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지리산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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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종(jmbook)등록 2009.05.25 11:45

자연의 신비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보셨나뇨? ⓒ 홍순종


지리산 길을 가려고 2009년 5월 16일 수문출판사 이수용사장님과 강남 고속 터미널에서 남원행 버스를 탔다. 장장 3시간 30분 만에 남원에 도착했다. 남원에서 인월까지는 30분 걸렸다. 인월 버스터미널을 나오니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 오랜만에 느끼는 비를 맞으며 주 선생님과 백호림씨가 기다리고 있는 남원 추어탕집으로 가는 내내 마음이 설렜다. 그것은 목이 타고있던 대지 위에 내리는 비 때문이며, 하나는 나는 이런 비오는 농촌 풍경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반가운 해후를 한 후 인월에 있는 지리산길 안내센터에서 윤정준 이사로부터 자세한 지리산 길에 대한 강의를 들은 후 매동 마을로 출발을 했다.

매동마을 매동마을 앞에 지리산 길 안내판 앞에서... ⓒ 홍순종


지리산 길은 지리산 둘레 300km, 3개도(전북, 전남, 경남) 5개시군(남원시, 구례군, 하동군, 산청군, 함양군) 100여 개 마을을 이어 걷는 국내 최초의 장거리 트레일 코스로, 길을 따라 지리산과 마을이 가진 다양하고 독특한 자연, 역사, 문화 등을 직접 체험하도록 만든 길이라고 한다. 이 지리산길을 만든 단체는 관이 아니라 민간인들로 구성된 사단법인 숲길 회원들이다. 길을 내는 목적을 오래전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었던 옛 길을 찾아 우리 땅의 생태와 문화, 역사를 보전하는 데 두었다고 한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윤주옥 사무처장님의 안내로 매동 마을에 들어섰다. 마을의 첫 느낌은 농촌 마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집들이 크고 마을길이 잘 다듬어져 있었다. 비가 내리는 탓에 마을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두 분이 비옷을 입고 차에서 내린다. 그분들과 반가운 인사를 하고 난 후 그 분들은 내일 이 길을 가기 위해 정찰 왔다며 오늘 먼저 이 길을 가고 있는 우리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마을 앞을 지나 조금 가파른 오르막으로 올라서니 하얀 찔레꽃이 우리들을 반겨준다. 그리고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가 내리는 농촌 길, 퍽 낭만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사실입니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멋진 음악이 되어 우리들 마음을 자연으로 이끌어 주고 있으며 주위에 있던 농작물들이 반갑다며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고 있다.

매동마을 위 숲길 매동마을 지나 숲길로 들어서는 우리들... ⓒ 홍순종


마을을 벗어나자 인공으로 작물하고 있는 고사리 밭이 있었다. 비를 흠뻑 머금은 고사리들이 옹기종기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 마치 우리들이 살아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밭들을 지나자 소나무 군락 사이로 작은 오솔길이 나타난다. 비를 맞은 소나무 잎에는 방울방울 싸리 잎처럼 영롱한 물방울들이 맺혀 있다.

고요속의 지리산 숲길 이렇게 아름다운 숲길을 걸었다. ⓒ 홍순종


그 사이로 우리들이 걷고 있으니 이런 분위기와 느낌을 무엇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른다. 작은 동산에 올라서니 바로 내리막 오솔길이다. 오솔길이 굽이치는 길목에 커다란 개서어나무가 턱 버티고 서있다. 밑동은 그리 실하지 않게 보이는데 가지와 잎이 울창하다.

개서어나무 밑둥은 부실하지만 가지와 잎은 무성했다. ⓒ 홍순종


여름에 이 길을 걷다가 이 나무 아래 앉거나 서 있으면 무척 시원하게 느껴질 것 같다.

낭만이 가득한 숲속 길을 걷다 보니 중기 마을을 지나고 원백일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원백일을 지나 숲길로 접어들어 오르막에 올라서니 다랭이논이 나타난다. 모내기를 하기 위해 논에 물이 가득 찬 모습이 너무 낭만적이다.

논두렁 논 안개가 자욱한 논 길 ⓒ 홍순종


그리고 반달 모양으로 된 논두렁길이 너무너무 운치가 있었다. 그런 논을 구경하다 건너편을 바라보니 하얀 연기가 된 구름과 안개가 아래서 올라오는 모습이 마치 선계에서나 봄직한 풍경이다. 그리고 나타난 황토 집엔 사람이 없다. 다시 마을길을 휘돌아 숲길을 가니 다랭이 카페가 있다.

다랭이 쉼터 시골 인심을 물씬 풍기는 쉼터 ⓒ 홍순종


우린 너나할 것 없이 그 집으로 들어갔다. 이 집은 할머니와 딸이 운영하고 있었다. 우린 목이 말라 막걸리와 도토리묵을 시켰다. 막걸리의 맛도 좋았지만 묵 맛은 천하일품이 이런 맛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맛이 있었다. 그리고 수수부침이 있다. 호기심 많은 우린 그것도 맛을 보기 위해 시켰다. 맛은 물론이거니와 수수부침을 찍어 먹는 것이 자연 꿀이다. 어째 이런 일이!!!!

우리들이 너무 맛있게 먹으니 파전과 수수부침을 더 준다. 이런 후환 인심을 어디서 맛보랴? 그리고 꿀물을 준다. 아니 가격도 싼데 이렇게 하면 운영이 될까 싶다. 우린 진정으로 고마움을 표시하고 상황 마을 지나 오르막을 올라가는 중간에 또 먹거리 집이 있다. 비가 오는 관계로 주인장은 없다. 여기서부터 오르막이다. 그 오르막은 등구재까지 이어졌다. 등구재 정상엔 땅이 질어 올라가기와 내려가기가 아슬아슬했다.

등고재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 등고재 ⓒ 홍순종


등구재는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선이다. 등구재에서부터 우거진 숲은 그야말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등구재를 다 내려오는 길목엔 무인 먹거리집이 있다. 작은 글씨로 드시고 나서 여기에 돈을 넣어주세요라고 써 있다. 여기서부터 창원마을까지는 고사리 밭과 두릅나무들로 되어있었다. 오늘 우리들 목적지인 창원마을에 도착하자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석봉 선생님 집이다.

김 선생님 집에 도착한 우리들은 즐거움에 취해 쉽게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우리들을 방으로 들어가게 만든 것은 자연이다. 날이 맑으면 멋진 석양을 볼 수도 있을 그런 집인데 비가 오기에 그런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대신 일찍 어둠이 깔리고 있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서울에서 방금 도착한 한국리서치 노익상 사장님과 유근, 오여주 선생님과 기사분과 실상사 대안학교 선생님이신 유나영 씨다. 우린 처음 만남의 서먹함을 없애기 위해 거국적으로 건배를 하고 나서야 오늘 느꼈던 소회를 시작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런 논쟁은 우리들이 여기에 온 궁극적인 문제인 지리산 케이블카 저지 방법으로 옮겨갔고, 밤을 새며 이야기를 하다가 내일을 위해 각자 꿈속으로 들어갔다.

덧붙이는 글 비가 내리는 지리산 길은 낭만 그자체였다. 우리들 안내를 멋지게 한 ㅇ윤주옥 처장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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