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Koo는 멜번 젊은이들을 춤추게 한다

구준엽, 멜번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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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 김(melb stella)등록 2009.09.29 10:47
스타일리쉬 한 사람일 것이라는 짐작은 하고 있었다.
꾸미지 않은 듯 꾸민, 매력적인 남성일 것이라는 예상도 했다.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남대학교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 타고난 춤꾼, 한류열풍의 원조로 이름을 드날렸던 댄스 가수, 지치지 않고 뒤쳐지지도 않고 음악, 춤과 관련된 일을 지금도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 구준엽.
'멋'이 넘칠 것이라는 것...기대를 하고는 있었지만, 실지로 만나 본 그는 그 이상이었다.
호탕하게 잘 웃고, 솔직했으며, 깔끔하게 멋을 부리는 외모와는 좀 다르게 소탈한 면도 분명 함께 하고 있었으니 요즘 유행어 '완소남' '훈남' 대열¬에 합류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지난 9월 26일 토요일 저녁.
멜번 시민들에게 가장 커다란 행사의 하나인 풋볼 리그 결승전이 막 끝나고, 응원하는 팀을 상징하는 티셔츠, 스카프 등으로 치장한 관중들이 시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Geelong 팀이 승리를 했고, 짙은 파랑색과 흰색 스트라입의 스카프를 두른  사람들의 얼굴에는 환희에 찬 미소가 가득했다.
중심부 페더레이션 스퀘어에서도 '푸티 축제(Footy Festival)'이 열려 음악 소리가 가득했다.
그리고... 바로 그 근처, Swanston 스트릿, 멜번 시청 건너편에 위치한 The HiFi 클럽에 한국, 중국 젊은이들을 비롯, 호주 청년들이 삼삼 오오 몰려들고 있었다.
나름대로 멋을 부리거나 트랙 수트 타입이라 해도 눈을 확 끄는 색으로 치장한 젊은이들이었다.
이상기온...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그래서  평년에 비해 전혀 올라가지 않고 있는 기온...오히려 춥다고 느껴지는 밤 공기였지만 짧은 스커트와 하얀 셔츠로 멋을 한껏 부린 '아가씨'들의 얼굴에는, 그 추위쯤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렇다.
DJ Koo... 구준엽이 바로 이 멜번에 온 것이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먼저 시작된 중국인 댄스 경연대회가 끝날 무렵 쯤에는 The Hi Fi 클럽이 발 디딜 곳이 없다는 표현이 절로 나올만큼  가득 메워지고 있었다.
밤 10시 40분... 클럽 2층 VIP 홀에 DJ Koo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멋들어진 모자에 가죽 자켓을 입은 구준엽 씨는 음료수로 목을 축이고  홀 분위기를 한번 둘러 본 후 바로 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오프닝을 맡은 호주 DJ의 마지막 음악을 계속 들려 주면서  DJ Koo는 마치 한 막의 춤을 보여 주는 듯 부드럽게 이어지는 동작으로 자신의 음악들을 준비했다. 가죽자켓 역시 춤추듯 멋지게 벗어 무대 한 편에 살짝 놓고 운동으로 다져진 멋진 몸매에 조명을 받는 흰색 셔츠만으로 '준비'가 끝난  DJ Koo, 그가 한 손을 번쩍 들었다.
"자, 여기 이제 DJ Koo가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
영어로 된 인트로가 울려 퍼지고, 뒷편 배경 화면에 DJ Koo의 올린 손 그림자가 크게 드러나자 플로어에서는 잠시 춤이 멈춰지면서  커다란 박수 그리고 휴대폰 카메라의 플레시가 터지며 환영의 함성이 올랐다.
두 시간 여...DJ Koo는 2천 여 명의 젊은, 또 더러는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사람들을... 그래. 춤추게 만들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던가...DJ Koo는 그곳의 모든 사람들을 춤추게 했다.
멜번대학교를 졸업했거나 아직 재학중인 박민서, 정태명, 김동현 그리고 김정진 씨 들이 운영하고 있는 Cloudnine Entertainment에서 기획한 이 행사는 이날 플로어를 가득 메우고 춤과 더불어 DJ Koo의 음악에 흠뻑 빠진 2천 여 명에게 '기쁨'을 주면서 끝났다.
자신의 순서를 마치고 다시 2층으로 올라온 DJ Koo에게, 자리에 잠시 앉아 쉬고 있던 호주인 젊은이들이 소리를 질렀다. "Hey, DJ Koo.. We love you mate!" 구준엽 씨는 싱긋 웃으며 손을 들어 답례했다. "Thank you. Thank you very much!"  거의 한국인, 동양인들로 채워진 홀에서  전혀 어색함 없이 함께 어울리고 있는 그들에게 물었다. 정말 좋았냐고...
Chris, Rajeeva, Nathsha 라고 자신들을 밝힌 이들은 "이만큼¬일 줄은 몰랐다. DJ Koo는 정말 멋지다..."고 흥분된 목소리로 찬사를 늘어놓았다. 한국인 친구와 함께 왔다면서 Youtube를 통해 DJ Koo의 퍼포먼스를 보긴 했지만 정말 멋진 음악을 완벽하게 디제잉 하는 사람이라면서  한국인 친구, 한국 음식에 이어 이제는 한국의 DJ 까지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성공적인 행사, 그리고 인터뷰
아주 작은 사고도 없이 멋진 분위기에서 축제는 막을 내렸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DJ Koo는 아주 기꺼이 인터뷰를 위해 호주 정부 산하 다민족을 위한 방송, SBS(Special Broadcasting Service)를 방문했다. 워낙 배테랑인줄을 이미 알고 있으니 생방송 인터뷰로 진행하면서도 전혀 우려하는 바가 없었고 그는 역시 그 예감을 지켜줬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호주에 공연을 온다 해도 시드니에 한정되었고, 거의 처음 멜번에...그것도 멜번에만 방문을 한 것인데 그 계기를 물어봤다.
"전혀 알지 못하는 Cloudnine이라는 곳에서 젊은 친구들이 문의를 해 왔어요. 멜번에도 한인 젊은이들이 많고 중국인들도 클론, 또는 DJ Koo를 아는데 이곳에 한 번 와서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면 안되겠냐고 하더라구요. 멜번에 사는 한인들을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에 금방 OK를 했고요..그리고 약속대로 날아 온거죠..."
잘 나가는 DJ....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다고 여전히 궁금해 하는 필자에게 구준엽 씨는 하하하...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덧붙였다. "많이 아주 많이 깎아 주면서 온 거라구요...멜번에 한인들을 뵙고 싶다는 마음으로, 여기 한 번 와 보고 싶다는 마음만으로...저..아주 싸게 왔다니까요..."
나이 마흔...전혀 그렇게 보여지지 않는 외모와 그만의 스타일 거기에 보태 그는 정말 '프로'다. 돈을 받고 하는 사람이라서 프로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최선을 다 해 다른 어떤 여건 따위 따지지 않고 '제대로' 해서 진정한 프로라는 느낌이 든다.
중국을 시작으로 '한류열풍'을 처음으로 일으켰던 클론으로의 활동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저는 아직도 클론이예요. 클론에서  DJ Koo로 전업을 한 건 아니라는 거죠. 클론 활동도 재개 할 거예요. 좋은 음악으로 아직 우리를 기억해 주시는 팬들, 그리고 또 DJ Koo로 만난 젊은 팬들에게도 클론만의 음악으로 계속 곁에 있고 싶다는 거죠."
클론으로는 그를 좋아하면서도 막상 10대, 20대 젊은 자녀들이 클럽에 가는 것에 대해 '걱정'만 하는 부모들이 많다. 줄곧 클럽 문화를 지켜 본 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우리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여러가지 있을 수 있잖아요. 어떤 사람은 소주방에 가서 술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할 거고, 어떤 사람은 야구나 골프 연습장에서¬ 공을 수도 없이 때릴 수도 있고요...또 노래방에 가서 몇 시간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며 푸는 사람도 있겠죠? 클럽에서 춤을 춘다는 것도 그런 거예요. 스트레스를 풀고, 즐거움을 되찾고, 그 즐거운 기억으로 또 한 주, 한 달을 지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춤'을 선택한 것이라는 얘기죠. 아.. 물론 클럽에서 술도 마시고 또 아주 지극히 적은 수의 사람들이 약에 빠질 수도 있는데..그게 클럽에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클럽이라서 그런 일이 많이 생긴다는 것도 아니라는 거예요. 어제 이곳 멜번 클럽에서도 보셨지만...거기서 약을 팔던가요? 약 하는 사람들이 가득 있던가요? 아니잖아요. 그렇게 이해를 하면 될 거예요. 정말 춤이 좋아서, 그 춤을 위한 음악에 빠져들어서  클럽에 오는 거죠."
그러면서 DJ Koo는 외국으로 디제잉을 하러 갔을 때 가장 깊은 인상으로 남은 것이 장애우들이 클럽에 오는 모습이었다고 덧붙였다. 전문 댄서가 될 것도 아니라면 꼭 춤을 잘 춰야 클럽에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그저 음악에 맞춰 고개만 흔들어도 그게 그 사람에게는 춤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클럽에 온 장애우들은 정말 환한 표정으로 즐거워 하며 충분히 즐기더라는 얘기를 전하며, 구준엽 씨는, 자신이 받은 감동이었고, 그래서 더욱 멋진 DJ로의 꿈을 또 한번 다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멜번 셔플이라는 춤이 있어요. 그 원조가 멜번이거든요. 어제 보니까 어떤 호주 아가씨가 그 춤을 추고 있었어요. 정말 귀여운 느낌도 들고, 멜번 셔플을 멜번에서  본다는 즐거움도 있었죠..."
"날나리가 되려면 확실하게 날나리가 되어라. 춤이 그렇게 좋으면 차라리 공부 그만 두고 춤 대회에서 1등을 해 보든지.." 그렇게 말했던 사람이 고 3 때 담임 선생님이었다.
"그래서 (강) 원래랑 춤 대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정말 1등을 휩쓸었어요...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니까 역시 잘 되더라구요..." 커다랗게 웃으며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그의 말 속에는 역으로 '후배'들에게 주는 조언이 담겨 있었다.
자신 역시 고등학생 신분으로 클럽을 드나드는 비행(?)을 저질렀지만 들어가선 안되는 나이에 그곳을 드나들면서도 철칙이 있었으니 '절대 나쁜 짓은 안한다.'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싸움도 하지 않고 '오로지' 춤만 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댄스 가수로 성공했고, 그렇게 춤과 음악을 확실히 아는 사람이어서 이제는 세계로 그 명성을 쌓아가는 DJ가 된 것이다.
"마돈나처럼... 나이가 들어도 젊은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마음만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실지로... 좋은 로션 바르며 피부도 신경 쓰고, 옷도 유행 따라 잘 입어보고, 젊음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음악으로, 또 음악을 잘 만들어 사람들이 즐겁게 춤추게 하는 DJ로... 계속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그렇다.
나이가 들면 설 무대가 없다는 '옛날 가수'들의 불평은 그야말로 자신이 노력은 하지 않고 '연장 탓'만 하는 목수같은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실지로 지난  달 시드니에서 열린 DJ Defqoon 대회를 기획하고 심사 한 독일의 DJ들은 모두 50을 바라보는 '노장'들이지만 지금 젊은이들이 열광해 마지 않는 음악을 믹싱하고 만들어 내는 '파워 맨'들이다.
구준엽... 클론으로 한류 열풍을 주도했던 그의 이력에, 또 하나의 역사가 쓰여질 것을 기대한다.
"DJ Koo.. 한국인 최초로 세계가 열광하는 DJ로 거듭나다..." 라고 말이다.
아니, 쓰여질 기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쓰여지고 있는 것이다. "제가 무엇을 했다는 것 보다 함께 논 거죠. 신나게, 즐겁게... 그게 DJ가 할 일이고요. 그래서 이번에 함께 하신 모든 분들에게 잊지 못할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예요..." 떠나기 전 그가 남긴 인사에 공감의 고개짓을 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걸 믿는다.
그러므로, 이번 멜번 공연은 '인정받는 DJ'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된 것이다.
호주 젊은이들이 호주의 특유 화법 중 하나인 Mate를 써서 소리쳤던  커다란 목소리가 자꾸 머리에 남는다.
Hey, DJ Koo, We love you Mate!
<취재, 정리: 김은경 멜번저널 편집장 / 사진 : 나경운 멜번저널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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