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세 개의 다른 시선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시각의 3편의 영화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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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명(torusiteru)등록 2009.05.12 20:46
"광주 시민 여러분 지금 시내로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형제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영화 '화려한 휴가' 중 박신애(이요원 분)
"워커에 물이차서 걸을 수가 없어요.. 워커에 물이 차서 질걱질걱 거려서 걸을 수가 없어요..."
-영화 '박사하탕' 중 김영호(설경구 분)
"인생 길어, 역사는 더 길어. 우리 좀 겸손하자. 너 그거 하지 마. 조직인지 지랄인지.. "
-영화 '오래된 정원' 중 한윤희(염정아 분)

2009년 5월 18일은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 난지 꼭 29년째 되는 날이다. 2007년 개봉한 영화 '화려한 휴가'는 무거운 주제를 가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 수 600만명을 넘는 흥행성공작이었다. 영화 '화려한 휴가'의 흥행 성공은 광주 민주화운동을 5월 16일 혹은 8월 15일로 잘못 알고 있던 10대 20대 젊은 층에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해주었다.

이러한 관심을 좀 더 다양한 시각과 관점에서 즐겨보고 싶다면 이번 주 주말 DVD샵에서 세편의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를 빌려 보는 것은 어떤지..?

시민군, 시민들의 시각에서 본 화려한 휴가 (김지운 감독 2007년작)

80년 5월 18일, 그날의 '작전명' (화려한 휴가) 사랑하는 사람들...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다만, 꿈이길 바랐습니다.

1980년 5월, 광주. 광주에 사는 택시기사 민우( 김상경 분).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끔찍이 아끼는 동생 진우(이준기 분)와 단둘이 사는 그는 오직 진우 하나만을 바라보며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 진우와 같은 성당에 다니는 간호사 신애(이요원 분)를 맘에 두고 사춘기 소년 같은 구애를 펼치는 그는 작은 일상조차 소중하다. 이렇게 소소한 삶을 즐기는 이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진다. 무고한 시민들이 총,칼로 무장한 시위대 진압군에게 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죽임을 당하기까지 한다. 눈 앞에서 억울하게 친구, 애인, 가족을 잃은 그들은 퇴역 장교 출신 흥수(안성기 분)을 중심으로 시민군을 결성해 결말을 알 수 없는 열흘 간의 사투를 시작 하는데… (출처 네이버 영화정보)

영화 화려한 휴가는 5월 18일부터 열흘간의 광주시민들의 모습과 시민군의 모습을 그렸다.  제작비 100억을 투자해서 재현한 1980년대 광주시의 모습은 흡사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하다. 극중 병원에 헌혈하러 온 여학생이 총에 맞아 죽는 장면 등 실제 있었던 사건을 비교적 사실그대로 담으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영화이다. 중간 중간 자칫 무거워 질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전환하는 조연들의 연기도 제법 재미있다. 어마어마한 제작비에 걸맞은 규모와 치밀한 80년대 모습의 재현.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에 영화를 보는 두 시간 내내 눈물을 훔치게 될지도 모른다.

계엄군의 시각에서 본 박하사탕 (이창동 감독 2000년작)

Chapter #6 - 면회, 1980년 5월. 영호는 전방부대의 신병. 긴급 출동하는 영호는 트럭에서 면회 왔다가 헛걸음치고 돌아가는 순임의 작은 모습을 보게 된다. 또 다른 비오는 날의 텅 빈 위병소 앞 순임은 오늘도 영호를 기다린다. 영호는 그날 밤 광주 역 주변 어둠 속에서 귀가하던 여고생을 순임인 듯 마주한다. 급박한 상황에서 영호의 M16에서 발사되는 총성. 우리 모두에게 잔인했던 1980년 5월 어느 날이었다. (출처 네이버 영화정보)

이 영화는 " 나 다시 돌아갈래! "라는 김영호(설경구 분)의 외침과 함께 거꾸로 가는 기차를 따라 과거를 회상하는 영화이다. 7개의 Chapter중 6번째 Chapter에서 주인공 영호가 다리를 절게 된 원인이자 모두에게 힘들고 아팠던 광주 민주화 운동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신없이 끌려간 그곳 광주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이유도 모른 채 총부리를 겨눠야만 했던 군인의 정신적 고통을 보여주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당시의 광주를 재현하기보다 그 당시 계엄군이었던 한 남자의 정신적인 고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08년 여름 촛불집회 당시 대한민국의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던 전. 의경. 그들의 정신적인 고통에 아파하던 어머님들처럼 영화는 한남자의 정신적 고통을 감싸 안고 있다.

그때를 바라보기만 한 사람의 시각에서 본 오래된 정원 ( 임상수 감독 2008년작)

아픈 시대, 빛나는 사랑의 기억 그 시간에, 내 사랑은 멈췄다. 신나게 사랑하고 싶었어. 세상이 뭐라고 하든...

80년대 운동권의 핵심 인물로 17년 형을 복역한 오현우(지진희)는 출소 후 감옥에 들어가기 전 잠시 머물렀던 시골마을 갈뫼로 찾아간다. 그곳은 17년 전 도피 생활을 하던 그를 숨겨주고 그의 연인이 되었던 한윤희(염정아)와의 추억의 장소다. 현우는 그가 출소하기 몇 년 전 암으로 사망한 윤희가 남겨놓은 흔적을 더듬는다. (출처 [시네마타운] 임상수 감독 '오래된 정원' 역사의 틈바구니에 낀 사랑 그 고통스런 기억 치유하기 -영화평론가 장병원)

황석영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광주 민주화운동당시 도피 생활을 하던 오현우와 그를 바라보는 한윤희의 시각으로 80년대의 사회 모습을 그린 멜로 영화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그 당시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었던 사람의 시각에서 바라본 민주화운동을 그린 영화다. 복잡했던 사회에서 치열하게 민주화를 위한 운동을 하는 것만이 그 시대를 살아갔다고 할 수는 없다. "그때는 혼자만 행복하면 미안한 시대였어.."라는 주인공의 대사가,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원하는 것조차 미안했던 시대의 죄책감을 표현하고 있다.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운동했던 광주 시민들과, 영문도 모른 채 시민들을 향해 총을 겨눌 수밖에 없었던 계엄군. 도피생활중인 남자를 사랑하는, 광주와는 동떨어져 지내며 그냥 그때 그 시대를 바라보기만 한 사람. 이 3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정말 그 시대에 있었을법한 사람들이다. 때로는 역사에 접근할 때 다양한 관점과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수준 높은 작품성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어느 영화를 보더라도, 그 시각에서 주인공과 함께 혹을 주인공을 바라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번 주말 시간 넉넉하게 잡고 3편의 영화감상을 하다보면 어느새 80년대의 광주를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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