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신문 수거, 누가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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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람(loveletterand)등록 2009.06.29 20:03
#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 이곳에 놓인 무료신문 배포대 때문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출입을 방해받고 있습니다. 전철을 타려는 사람과 이들을 가로질러 신문을 집는 사람 등이 뒤엉키기 때문입니다. <2009년 6월 23일, 김진규씨가 서울 메트로에 올린 민원>

# 요즘 아침에 무료신문 수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짜증이 나네요. 평일 아침, 신촌부터 동대문운동장까지 무료 신문 수거 노인 분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예요. 아침에 사람도 많아서 짜증나는데 거기다 그분들까지 자꾸 파고들어서 너무 불편하네요. <2009년 4월 23일, 성지영씨가 서울 메트로에 올린 민원>

지금도 전철에서 무료신문을 수거하는 노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서울 메트로가 역내 무료 신문수거를 금지하고 있지만 말이다. 무료신문이 계속 전차 내로 흘러 들어오고, 그 중 대다수가 선반에 쌓이고 있기 때문. 한국 언론재단의 <무료 신문연구>(2007)에 따르면, 무료신문 발행부수는 해당년도 기준, 321만부에 달한다.

노인들은 왜 무료신문을 수거할까. 그들이 많이 내리는 충정로역으로 향했다. 역 근처에 폐지수거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첫 취재한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그들은 지금도 계속 전철에서 무료신문을 수거하고 있다.

"내일도 나올거야, 먹고 살려고."

무료신문을 수거하는 노인(김할머니) △ 김 할머니가 열차를 돌아다니며, 선반 위 쌓인 신문들을 수거중이다. ⓒ 박아람


오전 9시 30분. 전차가 충정로역에서 정차했다. 김순덕(여,71)씨는 신문지가 잔뜩 든 자루 하나와 작은 보자기 하나를 들고, 전차에서 내린다. 개찰구 앞에는 역무원이 감시하고 서 있다. 직원이 사라질 때까지, 김 할머니는 잠시 밑에서 기다린다. "먹고 살려고 매일 나와. 나이먹어 이것 밖에 할 게 없거든." 김 할머니는 "이틀 일해야 오천 원 가량을 번다"고 말했다.

반대편 출구 쪽에서는 '중간 수거자'들이 계단을 통해 신문을 나르고 있다. 중간 수거자는 노인들이 폐지를 수거해오면, 고물상까지 운반해주는 일을 한다. 고물상이 노인들에게 당시 시세에 맞게 1kg당 대략 50원을 주고 폐지를 사면, 그들은 1kg당 10원~20원을 받는다.

여기까지는 알려진 내용과 비슷하다. 그런데 그들은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해서 폐품을 운반한다. 일이 없어서 중간수거 일을 시작했다는 한씨. 그는 "신문 주우시는 분들은 거의 다 장애인, 노인 등 어려운 사람들"이라며 안타까워한다. "이 사람들을 무조건 문제라고만 보면 안 됩니다. 오히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왜 신문을 걷어야 되며, 왜 고물을 주워야 하는지,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이들이 계단을 이용해 폐품을 운반하는 건 단속 때문. 충정로역 직원 박해란 씨는 "신문수거 하는 방법이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해서 제지한다"고 말한다. 노인들이 마대자루를 끌면서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역 시설들이 망가진 것. 민원도 많이 받았다.

무료신문 수거금지, 아직은 효과 낮아

작년 10월부터 서울 메트로에서는 역내 무료신문 수거를 금지하고 있다. 충정로역은 더 앞서서 작년 8월부터 집중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서울 메트로 홍보실 관계자는 "무가지 수거를 강력하게 막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수거하시는 분들이 어려운 형편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 회사차원에서 노인을 끌어내리는 등 강한 제재를 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불편신고가 들어오면, 그때그때 단속에 나서는 것뿐입니다." 단속 내용은 '무료신문 수거자의 승강기 이용금지', '신문자루 운반 시 벌금징수(900원)' 등이다.

서울 메트로의 '안전하고 쾌적한 지하철 만들기 운동' △ 서울 메트로의 ‘안전하고 쾌적한 지하철 만들기 운동’ ⓒ 박아람


이와 동시에 서울메트로는 '신문 수거함을 이용하자'는 등 '안전하고 쾌적한 지하철 만들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 메트로에 따르면, 전 역에 신문 수거함이 상비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신문 수거함에 남은 신문은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노인들이 전철 내 선반이나 수거함에서 무료신문을 가져가기 때문.

충정로역 직원 박씨는 "시민의식이 성장하면 신문수거함 이용률이 높아질 것"이라 말한다. "옛날엔 사람들이 길가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렸지요. 하지만 요즘은 아무도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습니다. 무료신문을 들고 내리는 것도 이와 같은 원리입니다."

시민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2호선에서 만난 김모(여, 19)씨는 무료신문을 선반에 올려놓았다. "다른 사람들도 많이 돌려보는 것이 좋잖아요. 또 수거노인들도 먹고살아야 하니까요." 반면, 옆 칸에 앉아있던 남기문(남, 60)씨는 "캠페인 이후, 꼭 수거함에 버린다"고 말했다.

"문제의 원인인 무가지 회사가 수거해야"

그렇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홍기석 교수(이화여대 경제학과)는 "문제를 불러온 원인인 무가지 회사가 대책을 세우든가, 배포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료신문 회사는 수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표적인 무가지 회사는 8곳. 조간이 메트로, 포커스, am7, 데일리줌, 스포츠한국, 데일리노컷 등 6개이고, 석간이 이브닝, 시티 신문 등 2개이다. 대표적인 무가지 회사는 8곳. 이들 모두 회사차원에서 무료신문을 수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ㄱ 무가지 회사의 직원은 "선반 위에 쌓인 무료신문들은 배포대에 있는 것을 독자들이 가져가 임의로 쌓아두는 것일 뿐"이라 말했다.

무료신문에 가격을 부과하면 어떨까. 이명휘 교수(이화여대 경제학과)는 "100원의 가격을 매겨봤자, 아무도 사 보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그만큼 무료신문의 가치는 없다는 뜻이다.

수거 노인들을 직접 고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작년 4월 서울 메트로 공사는 '신문 수거 인증제'를 도입했다. 180명의 노인들에게 한가한 시간에 무료신문을 가져가도록 허가한 것. 그러나 노인들이 규칙을 지키지 않고, 오히려 경쟁만 더 치열해졌다. 인증제는 곧 폐지됐다.

김혜연(38,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 박사과정)씨는 "노인들이 실적에 의해 돈을 버는 셈이라 경쟁이 치열한 것"이라 지적한다. 김씨는 이를 해결하려면, "정부에서 '고령자 고용정책'의 일환으로 무가지 회사에 예산을 지원해주고, 그 돈으로 노인들을 고용하도록 하면 된다"고 제안한다. 그러면 오히려 일을 덜 하지 않을까. 그러자 김씨는 "이는 기본실적을 채울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드는 등 대책을 세우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은 앞으로 구체적으로 연구해보아야 할 일.

한편, 한국 언론재단이 출판한 '무료신문 연구'(2007년)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2003년 무료신문회사에 조세를 부과, 신문 수거 및 파기 비용을 부담하도록 강제했다. 또 영국에서도 무가지 회사가 '무료신문 재활용쓰레기 함'을 설치하게 하고, 버려진 무료신문은 직접 수거하도록 했다. 2005년 제정된 환경미화법은 영국의회의 허가 없이 배포되는 무료신문에 대해서 벌금을 부과, 무료신문사들의 무분별한 배포행위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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