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ay Mate 호주 한인 이민 이야기

1. 연재를 시작하며

검토 완료

스텔라 김(melb stella)등록 2009.09.03 14:38
1997년에 책을 냈었다. 한국의 송림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내었던 첫번 째 내 책의 제목은 '호주와 이웃하기'였다. 헤아려 보니 어느새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이제쯤 호주에 한인들이 어떻게 와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한 번 되짚어 볼 때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책을 완성했던 것이 정말 엊그제 같은데 그리고도 벌써 11년의 세월이 가버렸다.
지나간 이야기들 다시 끄집어 내봐야 과연 재미있을까...생각했던 것은 내 오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석에서 "옛날에는..."이라고...시작해야 하는 초창기 이민생활의 단면을 이야기하게 되면 모두 신기해 하고, 궁금해 한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니 내가 이민 초년병이라면 30년 전, 40년 전 그때는 한인들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왔던 것일까 참으로 궁금할 것도 같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그런데,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외국에 사는 한인들의 모습을 궁금해 하는 것은 더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 다시 써보기로 했다. 우리들의 이야기.
초창기 이민세대로 이곳에 와서 30년 가까이 살며, 부모형제 아무도 없는 곳이지만 한번은 꼭 한국에 다시 가봐야겠다고 "올 연말에는 꼭..."이라며 이곳에서 가까워진 친구 따라 '고국 방문'을 하겠다던 내 엄마는, 결국 한국에 다시 가보지 못하고 2년 반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
"다음에 꼭..."이라는 약속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모처럼 고국 방문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실 수 있었던 것은 '늙어서 만나' '자매 처럼 정을 느끼게 된' 엄마의 친구분 힘이 컸다. 무남독녀로 태어나 '무슨 팔자'로 외국에 와서 살면서 '고국'이라야 피붙이 하나 남아있지 않은데도 그리움이란 단어와 함께 기억된다던 '대한민국'을 결국 가보지 못하고, 그래도 월드컵 때는 그토록이나 자랑스러워하다가 떠나버린 내 엄마는 내가 썼던 책을 정말 좋아했었다.
그런 기억에 힘입으며, "정말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는 주위의 말을 믿어보며, 다시 쓰는 호주 한인 이민 이야기.
11년 전 책 머리에 썼던 '호주 한인 이민 이야기를 시작하며' 서문을 약간 수정하여 첫장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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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호주 한인 이민사를 쓰고 싶어했다.
"나는 이렇게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민생활 속에 분명 존재했을, 그리고 계속될 애환과 외로움, 또 나름대로의 기쁨과 보람 그런 것들을 써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나는 그들 중의 하나였을 뿐이다.
거기에 조금이라도 다른 게 있다면 무모하리만치의 '용기'였다고나 할까. 글 쓰는 것에 소질이 있는 사람은 호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실감'이 모자랐고 모든 걸 다 속속들이 알고 있는 '어른'들은 또 시간과 여건이 맞지 않아 호주 한인 이민이야기는 늘 '과제'로만 남아있었다. 나는 그 양쪽 조건에 그저 아주 조금씩 충족도를 갖고 있는 셈이었고 그것이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쓰는 동안 용기를 조금씩 더 가질 수 있었던 까닭은 누구나 알고 있으리라고 믿었던 사실들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는 의외의 발견 때문이었다.
그리고도 나 역시 매일을 바쁘게 살아야 하는 '호주 한인 교포'로서의 역할이 더 컸기에 중단하고, 포기하고 그러다가 얼마 동안을 방치해 두기도 하다가 1997년, 책으로 나오며 아쉬운대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책이 나왔다 해서 '진정한 마무리'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호주 한인 이민이야기에 '끝'이 없는 것 처럼 이 책도 '끝'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이후에도 또 누군가에 의해 우리들의 이야기가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행사, 연예인들의 시상식 잔치 때면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은 감사의 대상의 나열하는지 아제 알 수 있을 것 같다.
생의 어디쯤에서 작은 결실 하나 맺어 기쁨이 되면, 그럴 수 있기까지 더불어 이웃해 준 이들의 사랑을 비로소 알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호주 한인 이민이야기를 다시 시작하는 나의 머리에도 참 많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앞서 이야기 한 엄마, 내 남편, 아이들 그리고...부족한 글에 위안을 받고 있다는 분에 넘치는 칭찬으로 사랑을 보여준 많은 이웃들, 내 친구들.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세상.
호주의 한인들도 그렇고 한국, 내 조국, 내 민족도 그렇고....
얼마 전 시드니 한인회에서 여러 유지들의 힘과 기억과 기록들을 모아 한인 이민사가 발간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절대 내가 쓰는 이 글을 '이민사'라 부르지 않는다.
그저, 우리들이 함께 어깨 부딪치고, 슬픔 싸안고 기쁨 나누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 뿐이다. 때로는 눈 흘기고 싶게 밉지만 이 머나먼 땅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우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이었던지 그런 '수다'를 한바탕 떨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작은 소망 하나 있다면 가능하다면 좀 많이 '공감'을 얻어내고 싶다는 것...그것 뿐이다. 

덧붙이는 글 송림출판사에서 1992년에 발행했던 책입니다.
이제는 송림출판사가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으며 출판 당시에도 송림출판사에
권한을 양도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세월이 지나 다시 업그레이드 해서 정리하고 있는 글입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민생활 이야기라서 오히려 공감을 줬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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