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마약을 한 주지훈을 위한 작은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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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희(dkwnaaktmdfl)등록 2009.05.08 18:59

<궁> 초반의 비난을 하던 안티 팬을 자신의 팬으로 만들었던 주지훈 ⓒ imbc

참 망설였다. 누군가를 위한 변명은 되려 그 사람에게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칫 그에 관한 글을 쓰자 한다면 뭇 네티즌들이 '변명'으로, 혹은 열련한 팬으로, 알바생으로 매도할 것이며 그 사람이 외려 안 좋게 보일 수도 있으니.

그렇지만 대한민국 드라마, 영화계에서 아까운 존재 하나가 흔적없이 사라지는 건 조금 억울해 용기를 내보았다.

우선 나는 주지훈. 그 사람의 어린 팬이 아닌 아줌마 팬으로서 촉망받았던 그였기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더불어 '마약'은 법에 의해 제재당할 수 있는 것으로 범죄의 하나다. 그래서 행위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누가 누구에게 비난하고 정지를 내리는가?

4월 26일, 주지훈이 마약 복용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친한 모델친구와 함께 두 차례 흡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주지훈'이란 이름으로 뭇매를 맞아야 했다. '환각파티' 등을 운운하며 연예인 마약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정작 기사에서 흘러나온 것들은 추측성 보도였을 뿐이다. 단지 사실이었던 것은 주지훈이 두 차례 마약을 흡입했다는 사실.

그뿐이 아니다. 브로커와 마약 흡입자 모두 범죄를 저지른 것은 같으나, 연예인이 직접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자칫 그동안 쌓은 탑을 일순간 무너뜨릴만한 위력을 가진 것이었다. 그런데 기사에서는 '주지훈이 브로커'처럼 연상케 하는 자극적인 문구를 만드는데 열을 올렸다.

그래서 지금 그가 처한 상황이 안타깝다. 사실상 이것은 물의를 한 번쯤 일으키는 연예인이라면 한 번쯤 당해봤을 법하다. 언론도 은근슬쩍 네티즌들 구미에 맞는 제목으로 카피를 뽑아 보도하며 자극한다. 그리고 네티즌은 연예인의 모든 사생활에 대한 소문과 추측을 특정 사건 하나로 기정사실화해버리며 매도하기 일쑤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 한다.
"연예인은 공인이야!"

공인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은 공인이다. 그래서 그에 걸맞은 이미지를 쌓는 연예인이 각광받고 그것이 가식이든, 진실이든 따위는 상관없이 기사 혹은 방송매체에서 포장한다. 헌데 일순간 실수하면 그것은 가식이 되고 포장된 이미지에 가려진 사생활의 소문이 진실이 돼버린다.

사실 '나랏님도 옆에 없으면 욕한다'는 말도 있듯 연예인이 심심풀이로 씹기엔 안성맞춤인 것도 사실이다. 헌데, 누가 누굴 대체 비난할 자격을 주었는지 모르겠다. 또한 그가 저지른 죄값은 법이 다스릴 것이다. 기자도, 방송매체도, 네티즌도 그 죄를 판단할 자격은 없다. 물론 판단하겠다고 우긴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문제는 주지훈, 당사자가 짊어지고 가야할 것이며 감내를 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으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그런데 이 와중에 헛웃음을 짓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자칭 공영방송 KBS에서 '주지훈, 나한일' 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 기사를 보는 순간 드는 생각 하나. 언제 그들이 KBS에 출연한데? 그리고 이어지는 생각은 그럼 상상플러스 터줏대감 신정환(개인적으로 예를 들어 미안하지만)은? 기준도, 무엇도 없는 보여주기 식의 관행을 역시 KBS에서 몸소 실천해 주신 것이다.

가령, 연예인은 공인이다. 고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는 몇 년간 정지 처분의 기준에 근거해 내린 결정이라면 그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방송사는 방송사가 주인이니. 헌데 그러한 기준 없이 이어지는 관행은 어느 누구에게도 인정받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하지만 주지훈 MBC, SBS에만 출연하면 된다. 것도 안 된다면 영화에만 출연해도 된다.

그렇다고 해서 평소 안티 몇 백만 명을 이끌고 다니던 연예인도 아니었기에 어쩌면 복귀는 남들만큼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대부분 연예인은 이상하게 자숙기간을 가지고 다시금 복귀한다. 물론 복귀찬반에 부딪혀 재기의 성공하는 이도 있고 더러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뒤로 한 채 우리나라 방송계에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정책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지훈과 나한일' 정치처분을 내린다면 국내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 모두 올스톱해야 한다. 그리고 방송에서 퇴출당해야 한다. 그렇지만 버젓이 활동하는 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주지훈도 역시 자숙기간의 폼을 좀 잡다 '죄송합니다' 한 마디 고해성사 하고 복귀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이번 정지처분이 실소를 만드는 아주 재미난 사건으로 기록될 듯싶다.

<키친>에서 유독 자신의 옷을 딱 입은 듯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 수필름


한 번쯤 인생의 쓴맛은 약이 되기도 하는 법!

그렇다면 이제, 이 상황에서 주지훈이란 배우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범한 일에 책임을 다하면 되는 일이다. 모로 가도 우리나라는 법치국가로서 마약을 금지하고 있으니 범법행위를 한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 긴 터널을 지나온 경험을 살려 연기에 쏟아 붓는다면 큰 문제 될 것이 없지 아니한가.

사실 주지훈은 모델로 데뷔해 <궁>의 주연으로 캐스팅되면서 이미 많은 비난을 받으며 그것을 연기로 보여주어야 했다. 물론 초반에 연기지적을 받으며 연기논란도 있었지만 종영될 쯤 유난히 촉망받는 신인배우로 거듭났다. 연기력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안티 팬을 자신의 팬을 만든 저력이 있었다.

그리고 선택한 작품이 <마왕>이었다. 신인배우에게 내면연기를 해야하는 캐릭터였던 그것을 무난히 소화해내며 한 걸음 더 내딛었고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에서 <키친>으로 점점 연기력이 일취월장해 자신만의 입지를 만들던 찰나였다.

그래서 안타까움이 더하지만 배우라면 인생의 단맛도 쓴맛도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은 오히려 아주 멋진 배우로 거듭나는 씨앗이 될 수 있음을 타 배우들에게서 우리는 많이 봐왔다. 마약사건으로 연루된 성현아는 그저 그런 배우에서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스타일 연기를 창조했다.

또한 대다수 이혼을 경험한 배우들이 복귀했을 때 한층 연기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그것이 설사 그들의 개인사를 연상하면서 시청자들이 착각하는 것일지라도 어떠한 굴곡으로 인해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 법이다.

그래서 주지훈이란 배우에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은 인생의 막장일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여유롭게 대처한다면 등을 돌리고 비난하던 팬들은 또 다시 당신에게 갈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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