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간의 추모, 7일간의 신적 체험

그의 죽음은 슬픔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입니다.

검토 완료

김종성(연암박지원)등록 2009.05.31 16:29

그의 죽음은 슬픔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입니다.

 -7일간의 추모, 7일간의 신적 체험

 

2009년 5월 23일. 그로부터 7일간의 추모기간. 우리는 결코 역사책에서 지워지지 않을 큰 역사의 물줄기를 함께 통과하고 있습니다.

봉하마을과 분향소에 넘쳐나는 추도의 물결. 때앙볕에서 4시간 이상 기다리지만 그 누구 하나 불평하거나 새치기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인터넷에서도 추도의 글은 넘쳐났습니다. 이 토록 온국민이 함께 애통하며 한 사람의 죽음을 애도한 일이 또 언제 있었나요?

우리는 7일간 함께 눈물을 흘리며 우리 자신의 묵은 죄와 잘못을 뉘우치고 참회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슬픔과 눈물은 우리를 정화시켜주었고 우리는 종교적 체험을 한 사람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변화 시켰습니다. 특권과 반칙을 용인하던 우리의 욕망을 돌아보게 하였고 지역과 학벌, 자본에 사로잡힌 우리의 영혼을 해방시켜주었습니다.

우리는 신의 세례를 받듯이 일주일간 깊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 깨달음은 사실 우리가 모르는 바가 아니었습니다. 부자언론들과 그 장단에 함께 놀아난 대부분의 언론들은 검찰의 발표를 실시간으로 보도하며 그가 마치 범죄자인양 기정사실화하였습니다. 그러나 죽는 순간까지도 검찰은 노무현대통령의 범죄사실을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1년 넘게 노무현대통령의 주변을 샅샅히 뒤졌는데도 말이죠. 그럼에도 특권세력들과 부자언론들은 그가 정치적으로 사망했음을 공표했고 시민들도 그렇게 생각하리라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의 표면으로 드러난 정서와 무의식의 영역에서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차원은 서로 달랐습니다.

의식의 영역에선 그들이 불러주는 대로 고개를 끄덕였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무의식의 깊은 차원에서 시민들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거를 통해 그 진실을 스스로 각성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노무현은 의인이었단 사실입니다. 마치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자 그것을 지켜보던 백부장이 "그 된 일을 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 가로되 이 사람은 정녕 의인이었도다"함과 같습니다. 노무현을 죽이고자했던 세력의 본질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입니다.

'반칙과 특권, 지연과 학벌, 자본과 사법권력'의 카르텔이 공모하여 노무현에게 온갖 죄명을 덧씌우고 그를 범죄자로 몰아 십자가에 못 박은 것입니다. 그들은 노무현에 대한 정치적 살인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망하던 국민들의 희망도 함께 사라지리라 생각한 것입니다. 그들의 오판이었습니다. 노무현대통령의 서거는 절망이나 슬픔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온전한 선택이었습니다. 그의 몸을 던져 우리사회를 죽음으로 이끌어가는 어두운 그림자의 본질을 환히 밝혀버린 사건입니다. 권력과 언론의 뒤에 숨어 썩은 웃음을 흘리고 있던 그들의 생얼굴이 온천하에 드러났습니다. 70년 자신의 죽음으로 많은 지식인들을 일깨운 전태일 열사의 죽음, 80년 광주에서 도청을 지키며 신군부에게 죽을 것을 각오한 자들의 죽음, 그리고 오늘날 노무현대통령의 죽음은 어떻게 죽는 것이 온 세상을 살리는 죽음인지 보여준 신의 사건이었습니다. 자신을 비우고 다른 이를 살리며 공동체를 이루게 만드는 정확히 신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신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었습니다. 우리는 노무현대통령의 죽음을 슬픔으로만 기억하지 않겠습니다. 그의 죽음은 온 국민의 헛된 우상을 눈으로 확인시켜준 사건이었고 죽음 앞에 두려워하지 않는 기상을 보여준 희망의 사건입니다. 특권과 반칙의 세상, 희망이 없다고 느껴지는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체념하고 있던 뭇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은 그 어디서나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자리가 비록 비천해 보이는 자리라고 해도 흙탕물이라 모두가 외면하는 정치와 권력의 자리라고 해도 희망의 세상은 바로 그 현장에서 시작되고 있고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그의 삶과 죽음으로 보여주었던 당당함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반칙과 특권의 세상에 대해 그것은 '옳지 않다' 외치는 것입니다.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에게 그의 죽음을 외면하는 이에게 그의 죽음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가 열리게되었다고 증언해야하는 것입니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람사는 세상'의 꿈을 위해 우리 마음의 반칙과 특권을 내려놓고 우리 사회의 반칙과 특권을 내려놓고 가슴과 가슴으로 만나는 살맛나는 세상을 살아갑시다. 

  

                                                        아름다운 마을 신문 기자 김종성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 마을 신문에도 송고하였습니다.      

2009.05.31 16:25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아름다운 마을 신문에도 송고하였습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