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을 포기하는 아이들, "우리에겐 사치에요"

적성을 버리게 만드는 사회교육구조, 문제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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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bean7342)등록 2009.09.23 20:39
기자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의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왔다. 그래서 그것이 청소년언론의 기자가 되는 가장 큰 계기가 됐다. 그 이후로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 집중 연구분석을 진행했다.

교육 문제점을 연구하면서,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중에게 그 방안을 제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기자가 확신한것이 '적성'이라는 키워드다. 우리나라 현 교육에서는 '적성'이 무참히 짓밟힌다는 것을 실감했고, '적성'이 가장 중시되는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앞으로 오마이뉴스에도 '적성 관련' 기획 취재를 '적성 찾아주기 운동' 의 일환으로 꾸준하게 게재할 것이다. 그리고 특히, 아주 평범한 청소년들을 만나 집중인터뷰를 진행해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한국의 교육과 적성'에 대해 더 많이 들어볼 것이다.

기자의 주위에는 청소년들이 아주 많다. 그중 대부분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전혀 모르거나, 설령 그것을 안다고 할지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가지 이유로 포기하는 경우가 절대 다수다. 그리고 그 사실은 주위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80%이상 대부분의 경우라고 감히 정의할 수 있다. 그런 와중에 평소에 알고 지내던 청소년 한명을 인터뷰했는데,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였다.

이레(18)양은 광주 숭일고에 다니는 평범한 여고생이다.  평소에도 진로나 직업에 대한 고심을 많이 한다는 이레양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Q: 본인이 지금 직업으로 삼을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 있을까요?  
A: 아니요, 딱히.

Q: 그럼 왜 그런거 같아요?
A: 음. 그냥 좋아하는 것이라든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공부공부'하니깐. 그래서 그러겠지요.

Q: '공부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을 원망해본 적은 있어요?
A: 원망해본 적이야 많죠.  외국으로 뜨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외국은 우리나라처럼 교육시키진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이레양은 피아노를 좋아하고, 잘친다. 그러나 고등학교 올라와서 피아노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Q: 그럼 그냥 막연하더라도 본인이 좋아하는 것은 있어요? 아무거나 다 좋으니까요.
A: 피아노?   전 그것 밖에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유일하게 재밌다고 느끼고, 또 재능도 있다고 여겼거든요. 아무래도 좋아하니깐 더 하려는 열정이 있었고, 잘할 수 밖에 없었어요.

Q: 그럼 피아노를 전공으로 삼거나 직업으로 생각해보진 않았어요?
A: 생각했죠. 중학교 때까진 음악 선생님을 하고 싶었어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내가 피아노를 좋아하기도 하고, 음악도 좋아하니까, '음악 선생님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음악선생님 하려고 사범대 진학을 생각했었습니다.

Q: 그 꿈은 유효하겠죠?
A: 고등학교 때 그꿈이 많이 바뀌었어요. 아무래도 공부만 하면서 살다보니까, 피아노를 신경쓸  겨를이 없었어요. 동시에 중학교 시절 내 꿈 또한 자연스레 사라져갔죠. 음, 피아노를 전공 하려고 했다면, 그때부터 쭉 했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입문계 진학'이라는 절차 때문에 꿈은 2순위로 밀려나, 지속적으로 준비를 못했어요. 고등학교와서 공부에 매달리다보니, 어느 순간 제 손에는 피아노 건반 보다 언수외(언어영역, 수리영역, 외국어영역) 문제집과 펜이 들려 있었어요.

사회의 짜여진 틀을 깬다고 해서 나한테 좋을 것이 있을까?

Q: 그러면 지금은 이제 전혀 '피아노'를  생각 하지 않나요?
A: 네!!  어쩔수 없잖아요.

Q: 안타깝네요. 그래도 본인이 유일하게 관심있고 좋아하는 건데. 아, 그리고 제가 이레 양 미니홈피 메인에서 ' NEVER GIVE UP! ' 이라는 문구를 보았는데, 왜 포기하세요?
A: 그 문구는 현재 학업과 관련된 것이고요. 뭐, 저도 정말 피아노를 좋아하고 잘해요. 하지만 지금 저에게 '공부'가 더 중요한게 사실이고, 가장 현실적인 것 같아요. 어떻게보면 저는 지금 적성을 찾아주지 않는 현 교육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해요. 하지만 그것을 저항하기 보다는 그것에 순응해서 살아가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지금 이 순간,  '적성' 따위는 전혀 고려 대상이 될, 잠시의 여유 조차 없는게 현실이거든요.

Q: 그러니까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건  '언수외 성적'을 올리는 것이군요?
A: 사회구조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요. 누구나 대학에 가기위해서는 어쩔수 없죠.

Q: 본인이 이렇게 평범하게 언수외 공부에 매진하다가 대학에 갔다고 쳐요. 혹시 그 이후의 삶은 어떨지 생각해 본 적은 있나요? 대학진학 이후의 삶, 말이에요.  
                              
A: 음, 그냥 그때가 되더라도 취직하기 위해서 공부하고, 그냥 그렇게 살아갈 것 같은데요.

기자는 씁슬한 기분을 감추기 어려웠지만, 이내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인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너무도 안타까운 맘에 다시 물었다.

Q: 한번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사회의 짜여진 틀을 '과감하게 깨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A: 사회의 짜여진 틀을 깬다고 해서, 나에게 좋을 일이 있을까요?

Q: 자신이 조금 힘들지라도 그것을 이겨내고 성공했을때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박태환, 김연아, 박지성 모두 언수외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으로 크게 성공하지는 않았을 건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아주 드문 경우지만,  전세계적으로 유명하거나 크게 된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모두 학교나 사회가 짠 틀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과감하게 도전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건 사실이잖아요?
A: 그래요.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희망조차 짓밟는데, 어떻게 제가 그런 삶을 현실적인 희망사례로 여길 수 있을까요? 그저 나와는 먼 산 이야기일 뿐인거죠. 저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사실 이레양과 같은 청소년들이 대한민국 대부분의 청소년일 가능성이 크다. 기자가 그동안 느꼈던 것보다 훨씬 안타까웠던 건, '꿈'이 없는 아이들이 아니었다. 아이들조차도 '꿈'을 포기하게 만드는 한심한 '교육사회구조' 가 너무나 단단하다는 것이다.

얼마전  읽은 한 기사가 생각난다. 초등학생들이 예전에는 보통 장래희망으로 '대통령'을 많이 생각했다고 하지만, 요즘에는 대부분이 '평범한 회사원'을 꼽는다고 한다. 이건 단순히 직업이 대통령에서 회사원으로 바꼈다는 게 아니라,초등학생 마저도 모험과 도전정신을 요구하는 직업보다는 '안정'과 '보수'가 뒷받침된 직업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긴 주위에서 부모님과 어른들이 맨날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 당연한 것 일수도 있다. 

'안정'과 '보수'를 추구하는 경향이 잘못됐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이 '사회교육구조'에 있다면, 자신이 하고싶은 것을 찾아보지도 못하고 그저'돈'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는 직업군을 어쩔수 없이 택하게 만드는 원인이 '사회교육구조'에 있다면,우리는 지금 이 사회가 올 바른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인터넷뉴스 바이러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적성관련] - 기획취재 분야

1,적성관련 여론조사 및 '적성찾아주기 운동' 홍보
2,북유럽과 핀란드를 비롯한 교육선진국과 우리나라 교육과 사회 분위기 비교
3,적성을 잘살려 성공한 사람
4,개개인과 구체적인 적성관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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