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남긴다는 것

제2롯데월드를 바라보며

검토 완료

한희찬(hhc1202)등록 2009.03.26 14:11

-제2 롯데월드 사실상 허가 

 

 오랫동안 논란이 되었던 제2롯데월드가 사실상 허가 되었다는 기사가 슬슬 흘러나오고있다. 정부가 한국항공운항학회라는 단체에게 제2롯데월드 건설의 기술적 위험성여부의 검증을 의뢰하고 그들이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이제 제2롯데월드는 '일단' 큰 문제 없이 건설이 될 모양이다. 애초에 말이 많은 사안이었고 게다가 검증용역을 맡은 한국항공운항학회의 객관성여부마저 의심을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리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더라도 모두가 쉽게 수긍하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마 앞으로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정부입장에서는 안전성의 근거로 이번의 검증결과를 의지해야 할 텐데 사실 이러한 연구결과가 모든 논란의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만큼 이번에 발표된 '안전하다'라는 검증이, 그리고 정부가 말하는 '안전하다' 라는 주장이 국민들에게 효과가 없고 또 이미 많은 부분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냉정하게 말해서 근 몇년 동안은 무슨 정책이든지 일단은 비난(비판이 아니다.)하고 보는 네거티브성향이 보수 언론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에게도 내면화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지난 정권 당시 5년동아니 쉬지 않고 네거티브에 목을 매단 몇몇 대형 언론의 업보라면 업보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정책에 대한 불만을 단순히 네거티브의 세뇌된 사람들의 목소리로 볼 수는 없다. 

 

 사실 제2 롯데월드 건립의 경우 여러가지 미심쩍은 부분이 존재한다. 특히 강경하게 반대입장을 밝히던 공군이 참모총장교체 이후 방향을 급선회하여 활주로 각도 3도 조정안을 받아들인 부분이 그렇다. 이, 착륙시 많은 변수가 있는 전투기의 경우 아차 하면 10초 이내에 제2 롯데월드에 충돌할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주장이 여전히 흘러나오는데 과연 그들은 왜 입장을 전격 수정했을까. 이 모든 논란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기 보다는 현재 분위기는 정부가 또 특유의 불도저식 운영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제2 롯데월드 상상도 500m이상의 초고층 빌딩 ⓒ 한희찬

 

-왜 대규모 공사에 집착하는가

 

 여기서 이런 예를 들먹인다는 것이 또 조심스럽지만 바벨탑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제2롯데월드가 단지 높은 건물이라 바벨탑의 비유를 드는 것은 아니다. 바벨탑 비유에서 인류가 바벨탑을 쌓은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자신들의 위대함을 온 세상에 보이고 영원히 전달하게 하는 눈에 보이는 '상징물'을 남기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신의 분노를 사서 인간은 모두 다른 언어를 쓰게 되고 뿔뿔이 흩어진다는-이것이 바벨탑 설화이다. 내용이 이렇다보니 과학분야에서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행위 등이 가끔 바벨탑의 비견되곤 한다.

 

 물론 제2롯데월드가 한국의 바벨탑이 될 것이고 이로인해 큰 저주를 받을 것이다- 는 말도 안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한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서울시장 재임때부터 지금의 청계천을 순식간에 완성시킨,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논란이 되는 두 개의 큰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경인운하의 경우는 한다, 안 한다 계속 입장을 바꿔가며 국민들을 어지럽게 하다 결국에는 추진하겠다고 한다. 오늘로서 제2 롯데월드 건설도 이제 탄력을 받게 될 분위기다.

 

 왜 이렇게 대통령은 건설에 집중하는 것일까. 물론 이유는 있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 발전. 그런데 이것마저 그대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학계에서는 실제로 경인운하를 만든다고 해도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수 없다는 주장이 적지 않으며 그것은 제2 롯데월드도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현재 진행과정에서 어느것 하나 국민적인 합의와 수긍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보면 오히려 정부는 묵묵할 정도로 성실하게 공사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아예 귀를 닫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제2롯데월드의 긍정적 검토결과가 나오던 날 경인운하의 첫 공사가 시작되었다.

 

 역사의 많은 지도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또 후대가 계속 기억해 주기를 바랬다. 이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단순히 그런 '양명'의 욕구만으로 심지어 모든 백성이 도탄에 빠진 적도 있다. 시황제의 만리장성이나 수양제의 운하같은 경우 말이다. 물론 만리장성은 지금도 남아 주요 관광상품이 되었고 수양제의 운하는 훗날 요긴하게 쓰였으니 무조건 악행이라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서울시장 재임시절 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미래를 위해서나 어떤 대단한 비전을 가지고 공사를 추진한다기 보다는 단순히 하나의 업적기념의 차원에서 일단 만들어놓고 보자는 식의 7,80년대 개발독재때나 어울리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다. 많은 경제인과 전문가들이 경제적으로 타당성도 없고 환경에도 큰 해악을 미칠것이라고 말하는 경인운하를 은근슬쩍 시작하고 이제 위험성에 대한 완벽한 검증도 없이 그저 한 단체의 '안전하다' 라는 평가만 믿고 공사를 추진할 생각인 것 같다.

 

-이름을 남기는 방법

 

 중국의 신화 중 '우(禹)'의 이야기는 지금시점에서 한 번 생각해 볼만 하다. 보통 '우임금'으로 불리는 그는 불리는 치수(治水)로 유명하다. 매번 범람하는 황하를 다스리기 위해 평생을 바쳐 치수사업을 완수한 그는 소위 '성군'의 예를 들 때 꼭 회자되는 인물이다. 백성의 안녕과 국가의 번영을 위해 대규모 사업을 벌이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비록 신화라 할지라도 '우임금'은 '삼황오제'로 그 덕이 계속 전해지지 않는가. 신화가 후세에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름을 어떻게 남길 것인지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만약 경인운하의 완공이 먼 훗날 돌이킬 수 없는 환경재앙을 가져오거나 경제적으로 아무런 효과가 없어 애물단지가 되어버린다면 훗날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게 이름을 남기게 될까. 제2롯데월드가 누군가의 생각처럼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안보를 위협하는 그저 '흉물스런' 초고층 빌딩이 되면 또 어떻게 될 것인가. 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지금 정부는 단지 자신들의 '반대세력'의 정치적 공격으로만 치부하는 것이 아닌지 진심으로 걱정이 된다.

 

 물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설마 자신의 치적을 남기겠다는 그런 치졸한 이유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공사를 하리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나름의 확신과 비전이 있기에 한 것이라면 차라리 걱정이 좀 줄어들 것 같다. 그리고 일단 현재로서는 여전히 공사의 좋고 그름의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그런 대규모 사업을 시작을 하기 전에 국민적인 합의를 이끌고 또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고 지도자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것이 진정 나라에 필요한 것이라는 신념이 있다면, 국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은가.

 그 모든 자금은 대통령 개인의 지갑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세금이고, 그렇다면 그 결정권은 국민의 의사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지금 돌아가는 시국을 보며 시황제나 수양제를 떠올린다면 과대망상인 것일까. 지금은 조금 느린 걸음이 필요하다. 계속되는 경제난이 행정부를 조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려울 수록 큰 것보다는 작은것을 확실히 해야 한다. 지금은 커다란 운하를 파내는 것보다 무너진 우리사회의 최하층을 보듬는 것이 더 급하지 않은지 생각해 본다. 우리의 대통령이 후대에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는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09.03.26 14:11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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