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저희에게 위로와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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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pakchol)등록 2009.05.24 17:32

노무현 전직 대통령 ⓒ 박철


오늘 이렇게 화창한 아침, 우리는 매우 착잡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노무현 전직 대통령의 갑작스런 죽음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 지 남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생전에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이나 그를 비난했던 사람들이나 가릴 것 없이 한 인간의 죽음 앞에 인간의 미움과 증오가 얼마나 무섭고 잔인한 것인가를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자비하신 하느님, 그 분노와 미움을 내려놓을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얼마나 지독하게 그를 괴롭혔으면 숱한 인생의 풍파와 곡절을 겪고 대통령까지 되셨던 분이, 극단적인 죽음의 길을 선택해야만 했을까요?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정한 방법으로 이 땅에서 삶을 마감했지만, 실은 따지고 보면 우리가 그를 죽음의 길로 내 몬 것이 아니겠습니까?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자비하신 하느님,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여주시옵소서.

자비하신 하느님, 그는 마지막 유서에서 "아무도 원망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 대목이 우리를 더욱 부끄럽게 합니다. 저희로 하여금 서로에게 원망하고 비난하는 일을 그만두게 하시옵소서. 그분의 죽음을 잘 수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자비하신 하느님, 그의 유족들을 위로하여 주시옵소서. 온 국민이 오열하는 유족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넉넉한 배려가 있게 하시옵소서. 그분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유치한 일일랑 그만두게 하시옵소서. 대신 온 국민이 함께 슬픔을 나누며 목놓아 울게 하시옵소서.

자비하신 하느님, 더 이상 이 땅에 정치보복의 비극이 되풀이 되는 일이 없게 하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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