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통령 서거 이후, 이제 진보-보수 격돌할 때"

[대담회] '괴짜 학자들, 한국사회를 뒤집어보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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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암(blurrytie)등록 2009.08.29 14:59
[교회] "이명박 체제를 유지하는 힘, 교회를 빼놓을 수 없다"
김민웅: 한국사회에서 교회라고 하는 건 단순히 종교적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것에서 굉장히 중요한, 뭔가를 거머쥐는 집단이라고까지 얘기할 수 있을 정도다. 현재 이명박 체제를 유지하는 힘 가운데서도 교회란 요소를 빼놓을 수 없다.

김규항: 보수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악행을 한다는 걸 넘어서, 한국 보수 개신교가 심어주는 의식 자체가 지금 현재의 천박한 체제를 유지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교회를 볼 때 그게 교회인지 아닌지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교회를 가장한 장사일 수 있다, 장사일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 지금 현재 한국사회에서 한국 사람들이 가진 가장 천박하고 저급하고 치졸한 의식들을 하나님 이름으로 말하고 있다. 어떤 부자도 겉으로 '돈이 최고야'라고 말하지 못한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돈 벌면 하나님이 축복했다고 말한다. 이런 사고에 사로 잡혀있는 게 한국 보수 교회이기에 그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홍기빈: 한국 자본주의 정신적 기반과 한국 교회 정신적 기반 중에서 완벽하게 일치하는 게 있다. 그건 바로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맨주먹으로, 무대뽀 헝그리 정신으로 물질적 풍요를 이루고야 만다는 정신이다. 박정희 이후의 자본주의 패러다임과 개신교가 갖고 부흥교회 패러다임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부분이다.
신자유주의가 일관되게 쏟아내고 있는 메시지는 호모이코노미쿠스이다. 즉, 경제인에 도움이 되지 않는 욕구, 욕망, 상상은 모조리 처박아 두라는 것인데, 이때 사회 전체적으로 균형을 잡아야하는 게 종교여야 한다. 이렇게 사회에 신자유주의의 가치가 팽배할 때 '영혼의 의미는 무엇일까'란 예수와 부처가 애초에 던졌던 질문에 천착하는, 종교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진보지식인 'F4'. 위로부터 김규항, 우석훈, 진중권, 홍기빈. ⓒ 예스24


[대통령 서거] "가운데 벽이 사라진 상황, 이제 진보-보수 격돌할 때"
우석훈: 김대중 대통령 서거소식 들었을 때 눈물은 안 났는데 앞으로 한국이 어떻게 될까 생각할 때 진짜로 길이 안보였다. 김대중만한 사람이 한국에 또 나올까 생각하면 안 나올거란 생각이 든다. 영웅의 시대가 끝난 것은 맞다. 하지만 안티히어로는 있을 것 같다. 이명박이 아닌 어떤 사람, 안티히어로에 의해서 우리가 다시 영웅을 만드는 시기를 살지 않을까 희망한다.

홍기빈: 내가 반대하는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두 분 돌아가셨을 적에 죄송하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두 분은 개인적인 내심, 신념이 어찌됐든 중도였다. 이분들은 진보파도 아니고 보수파도 아니었다. 우리나라 보수파들이 진보와 싸우면서 형성된 게 아니라 김대중과 싸우며 형성됐다. 또한 우리나라 진보파가 한나라당과 싸우며 형성된 게 아니고 김대중을 보수로 놓고 싸우면서 형성됐다. 희한한 일인데, 가운데에 커다란 벽이 있고 여기에 벽치기를 하면서 우리나라 보수와 진보가 생겨난 것이다.
실상을 보게 되면 두 분은 양쪽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으려고 면도날 위를 걸어가는 달팽이처럼 노력한 분이다. 아마 속들이 썩어 뭉드러졌을 것이다.
이제 중간에 있던 벽이 사라진 상황이기 때문에 진보와 보수가 서로 격돌할 때이다. 서로가 서로를 보며 형성해야 할 때이다. 이제 이걸 준비할 마음가짐과 준비가 우리에게 되어있느냐, 큰 혼란이 올 것이다.

진중권: 두 인물을 잃었다는 상실감으로 다가오는 건 아닌 것 같고 두 분이 대표했던 가치들의 상실이기에 훨씬 더 우울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래서 두 분의 추모는 추모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뭘 해야 하나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보수주의 씽크탱크가 만들어낸 사회상이 얼마나 조악한가를 보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 진보진영 및 개혁진영에서 한국사회에 대한 미래상을 제시하는 것, 시대정신을 설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 없이는 이합집산 해봤자 소용이 없다. 이것만 던지게 되면 모이게 된다.

김규항: 두 분이 교양 있지만 먹고 살만한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대통령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서민대중 입장에서는 나쁜 대통령이라 이야기할 수도 있었다. 마음이 안타까운 건 좌파들이 수긍할 만큼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여건이 되었었느냐 생각하면, 상당히 안좋았다는 점이다. 

김민웅: 내가 과연 대통령의 자리에 있었다면 그만한 고난을 이겨내고 희생하고 지켜내면서 어느 정도까지 밀고나갈 수 있었을까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고달픔을 이겨내는 것도 쉽지 않은데, 간단한 사항은 아니었겠구나란 생각이 든다. 간단하지 않은 사항을 어떻게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가 남겨진 우리들의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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