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이요? 장난으로 하는 거 아닙니다.”

오년째 택시체험 이어가는 안민석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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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정(yumahil)등록 2009.08.31 10:37
"택시운전이요? 장난으로 하는 거 아닙니다."

경기도 오산 안민석 의원, 5년째 택시 기사 체험
서민들 생생한 목소리 듣는 중요한 기회, 의정활동의 연장이라 생각

해마다 택시 운전을 하는 국회의원이 있어 화제다. 물론 그 전에도 '이벤트'성으로 카메라 앞에서 시늉을 취하는 정치인들은 종종 있어 왔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경기도 오산의 안민석의원(민주당,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이 화제의 주인공. 안민석 의원은 올해로 5년째 하루를 잡아 택시 운전을 해왔다. 정식 택시기사 면허도 있고, 비록 하루에 지나지 않지만 사입금도 정확하게 낸다. 방송국 카메라도, 기자도 없다. 신분을 밝히지 않으면 그냥 모르고 내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게 그는 철저하게 시민들 속으로 들어간다.

택시운전체험은 말뿐이 아닌, 실제 민생을 탐방하기 위한 중요한 체험이다. ⓒ 유호정


"국민은 우르르 몰려와서 사진만 찍고 가는 정치인에게 결코 속내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민의를 대변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회의원인 저로서는 (택시 운전이) 민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죠"

안민석 의원은 국정감사 우수 국회의원으로 3년 연속 지정되기도 하고, 서민의 피부에 와 닿는 법안을 많이 제출하기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가장 최근에는 만 5세 이하 유아의 무상교육 실시를 위한 유아교육법 일부 개정안을 의안과에 제출한 상태.

"그것 역시, 택시 운전의 결과입니다. 제 아이들은 이제 다 커서 중학생이 되어서 여간 신경 쓰지 않으면 젊은 부부들의 고민을 간과하게 되기 쉽지요. 택시에 탄 손님들과 이야기하면서 추상적이었던 저의 '문제의식'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게 됩니다. 사무실에서 앉아만 있고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죠"

그래서인지 그는 동료의원들은 물론 고위 공직자에게도 늘 택시 운전을 권한다. 정치인이 국민을 피부로 느끼지 않으면, 국민들도 정치인을 피부로 받아들이지 않는 다는 것. 평소 권위를 벗고 서스럼없는 모습으로 국민들 속으로 다가가는 것을 원칙으로 삼을 만큼 격의 없는 모습을 보이는 안민석 의원. 그래서인지 이번 故 김대중 대통령 국장 기간에 오산역 앞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안민석 의원을 찾아와 김 전 대통령을 잃은 슬픔을 토로하는 오산지역민들이 많았다. 안민석 의원은 늦은 밤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고 오산역 앞에 앉아 그 분들의 이야기를 일일이 다 들어 주었다.

오산역 분향소 앞에 설치된 시민들을 맞는 안민석의원 ⓒ 유호정


"한가롭게 이벤트나 하자고 택시 운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입금 맞추려면 부지런히 돌아 다녀야 합니다. 여기 저기 운전만 하다보면 불현듯 등에서 식은땀이 납니다. 우리 국민들 모두가 다 이렇게 정신없이 살고 있는데, 그동안 난 너무 안일하게 의원생활을 해 오지 않았나 하는 반성 때문입니다. 택시 운전은 저에게 있어 중요한 의정활동중의 하나이면서 스스로를 채찍질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택시기사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호정


말을 마친 국회의원 안민석, 아니 안민석 기사는 동료 기사들과 잠시이야기를 나누더니 다시 차에 올라타 핸들을 잡았다. 더 많은 시민들을 만나고 또 그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안민석 의원은 그렇게 새 의정활동의 방향을 잡아 나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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