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국민배우 우싱 꾸오 (吳興國, Wu Hsing-kuo) 이젠 그를 놓아주자

제3회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 개막작 '태풍' 주연 우싱 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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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성(qpalzmabcd)등록 2009.09.07 14:20
아시아의 국민배우 우싱 꾸오 (吳興國, Wu Hsing-kuo) 이젠 그를 놓아주자

지난 6일(일요일) 저녁 6시30분 세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경극화한 '제3회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 개막작 '태풍' 공연을 마칠 때쯤 주인공역을 맡은 우싱 꾸오 (吳興國, Wu Hsing-kuo)가 관객을 향하여 "내가 가진 것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았으니 이제는 관객들도 자기를 놓아 달라"는 대사를 가슴속을 후벼 파듯 애절하고 독백할 때 우싱 꾸오 (吳興國, Wu Hsing-kuo)의 두 눈가엔 촉촉이 물기가 어리면 쏟아지는 울음을 참아내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그렇다 관객들이 우싱 꾸오 (吳興國, Wu Hsing-kuo)를 무대 위에서 떠나지 못하게 꼭 붙잡고 있었다. 정말로 가혹할 정도로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우싱 꾸오 (吳興國, Wu Hsing-kuo)는 기꺼이 관객들을 위해 감수하면서 무대 위의 볼모로 남겨져 있기를 자청하였다. 아니 관객들이 돌아가라 할까봐 두려워했다. 오히려 붙잡아두는 관객들이 고마웠다. 그래서 눈물이 쏟아지려 한 것이다.

당대전기극장 예술감독이자 대만의 국민배우 우싱 꾸오 (吳興國, Wu Hsing-kuo)는 정말 대만의 국민배우가 아닌 아시아의 국민배우였다. 지난 4일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의 '제 3회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 개막작 '태풍' 첫 개막공연에서 우싱 꾸오(吳興國, Wu Hsing-kuo)는 2막을 마치기 10여분을 남기고 그만 무대장치위에서 낙상하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주위의 스텝진과 국립극장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싱 꾸오 (吳興國, Wu Hsing-kuo)는 아픈 팔을 긴 소매에 감추고 끝까지 무대를 지켰다. 이후 대기시켜놓은 119구급차를 타고 근처 순천향병원에 도착한 우싱 꾸오 (吳興國, Wu Hsing-kuo)는 오른 팔꿈치에 두 군데의 골절상을 입었음을 진단받았다. 그리고 당장 공연을 그만 둘 것을 진단의사로부터 들었다. "만약 계속 공연을 한다면 팔꿈치를 싸고 있는 근육막이 찢어지고 골절 된 부분이 더 크게 벌어진다."는 경고와 함께 공연을 중단하기를 국립극장관계자와 당대전기극장 관계자들이 종용하였다. 옆에는 총연출자로 사고 난 무대장치에 대한 죄책감에 걱정스런 서극(徐克, Tsui Hark)감독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우싱 꾸오 (吳興國, Wu Hsing-kuo)는 단호하였다. "관객들은 아직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우싱 꾸오 (吳興國, Wu Hsing-kuo)는 무대로 돌아왔다. 총연출을 맡은 서극(徐克, Tsui Hark)감독도 그날 출국할 것을 취소하였다. 함께 무대를 지키기 위해서다.

우싱 꾸오 (吳興國, Wu Hsing-kuo)와 서극(徐克, Tsui Hark)감독은 무척 바빠졌다. 위험한 무대장치를 제거하고 다시 무대를 세팅하고 안무와 동선과 연기를 만들어 내야했다. 결국 다음날 우싱 꾸오 (吳興國, Wu Hsing-kuo)와 서극(徐克, Tsui Hark)감독은 멋진 작품으로 바꾸어 다시 무대 위에 올랐다.
그렇게 2막 144분짜리 극은 끝났다. 이제는 관객들도 우싱 꾸오 (吳興國, Wu Hsing-kuo)를 놓아주었다. 홀가분하게 안무가 자욱한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는 우싱 꾸오 (吳興國, Wu Hsing-kuo)의 뒷모습은 정말로 아름답고 가슴이 뭉클하였다.
진통제와 소염제로 아픔을 견디며 시시각각 부어오르는 팔꿈치를 무대의상으로 감싸면서 투혼의 정신으로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마친 우싱 꾸오 (吳興國, Wu Hsing-kuo). 그는 우리가 사랑하는 영원한 아시아의 국민배우이다.

덧붙이는 글 아시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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