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만이의 꿈'을 보는 이의 씁쓸함과 즐거움

'선덕여왕' 다음회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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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미(songbbori)등록 2009.10.06 13:26
  오랜 친구를 만나느라 본방사수하지 못한 선덕여왕을 지금 막 보았다. 초반엔 눈물을 쏙 빼더니 갈수록 소름이 쫙쫙 돋게 만드는구나! 아무튼 이 글은 선덕여왕을 보지 못한 분들께는 친절하지 못할 듯 하여 기자의 입장에서 송구할 따름이나 그래도 많은 분들이 선덕여왕을 보고 함께 고민하고 계시리라 생각하고 글을 써내려가볼까 한다.

39회분에선 그동안 '그래도 내가 한수 위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을 법한 미실에게 드디어 덕만이 묵직한 한방을 먹인다.
"이렇게 훌륭한 지도자가 있는데 왜 진흥대제 이후로 신라는 발전이 없었습니까."
로 시작된 덕만의 궁금증은 밤샘 공부의 결과 풀리고야 만다.
"세주님은 나라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세주께서 나라의 주인이었다면 백성을 자기 아기처럼 여겼을 테고, 그럼, 늘 얘기하려 하고, 늘 이해시키려 하고, 늘 더 잘되길 바랬겠지요. 허나, 주인이 아니시니 남의 아기를 돌보는 것 같지 않았겠습니까? 늘 야단치고, 늘 통제하고, 늘 재우고만 싶었겠지요. 주인이 아닌 사람이 어찌 나라를 위한 꿈을, 백성을 위한 꿈을 꾸겠습니까? 헌데, 어쩌죠. 꿈이 없는 자는 절대 영웅이 되지 않습니다. 꿈이 없는 자의 시대는 한발짝도 전진하지 못합니다."

야단맞고, 통제받고, 묵묵히 일이나 하라는 얘기를 어디선가 많이 듣고 있는 사람으로써 이렇게 씁쓸할 수가 없다. 국민 각자가 개개인의 희망에 따라 자율적으로 움직이는게 아니라, 사회의 '무언의 통제'와 정부의 '대놓고 통제'에 따라 타율적으로 살아가는, 생존도 어려운 지금의 현실과 너무나 닮아있지 않은가? 국가는 국민을 통제하고 유지하느라 온갖 에너지를 쓸 일이 아니라 국민이 자율적으로 창의적 활동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덕만 공주처럼 밤샘 공부를 해야 한국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텐데 말이다.

예고편의 대사가 다음회를 기대하게 한다.
  "여인이 왕이 되는게 먼저일까요, 진골 출신이 왕이 되는게 먼저일까요."

지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미국에서 흑인대통령이 나올까 여성 대통령이 나올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의 큰 변화는 인간의 생이 너무나 짧은 나머지 직접적으로 느끼진 못하겠지만, 변화의 바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통제에 갇혀있는 우리들에겐 충분히 시원한 자극이 되지 않을까. 2002년의 그 바람처럼. 그 바람이 그치고 무풍의 스모그가 가득한 대기인지라 빨래를 말리는 것조차 여의치 않지만, 소통의 꿈을 꿨던, 불가능한 꿈을 꿨던 사람들을 생각하고, 한 역사학자의 희망에 대한 명언을 떠올리며 짤막한 선덕여왕 리뷰 '덕만이의 꿈을 보는 이의 씁쓸함과 즐거움'을 마칠까 한다.

  "역사는 희망을 보증해 주지 못한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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