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 뉴 타운에 그 많은 십자가, 과연 필요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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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규(artman88)등록 2009.08.17 09:47
서울 서북 권의 지도를 바꿔놓을 은평 뉴 타운은 2 지구 B 공구의 내년 2월 분양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에 한창이다. 또한 내년 분양 예정인 3 지구와 구파발 역사를 끼고 형성되는 상업지구와 업무지구 등의 공사도 진행 중이다. 이미 입주가 끝난 1 지구나 2 지구 A 공구에는 약 4 천여 세대가 입주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이루고 있다. 지역적으로 북한산 아래자락에 자리잡아 공기 좋고, 저밀도 개발로 인해 늘 평화로움이 느껴져 "슬로우 라이프" 를 지향하는 입주 세대들의 만족도가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가만히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러한 쾌적함과 평화로움을 저해하는 모습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미 개발이 완료된 1 지구나 2 지구 A 공구에는 철제 펜스로 막아놓은 미개발 택지가 여러 군데 눈에 띈다. 곳곳에  "XX 교회 건립 예정지" 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종교부지, 즉 교회 신축 부지들이다. 특히 이러한 종교 부지들 가운데 구파발 역 2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2 지구 A 공구 은진 초교 옆 종교부지의 경우 단지 내 입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에 몇 가지 면에서 은진 초교 옆 종교부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 번째 부지 위치에 관한 문제이다. 대부분의 종교부지가 아파트 단지 초입이나 외곽에 위치한 것에 비해 이 종교부지 위치는 아파트 단지 한 가운데이다. 아파트 상가도 아니고 단지 중심부에 위치하여 교회가 건립되면 마치 단지 내 공공 시설물처럼 보일 것이다. 또한 이 부지는 지난 3월에 개교한 은진 초교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서 교회가 건립된 후 발생할 주차문제, 소음문제로 인해 학생들의 교육여건이 악화되지나 않을까 단지 내 주민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두 번째는 교회 건립시기이다. 백 번 양보해서 이왕 일부의 표현대로 SH 공사에서 교회를 상대로 땅 장사를 했다면 하루라도 빨리 교회가 신축되어야 할 것 이다. 단지 한가운데 떡하니 마치 황무지처럼 버려져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2지구 A 공구는 이미 지난 2월에 입주가 완료된 지역인데 지난 6개월간 종교시설이라는 미명아래 방치 되어 있고, 아직 터 닦기 공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급한 대로 철제 펜스를 쳐놓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펜스가 부서지고, 부지 안은 쓰레기 더미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상태이다. 미관상 문제도 심각하고, 은진 초교 학생들의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야기되는 현실이다.

세 번째는 애초에 SH 공사가 뉴 타운에 왜 이렇게 많은 종교부지를 계획했고, 허가를 내줬냐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 내 종교시설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조성되는 뉴 타운 지역이나 재건축 단지 지역은 물론 기존의 아파트 단지도 주민과 종교 단체가 어김없이 종교시설 유치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다. 은평 뉴 타운 조감도에 따르면 은평 뉴 타운에는 26 군데의 종교부지가 계획되어 있다. 북한산 입구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예전부터 터를 잡고 있던 사찰 대여섯 곳이 종교부지에 포함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앞으로 신축될 교회 부지이다. 이렇게 많은 교회가 과연 은평 뉴 타운 지역에 필요한 것일까? 과연 서울에 살면서 교회가 너무 멀어 종교생활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개신교 교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가히 이 정도면 은평 뉴 타운의 국교는 기독교라고 해야 되지 않을까? 이러한 점에서 입주민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무분별하게 종교부지 허가를 쉽게 내주는 SH 공사의 행태는 비판 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이만하면 일부의 표현대로 SH 공사가 가장 돈이 쉽게 되는 교회와의 땅 장사를 통해 수익을 올린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전도'라는 미명아래 굳이 입주민들의 거센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교회를 신축하는 교회나 교단의 책임도 크다. 혹시 그들은 교회가 아파트 단지가 하나 생길 때 마다 하나씩 추가되는 편의점이나 빵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목 좋고 장사가 된다고 생각하면 여는 그런 식으로 교회를 생각하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진정으로 신을 섬긴다면 눈 앞의 이익을 쫓는 인간의 눈이 아니라 널리 이웃을 사랑하고 품는 신의 눈으로 고민했으면 한다.

서울 시내 어딜 가든 밤 하늘을 가득 메운 십자가가 정말 이젠 부담스럽다. 새로 만들어지는 뉴 타운의 밤 하늘엔 십자가가 좀 드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야 가끔 보이는 십자가가 더 반갑지 않을까? 이제 개신교도 마구잡이로 교회부터 짓고 보는 것이 아니라 교단 별로 자구책을 만들어서 적당한 숫자의 교회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전혀 다른 시스템 때문이긴 하지만 교구나 지역마다 적절하게 성당을 안배하는 카톨릭의 지혜를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참고로 필자도 개신교 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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