하다가 롯데멤버스의 홈페이지를 뒤져봤습니다.
동전은 롯데멤버스 카드의 롯데포인트로 적립을 해줍니다.
여기에 함정이 숨어있습니다.

1. 포인트는 5000원 이상이 되어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마트에서 결제는 1000원 미만의 동전에 대해서만 가능합니다. 1000원 미만의 금액일 때 포인트로 적립해줬으면 쓸 때도 포인트가 1000원 미만일 때 사용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요? 못 돌려받은 거스름돈을 사용하려면 무조건 5000원 이상은 적립해야 합니다. 적립한 돈은 내가 잠시 맡겨 둔 돈이라고 생각했건만 맡길 때는 자유지만 쓸 때는 5000원 이상 적립해서 사용해야 하는거죠. 누적 포인트가 하나도 없다면 990원씩 적립해도 최소 6번은 쇼핑을 해야 적립금을 사용할 수 있는 셈입니다. 그것도 5000원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1000원 미만의 금액만 쓸 수 있습니다. 다시 5000포인트를 만들려면 또 소비를 해야 하는 것이죠.

2. 어찌되었던 포인트 적립금이 쌓여서 현금처럼 쓰려 해도 롯데마트나 혹은 롯데포인트를 사용 할 수 있는 가맹점에 가야 한다.

포인트를 쓰려고 해도 롯데 포인트 가맹점에 가야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방문과 재구매를 불가피하게 해야 합니다. 얼마 안되는 포인트가 아까워 소비를 하게 됩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은 이 상황에 딱 들어맞습니다. 소비자들을 위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소비자들이 롯데의 품안에서 떠나지 못 하게 하려는 고도의 상술인거죠.

3. 아니, 그렇다면 그렇게 모은 돈은 어디로 가는거지?

포인트 사용이라도 하면 모르지만 5000원 이상 누적되지 않으면 이 모든 잔돈들은 롯데에서
관리를 하겠죠. 롯데마트 측은 하루 평균 61000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데요, 한 사람한테 100원씩만 챙겨도 하루에 610만원입니다. 다행이도 '동전 자동결제 서비스'로 누적된 포인트는 소멸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소멸되는 것은 둘째치고 매일 꼬박 꼬박 들어오는 돈을 가지고 은행에만 맡겨놔도 롯데마트는 이자수입 짭짤하겠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돈을 맡기면 이자가 붙는 것이 상식이죠. 그런데 일정한 액수만큼 모으지 못하면 고객 대기 시간 줄여 더 많은 손님을 받고, 직원도 더 편해질 테고, 비용을 줄여 사회에 공헌까지 하는 이 서비스가 사실은 고객들의 잔돈을 먹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체크카드를 쓰는 것이 여러모로 이익이 아닐까요?
'신용카드 소비'가 그랬듯이 '동전 자동결제 서비스' 또한 편리한 소비가 결국 소비자에게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만든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초고라 조금 난잡합니다. 정식기사로 올릴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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