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보건소 홈페이지, 소외되는 의료 소비자: 이주여성

아! 어렵다..높아져가는 언어장벽

검토 완료

서울YWCA(sywca)등록 2009.07.29 20:28
"잣~코!" (번역 : '어렵다')
   베트남 이주여성 L씨는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자기도 모르게 베트남어로 한탄을 한다. L씨는 최근 밤만 되면 심하게 보채고 젖을 물지도 못하는 아이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혹시나 유행성 병은 아닐지 걱정이 되지만 L씨는 집안일과 농사일로 시간이 없기 때문에 보건소에 갈 여유가 없다. 자신이 좋은 엄마가 아닌 것 같은 죄책감에 한숨을 내쉬는 L씨 뒤로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글 싣는 순서 ⓒ 서울YWCA


 
  이러한 경우는 L씨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텔레비전을 켜면 외국인 신부들을 주소재로 삼은 프로그램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주위에는 다문화가정이 급증하고 있다. 창원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따르면 2008년 총 혼인건수 중 국제결혼은 11%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8.6%는 한국남자와 외국여자의 국제결혼이다. 결혼을 위해 한국으로 이주한 여성은 2008년 현재 28,163 명이다. 이들이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가정 건강을 책임진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주여성을 위한 의료 서비스 제공은 가족 전체에게까지 파급효과가 있다. 다문화가족지원법 제 11조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규정에 따른 지원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결혼이민자등의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서비스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다국어에 의한 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는 이주여성들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고 있을까?

이주여성 출신국 분포 ⓒ 서울YWCA


  보건복지부 2005년 국제결혼 이주여성 실태조사 및 보건․복지 지원 정책방안에 따르면 이주여성의 한 달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경우가 40%인 것으로 조사되어 이들이 보건소를 통해 무상·저비용 의료서비스 혜택을 받아야 할 주 대상자라는 것이 명확해졌다.

 집안 살림 하랴, 농사일 도우랴... 내 건강은 어디에? 

   보건소 서비스 혜택의 "주 수혜자"가 되어야 할 이주여성들은 끝도 없는 집안일과 먼 거리로 인해 보건소 방문을 제 때 하지 못하고 있다. 
직접 보건소에 가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이게 어려우면 보건소 홈페이지의 다국어 서비스를 이용하여 '서비스제공의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 다국어 서비스 제공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YWCA 대학생 소비자기자단은 이주여성이 많이 거주하는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소재 보건소를 중심으로 다국어 서비스 제공 여부를 조사해 보았다.

이주여성의 지역별 거주현황 ⓒ 서울YWCA


  조사결과, 경기도 보건소 홈페이지 37개중 33개인 89.2%는 오직 한국어로만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시 보건소 홈페이지 26개 중 18개인 79.3%는 다국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지만 영어서비스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앞서 제시한 통계청의 '2008년 이주여성 출신국 분포 자료'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이주여성은 중국, 베트남, 필리핀 출신이 대부분이어서, 그들에게 영어 서비스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었다.

현재 저소득층/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보급과 함께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교실 운영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회적 지원을 이주여성이 필요로 하는 보건소 서비스에 적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보건 의료 소외자인 이주 여성들의 보건소 접근용이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의료 형평성을 높이는 것은 진정한 의료 소비자들을 위한 의료 선진국가의 모습일 것이다.

보건소 홈페이지 이용은 비용/시간적으로 효율적

  의료서비스란 환자에게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건강지식을 제공하여 질병으로부터 예방하는 것 또한 의료서비스의 중요한 역할이다. 여성은 가정에서 엄마로서 아이들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건강 교육은 필수적이다. 더구나 이주여성의 경우 낯선 이국의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만큼, 이들이 정착하는데 필요한 기본 정보, 특히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다문화 가족을 위한 정보를 담은 팸플릿을 다국어로 번역하여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이나 보건소에 비치되어 있는 팸플릿을 통하여 모든 이주여성들에게 개별적으로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온라인 상의 홈페이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면 보건소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의 효과적 홍보 및 정확한 건강 정보를 폭넓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홈페이지가 다국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이주여성들이 쉽게 개개인의 필요에 맞는 정보를 선택하여 얻을 수 있다.

  이주여성의 상당수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한다. 적은 시간을 투자하여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홈페이지의 이용은 시간을 내기 어려운 이주여성에게 효율적이다. 보건소 홈페이지의 다국어 서비스는 한국의 의료소비자인 이들과 이들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줄 것이다.

"우리 가족 영양 챙겨준 다국어서비스 홈페이지 고마워요"
                                          - 다국어서비스 홈페이지의 모범사례

강북구보건소는 두 달에 한 번씩 이주여성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찬다.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건강유지에 필요한 영양교육과 영양보충식품을 배부하는 영양플러스 사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북구보건소는 다른 보건소보다 상대적으로 다문화 가정의 참여가 높은데, 이러한 높은 참여율에는 외국어 홈페이지가 큰 몫을 했다고 한다. 정확한 건강 및 의료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시작한 다국어서비스는 이주여성들에게의 홍보 효과를 높이는 데에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북구보건소의 영양 플러스 사업은 교육의 역할 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족들 간의 친목도모의 성격까지도 띠게 되어 매우 바람직하다는 것이 강북구보건소 건강증진과 박정현 영양상담사의 설명이다.
강북구보건소는 이주 노동자, 이주여성 등 거주 이주민들을 위해 영어∙중국어∙베트남어∙일본어 보건소 홈페이지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출처 : 살라드 tv 다문화 방송국


의료 소비자에게 e-서비스는 이제 생활의 기초로 자리 잡아

   정보화의 물결은 정치·경제·문화의 영역을 넘어 의료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e-health'를 추구하며 많은 병원과 보건소들이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각종 건강 정보를 무료 제공하는 것을 비롯하여 온라인 예약서비스 운영, 건강-맞춤형 메일 알림 서비스 실시, '고객의 소리'를 통한 불만사항 수렴 등을 통해 '의료 소비자'의 삶을 한 층 향상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 여성들이 '의료 소비자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몫을 누리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보건소 홈페이지의 다국어 서비스 운영이다. 아무리 최신식의 좋은 온라인 서비스를 운영한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효율적으로 사용 할 수 없다면 "빛 좋은 개살구"요, 이는 결국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공급자의 책임이라 할 수 있다.

©2009 서울YWCA 대학생 소비자기자단 Y-CONPORTER
장경희 kahurangi@naver.com
허정윤 hifive2323@naver.com
홍승연 hsyeon87@naver.com

* 서울YWCA는 다양한 온라인 소비자문제에 대해 기사를 발행하는
대학생 소비자기자단(Y-Conporter)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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