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또는 사치

어떤 '위대함'도 사람보다 먼저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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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원(jungs21)등록 2009.07.25 15:14
 옛 사람들이 지은 멋진 건축물을 보는 건 언제나 즐겁습니다. 피라미드는 이젠 진부하다 하면서도, 볼 때마다 그 장엄함에 다시 감탄하게 됩니다. 중세 유럽의 성당은 종교 정신의 진수를 보여주고, 타지 마할은 언제 봐도 사람을 황홀하게 합니다. 부르봉 가와 합스부르크 가의 으리으리한 궁전은 동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부와 화려함을 뽐냅니다.

 하지만 이 걸작들을 보며 감탄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은 편하지 않게 마련입니다. 피라미드의 저 정교함은 뛰어난 건축가와 기술자의 솜씨겠지만, 막상 무거운 돌을 나르며 땀흘린 건 백성들입니다. 하지만 위대한 '파라오'의 사후 무덤을 짓게 되는 건 그들에게도 영광일 터이니, 파라오든 귀족이든 건축가든 이 '천한' 백성들에겐 고마워하는 마음 같은 건 전혀 없었을 겁니다. 물론 합당한 임금이나, 적절한 휴식 등 '복지 정책'같은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일 테고요. 아름다운 고딕 성당 속에서 옛 교황이나 주교들은, 마음에 안 드는 '이단자'를 불태워 죽이거나, 애꿎은 이슬람 사람이나 유태인들을 공격할 궁리를 할 때가 경건하게 기도할 때보다 더 많았을 것입니다. 아무리 아내를 사랑했다지만, 고작 한 사람의 무덤을 만들려고 백성들을 핍박한 '샤 자한'의 행동은 분명히 맹자가 말한 '왕도'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틈만 나면 쓸데없는 전쟁이나 벌이면서 사람들 앞에선 '계몽 군주' 또는 문화 군주로 보이고 싶어한 루이 14세나 오스트리아 왕들도 역시 좋게 보긴 힘들죠.

 물론 그 건축물을 만들게 한 군주가 탐욕스럽고 추하다고 해서, 예술가의 능력과 열정까지 무시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높이 떠받드는 '문화'와 '예술'이란 것이, 과연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더라도 용서받을 최고 가치인지는 다함께 고민해봐야 합니다. '부르조아 미술'을 한데 묶어 벌한 공산주의 정권은 이제 혐오의 대상이 되었지만, '먹고 사는 문제', 지금 모 대통령이 할 말 없으면 꺼내는 그게 아니라 진짜로 가난한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그 '먹을 것'의 문제가 심각했는데, 그걸 해결하지는 않고 자기들끼리 음악이다, 미술이다 하면서 놀기만 했던 왕과 귀족들을 용서하기가 쉬웠을까요? 아무리 문화와 예술이 인간의 삶은 윤택하게 하는 중요한 것이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누군가는 굶어죽거나 약이 없어 병으로 죽는데, '예술만을' 이라 외치는 예술지상주의가 과연 옳은 것일까요? 결국 문화와 예술도 사람을 위해 있다는 걸 우리가 기억할 수 있다면, 역시 이 문제에선 여유있는 사람들, 돈 있는 사람들이 한 발 양보해야 합니다. 모두 다 사람답게 살 수 있을 때에야, 예술과 문화를 지나치게 혐오하고 '부자의 것'이라 매도하는 험악한 분위기도 사라질 것입니다.
2009.07.25 15:13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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