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도사, 방석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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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k0784)등록 2009.08.07 11:40
  <무릎팍도사>는 점쟁이 콘셉트를 통해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다. 점쟁이로 분장한 강호동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궁금한 점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시작하고 끝내는 방식은 출연자의 고민 해결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 고민은 시청자의 궁금증과 일치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우리가 점쟁이를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처녀 딸은 언제 시집갈까요? 이 땅은 사도 될까요 말까요? 이사는 어느 쪽으로 갈까요? 등과 같이 삶에서 중요한 결정의 갈림길에 놓였을 때 점집을 찾는다.
그런데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출연자의 고민은 어떠한가. 지극히 일상적인 문제이다. 출연자의 고민이 그들이 풀어내는 성공기 혹은 실패기와는 전혀 무관할 때도 많다. 출연자의 고민은 점쟁이를 찾아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무게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고민을 '무릎팍도사'가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 시청자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진지함이 결여되어서는 안 된다. 진지함이 결여되면 '점쟁이와 손님'간의 미묘한 견제 역시 의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견제가 있기 때문에 점집에서 손님들은 이 점쟁이가 진실 밝히는가, 밝히지 못하는 가에 주력하면서도 점쟁이의 포스에 주눅이 든다. 왜 우리는 점쟁이 앞에 있으면 작아지는 것일까. 점쟁이가 내가 숨기고 싶은 과거나 나도 모르는 나의 미래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점쟁이 앞에서 얌전하고 방정한 자세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무릎팍도사>의 세트는 점쟁이나 손님이 견제나 긴장을 하기에 부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즉, MC 강호동 앞에서도 너무나도 당당한 출연자의 고민 의뢰는 얼핏 고민 의뢰자와 해결자의 위치가 전도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문제는 <무릎팍도사>의 세트, 즉 그들이 앉는 자리에서 발생한 것 같다. 그들이 앉는 자리는 크게 방석과 탁자 아래를 뚫어 놓은 부분에 발을 넣고 의자에 기대는 형식으로 나누어진다. 최근 1년간 <무릎팍도사>를 조사한 결과 후자의 세트에서 촬영된 경우가 월등히 많았다. 이 세트는 장시간 촬영에 임해야 하는 출연자의 입장을 고려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좌식 생활을 하는 현대인에게 방석보다 의자가 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무릎팍도사>의 출연자 모두가 의자에 앉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무릎팍도사 강호동, 건방진 도사 유세윤, 올밴과 외뢰자 중 고민 의뢰자만이 편안한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다. 고민을 의뢰하러 온 출연자만이 등받이 의자에 앉아 있다는 점은 점쟁이보다 출연자가 더 편한 입장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간 점집에서 점쟁이보다 손님이 더 편할 수 있을 것인가.(어차피 고민이라는 설정은 그야말로 설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진 넣어주세요- 첨부했습니다.)

위의 사진은 방석에 앉아있는 백지영, 발을 아래에 넣고 의자에 기대고 있는 이영희 PD의 모습이다. 물론 위의 사진은 여성과 남성, 카메라의 위치, 사람의 성격 등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이 프로그램이 지향해야 할 점을 잘 나타낸다. 즉 MC 강호동과 출연자의 거리는 방석에 앉아있는 것이 더 가깝다. 가까운 위치에 있는 만큼 서로를 들여다 볼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용한 점쟁이인가 아닌가를 밝히고자 하는 손님과 용한 점쟁이로 보이고자 하는 점쟁이 사이의 긴장감을 이 거리와 자세가 잘 나타내 줄 것이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그들의 이야기에 더 잘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무릎팍도사>는 실제 점집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펼쳐지는 출연자의 이야기는 진실일 것이다. 그 진실의 진실답게 하는 힘, 방석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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